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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26 볼고그라드 2일차, 볼고그라드의 상징, 어머니 조국상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2. 10. 12. 18:37

    자칭 저주받은 벌레와 타 죽을 듯한 더위의 땅, 볼고그라드의 두번째 날이 밝았다.

    어제 열심히 찾아다닌 분수가 과거의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당시를 상징한다면, 오늘은 그 이후까지를 상징하는 어머니 조국상을 찾아가기로 했다. 

    역으로 들어가는 정문 양 옆의 기념상. 평면적인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되어있어서 와 뭐야 이게 소련의 기상인가 싶었다. 뭘 만들때 허투루 만드는게 없다고 해야할까.. 

    어제와 다르게 다각도에서 본 분수와 역 전경.

    이날도 구름한점 없는 엄청난 더위가 나를 건어물처럼 바싹 말리고 있었다..
    볼고그라드 둘째날인 이날 26일에는 오후에 다음 독일전 경기가 있는 카잔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해서 짐을 맡겼다.

    월드컵 경기가 있는 도시는 셔틀버스가 있는데 어머니 조국상 근처에 경기장이 있어서 경기장 가는 셔틀버스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어제와 오늘은 경기가 없었지만 셔틀버스는 운행하고 있었다.
    혹시 타면서 모르니 물어봤는데 기사님은 간다고 했다. 그런데 버스에는 나만 타서 여기서부터 조금 느낌이 이상하긴 했다....

    넘모 귀여운 마스코트, 자비바카.

    월드컵과 관련된 모든 이동수단(기차, 버스)은 완전 새삥에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줘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는 경기가 없는 날에는 그곳까지 가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도중에 내려야 했다;;
    버스가 가다말고 어디서 한참을 서서 움직이지 않길래 뭐지 배차시간 맞추는건가.. 하고 그냥 얌전히 앉아 있었더니만
    기사님: 스따디움?
    나: 예스 예스
    기사님 : 노 게임, 노 스따디움(진지)

    간다고 했었자나요 아조씨...

    나 경기장 근처까지 가고 싶다고 하니까 기사님은 여기서 3키로 정도밖에(!?) 안되니까 걸어가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산 갈 때도 버스 잘못 내렸을 때 아저씨들도 7키로니까 걸어가라고 했었다.. 러시아의 거리 감각이란 참으로 스케일이 크단말이야.
    어쨌거나 안간다고 내리라고 하니까 어쩌겠어.. 일단 내렸다.

    여기가 어딘지, 나는 어째서 여기에 내팽겨쳐진건지 ㅠㅠ
    며칠전부터 감기, 몸살기운에 골골거렸는데 똘갱이 같은 벌레떼와 더위에 이러다 죽을거 같아서 택시를 불렀다. 다행히 러시아 교통수단은 가격이 다 저렴해서 170루블, 3500원정도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늘 느끼는거지만 170루블이라서 200루블을 지폐로 건네면 단 한명의 기사님도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 뭐 이때는 기껏해야 30루블, 600원정도지만.. 어지간해서는 택시타고 요금을 지불할 때 큰 금액권으로 주지 않고 어차피 떼먹을거니까 최소단위로 맞춰줬다.

    이쯤에서 내려서 가는데 뭔가.. 엄청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저 거대한 조각상을 등대삼아 이동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언덕을 오른다.
    이 곳을  마마예프 쿠르간이라고 하는데 이곳이 볼고그라드에서 가장 높은 전략적 요충지라 가장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장소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백마고지 같은 상징성이 있는 곳인 것 같았다. 뭔가 유명한 기념상들이 많은 것 같았다.
    일단 사진 한장 미리 찍어두고 여기 나온 것들을 하나씩 챙겨보기로 했다.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 앞에 뭐가 묻어서 사진 좌측에 이상한 것이 자꾸 보임 ㅠㅠ 그런데 워낙 해가 강해서 LCD창에 찍은 사진이 보이지 않을정도라 이걸 너무 늦게 알아챘다.

    열심히 오른다... 아니 여기는 그늘이라는 것이 멸종했나요?! 
    비타민 D가 부족하거나 태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필히 볼고그라드를 방문하기를 바랍니다. 효과 보증합니다.

    열심히 터덜터덜 계단을 오르니 그 거대한 조각상이 나타난다. 양 옆에 늘어서있는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그쪽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이것 또한 설계된 것이겠지?!

    열심히 걷는다.. 그런데 저게 워낙 크다보니 거리감각이 좀 이상해지는 느낌이었다.
    걷고 걷는데 도대체 얼마나 걸어야 저기까지 갈 수 있는걸까, 갈 수나 있나 하면서 분명히 보이는데도 도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막연함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이런 우람한 조각상이 그리스에 있으면 그리스 신화의 남신인데 이 아조씨는 총을 들고있;; 현실밀착형 조각상이었다. 한쪽 손에는 아령인가요?;; 아니면 저걸로 적군의 머리를 찍어 내리치는 용도인가..

    아저씨 머리 위에 흰색이 뭔가 했더니 비둘기가... 둘기야 거기서 뭐해. 눈치챙겨... 내려와.. 그나저나 복근 정말 멋지시네요.

    우람한 아저씨를 지나 다시 계단을 오른다. 이때도 나는 렌즈에 묻은 저 이상한 걸 모르고 있었음 ㅎ 아 거슬린다.

    계단을 두어번 올랐다고 감히 저 것을 영접할 수는 없었다.

    보통 물이 있는 공간은 직각으로 해서 물이 있는 곳과 높이가 다르게 구분짓는데 이곳은 거의 넘칠정도로 물이 차있어서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 독특했다. 그렇다보니 이렇게 걸어가는 사람들이 마치 물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일부러인지, 아니면 비가 와서? 많이 차있는 것인지는 모르곘다.
    그리고 그 옆에 늘어선 거대한 석상들이 이곳을 방문한 후손들을 바라보는 듯해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러시아에서 본 석상들은 아름답다, 예쁘다 라기보다는 크다, 강하다, 전쟁, 병사 이런 키워드였는데 여기는 그런것이 더더욱 강했고 아마 내가 본 