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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27 카잔 1일차, 독일 집으로 보낸 그 경기 직관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2. 12. 28. 18:52

    1달여 러시아 여행에 지켜있던 심신을 달래줄 날이 드디어 왔다. 카잔에서 있던 독일전..!
    그사이 2022 카타르 월드컵은 결승이 끝나버렸구연ㅋ 메시는 축구의 신이 되었구연ㅋ 4년동안 참 여러 일들이 있었다...

    아무튼 4년 전으로 돌아가보도록 하자.

    원래대로라면 불지옥 볼고그라드에서 오후 4시쯤에 기차를 타서 카잔에는 경기 당일 오후 2시에 내리는 일정이었는데 경기는 5시. 보통 경기 전날 경기가 있는 도시에 미리 도착해서 느긋하게 출발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촉박한 일정이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는 동안 5분간 정차해야하는 역에서 30분 넘게 있는다거나.. 내 속을 태우더니만 결국 2시간이나 넘게 연착되어 카잔에 도착했다 ㅠㅠ

    역에서 경기장까지는 최소 30분~1시간이고 또 경기장까지 이동, 소지품 검사 등등을 따지면 최고 한시간 전에는 경기장 앞에 도착하는게 좋은데...  
    카잔에 도착하고 보니 경기시작까지 한시간 남았나;;
    거진 24시간 열차를 타고 오는 동안에 계속 예정 시간보다 늦어질 것 같은 낌새가 있다보니 잘 때도 뭐에 쫓기고 놓치고 이런 꿈을 많이 꿔서 자도 자는게 아니라 몹시 피곤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감기몸살로 정신이 혼미해져 있는 와중이라 그런지 잠결에 가지도 않을 엉뚱한 숙소를 예약 누질러버렸다. 그리고 여기 예약 취소도 안되서 3만원 날림... !? 도대체 나.. 무슨 짓을...???

    하하....

    어쨌거나 정신없이 카잔 도착...

    원래대로라면 1시간 남기고 도착인데 러시아가 워낙 넓다보니 건너오는 도중에 시간대가 바뀌어서 1시간을 이득보게 되었다. 그래서 왠지 모르지만 늦게 왔는데 늦게온 시간을 손해보지 않았다! 이거... 어릴때 정말 재밌게 본 80일간의 세계일주인가 그거 아니냐.... 파스파르투!!!
    (출발지 볼고그라드보다 도착지 카잔의 시간대가 1시간이 빨라서 1시간 빨리 도착한 셈이 되어버림)

    그래도 마음이 급하니 일단 짐을 그대로 다 들고 바로 경기장에 가기로 했다.

    가는길에 본 카잔의 상징, 카잔 크렘린..
    러시아에서 여러 크렘린과 성당을 보았지만 이것만큼 예쁘고 강렬한 것은 없었다. 흰색에 청량한 하늘색에 가까운 청록색의 조합이 너무나도 예뻤다. 

    그리고 경기장을 가는 길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셔틀버스에 사람은 30러시아 20타국 축구팬 45독일 5한국인 정도의 비율로 콩나물 시루처럼 꽉 찼는데 더운데다 컨디션이 안좋으니까 멀미나고 토할거 같았다. 콩나물 시루도 이렇게 담으면 장사 망한다 싶을 정도로 그냥 꽉 끼어있었음..
    프로 기립성 저혈압러로 여러번 기절해본적 있는 사람으로써 경험상 이번에도 실신의 삘이 강하게 오면서 토하라고 속에서 막 올라오는거 우웈... 윀.. 꿀렁꿀렁 하는 것들을 애써 눌러 내리며 참았다.
    사실 정말 힘들어서 가는 도중에 내려달라고 하고 어디라도 앉았다가 정신 좀 차리고 다시 버스타고 싶었는데 사람이 워낙 꽉 차서 지금 아니면 아예 타고 갈 수도 없을 것 같았음... 그러다간 경기장에 늦게 도착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땀에 잔뜩 절어 입술과 손끝이 보라색이 된 채로 사색이 되어 경기장에 앞에 내렸다...

    말이 경기장 앞이지 러시아는 항상 저 멀리서 떨궈줌. 걸어서 최소 20분..
    아예 근처 대로변 교통을 다 통제시키고 다른 곳으로 샐 수 있는 골목을 틀어막고 한곳으로만 지나가게 만들어놨다.
    장점) 어쩔 수 없이 어느정도 밀리긴하지만 경기장 앞까지 밀려드는 교통난을 겪지 않음.
    단점) 멀다. 이상하게 물가에 경기장을 짓는 러시아 특성상 경기장이 너무 구석에 틀어박혀 있음.

    그래도 어느정도 걸어가면서 마트도 있고해서 레모네이드 마시고 소생 성공...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거말고 가는 길 사진도 없음 ㅠ

    도중에 몇번 넋나간 부랑자처럼 털썩 주저앉아서 기력을 다시 채우고 움직이다보니 드디어 경기장이 보인다.. 얼른 가서 앉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ㅠㅠ 

     

    사실 어디가나 있는 축구팬으로는 브라질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그들은 있었고, 독일인들을 만나면 우리 너네랑 만날거임ㅋ 서로 굿게임하자ㅋㅋ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그걸 보면서 맞지 맞지... 16강은 브라질 독일이지... 나 8강 티켓까지 해놨으니 다음은 그래도 꿀잼경기 보겠네.. 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솔직히 아무리 역배니 애국배팅이니 해도 전에 스웨덴, 멕시코 경기 하는거 보면 절대 그런 말 할 수 없을정도여서 나도 진짜 애국배팅으로 유명한 사람인데 우리가 독일 이긴다? 그런 생각 진짜 1g도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좀 짜증나던게 이렇게 독일 국기 두르고 독일 유니폼 입은 동양인들 
    전부 중 국 인
    독일인보다 더 독일 응원하던 중국인들 ^^ㅗ 아이고 오타가 나버리네 키보드가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너네 나라나 응원해 괜히 와서 빡치게 하고있어 아 중국은 월드컵 못 나오던가? 앞으로도 나오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경기장에 온 사람들 비율을 30러시아 20타국 축구팬 45독일 5한국인로 보면 타국 축구팬의 20중 10은 중국인이었던듯.
    얘네 경기 끝나고 우리나라 사람들 보면서 우리랑도, 독일 사람이랑도 같이 어울리지도 못하고 터덜터덜 집가던거 개꿀잼ㅋㅋㅋㅋㅋㅋ 왜 명예 독일인이라도 돼서 같이 놀고싶었냐

    으아아아 드디어 경기장으로 들어갈 수 있어...

    지겠지만 그래도 독일 만난 빅매치니까.. 하고 찍은 사진
    (그리고 4년후 독일은 일본에게도 털리는 호구팀이 되었다..)

    날씨 조쿠욘, 경기장 예쁘게 잘 지었구욘.

    경기장 밖에서는 늘 스폰서 행사가 많았는데 사람들이 북적여서 뭐 해본적이 없다.

    경기장 들어가면서 짐 검사하는데 봉사자가 혹시 너네나라 동전 없냐고해서 없다고 하니까 시무룩해했다..
    그러고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동전을 가지고 다니면서 교환하기도 하고 주기도 하고 하던데 뭔가 그런 문화가 있는듯했다. 하지만 100원 너무 무겁고 500원은 가치가 너무 큰데ㄷㄷㄷㄷㄷ 10원하자니 너무 작고.. 이건 다음에 다시 생각해볼듯.

    우여곡절 경기장에 2시간 전에는 들어오는데 촉박하게 킥오프 30분 전에 착석했고 정신차려보니 페어플레이 브금 나오면서 입장하고 있었다.
    자리는 조별 3경기 중 제일 좋았다. 무려 1층 앞에서 4,5번째줄.

    중요한점 ★이 골대에서 우리나라 2골 다 터져씀★ ㅠㅠ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전에 2경기 내내 옆자리로 만난 멕시코 아저씨 여기서 또 만났다;;;;; 이아저씨 정말 멕시코 팬티켓 경쟁이 심하니까 한국 팬티켓으로 신청해서 당첨됐던 것 같았다. 그래도 이게 시스템이 이렇게 항상 옆자리가 되게끔 되어있나 ㅋㅋㅋㅋ 겁나 신기했다.

    축구 전용구장 아주 좋아.. 잘지었어.. 

    경기 시작전부터 위압감을 느꼈던 게 바로 이 독일인들의 국기 퍼포먼스였다.
    스웨덴이랑 멕시코도 만났지만 거기는 이렇게 큰 국기를 단체로 흔들진 않아서 그냥 유니폼 입은 색만으로 쫄리는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이렇게 국기를 펄럭이고 있으니 시각적으로 훨씬 더 강력해서 저절로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
    뭐랄까 흔드는 사람들의 열정과 깃발이 펄럭이는 그 무브먼트에서 좀 더 그들의 열의가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이건 실제로 봐야함.
    그래서 우리나라도 월드컵에서 태극기를 좀 이렇게 많이 흔들면 진짜 멋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저정도 국기 흔들면 뒤에서 옆에서 안보이니까 그거 신경쓰느라 잘 안 할 것 같음..

    예시1) 살려주세요 경기장이 안보여요..

    내 카메라 겁나 대포도 아닌데 그냥 이렇게까지도 보일 정도로 정말 자리 하나는 끝내줬다.
    이때 나는 제발 독일이 브라질 7:1로 이겼던 때처럼만 지지 말아라.. 골만 심각하게 많이 먹히지만 말아라 하고 기도했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과 같은 조에 됐을때 스웨덴 이기고 멕시코 이기거나 비기고 독일한테 비기면 16강! 이랬던 거 같은데 역설적으로 독일을 이겨야하는 상황이라니..

    날씨는 매우 좋음.

    경기장에 와보니 생각보다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많은거야!? 

    자리 위치 선정 하나는 진짜 쩌렀다...

    도중에 정신차리고 리락이 사진도 찍고..
    전반 0:0으로 끝나고 후반 잘해보자 했는데 갑자기 스웨덴이 골을 넣기 시작.. 이때부터 나는 탈락팀은 우리가 정한다 까불지마라ㅡㅡ 이런 심정으로 경기를 봤다.

    이상하게 위기는 많았지만 전반 지나고 후반 막바지로 가면서 어 뭐 잘하면 터질지도... 했는데
    정말 터져버린 것임..

    뭐가 앞에서 우당탕탕하더니 골망이 출렁임... 1:0

    갑자기 멕시코 사람들이 날뛰기 시작함.. 꼬레아! 꼬레아! 소리가 응원가만큼 크게 남.. 그리고 러시아 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이 된양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내 옆자리 3연속 만난 멕시코 아저씨가 내 손을 잡고 고맙다는 말을 하기 시작함.... 경기 시작 전에 내 앞에서 독일 국기 흔들던 언니는 나가버림ㅠㅠ

    근데 이게 끝이 아니어씀

    노이어가 우리 골대로 가있고 내 앞에 보이는 독일 골대는 비어있는데 갑자기 공이 날아오고 손흥민이 달리기 시작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골대가 내쪽이라 갑자기 날아오는 공이 너무 길고 빠르게 굴러가서 저거 나갔다.. 나갔다.. 하는데 갑자기 손흥민이 사이버 포뮬러 3단 부스터 켠 것처럼 달려와서 볼을 받아내는 순간 진짜 감동이 발가락 끝부터 순식간에 머리털 끝까지 관통하는 느낌이 났다. 소름 그 자체였다.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참아왔던 고릴라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고 옆자리 멕시코 아저씨는 한국 사람들보다 더 기뻐하며 말 그대로 그냥 날뛰었음;;;

    정신 차려보니 독일인, 멕시코인들 사이에 끼인 나의 느낌이 이랬음...

    그래도 마지막 경기 행복하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이때의 감동으로 4년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사람들이 우리나라 진짜 자국 경기인것처럼 순수하게 응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아무래도 2차 세계대전의 영향이...?

    맨오브매치 김승규 골키퍼.. 이거 마따.

    잘했어유 ㅠㅠㅠㅠㅠ
    나중에 인터뷰 보니 스웨덴 멕시코때는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었다고... 잘 했었다면 어땠을까.. 너무나도 아쉬웠다.

    이렇게 우리나라 대한민국 대표팀의 여정은 끝났다. 
    8강전까지 티켓 해놔서 응원할 팀이 없어진 것이 매우 아쉬웠다. 다음 경기는 스웨덴 스위스ㅋㅋㅋㅋ 아 왜 내가 이걸 봐야하는데 이런 생각만 들었음... 병들어서 또 다른데로 이동하기 힘들어 죽겠는데 걍 안볼까 생각까지 해봤다.

    어쨌거나 인증사진은 찍어야.. 훌쩍 ㅠㅠ

    여러번 썼지만 브라질 팬들은 진짜 축구 좋아해서 다른 나라 경기도 개꿀잼으로 봤다. 아르헨은 광기였지만 브라질, 멕시코는 진짜 찐 축구 자체를 좋아하는 순수한 사람들이었다는 느낌.

    여기 보이는 왼쪽 오른쪽 독일 유니폼 다 중국인임ㅋ 
    심지어 오른쪽에는 독일인을 붙잡고 자기들이랑 사진찍자고 해서 일으켜세움... 소름... 난 어디가도 저러지 말아야지.

    두 나라 모두 16강에 못가서 뒷풀이 세레머니 이런것도 없고 경기장은 빠르게 비어갔다.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오니 해는 져가고..

    그래도 다른 경기와는 다르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정과 발걸음이 전처럼 힘없지 않아서 좋아보였다.
    고마웠다 카잔 아레나 잘있어라.

    그리고 다시 역으로 짐을 찾으러 돌아왔다.
    이제보니 카잔 역 규모가 겁나 큰 건 아닌데 이쁘네..? 

    이것이 무엇이냐면 경기장에서 양심없는 가격으로 파는 콜라를 사면 잔으로 주는 컵인데,
    해당 경기 에디션이라 이 때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이다. 다 떨어지면 매치 데이 적혀있지 않는 버전으로 준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에 사먹으면 대게 적힌 것으로 줌.
    이거 먹고 그냥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 같이 기념으로 가지고 싶은 사람들은 경기장 좌석 밑을 스캔하고 줍줍.. 나도 몇개 줏어서 선물용으로 많이 뿌렸다. 축구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니 이 플라스틱 쪼가리 컵이 뭐라고? 하겠지만 이건 의미가 있다고!!!! 

    그리고 힘겹게 도착한 숙소... 4인실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짐을 보니 일단 한명은 멕시코 사람이었다. 그 멕시코 모자가 침대에 있었기 때문.. 멕시코 사람에게 그 모자는 아마도 분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 가지고 다님 ㄷㄷ 그리고 자리에 있는걸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밤에는 그냥 나가서 놀고 숙소는 짐 놓고 씻는곳으로만 사용하는 것 같았다.
    16강 진출한 기념으로 또 놀러나갔구나 좋겠다..  하면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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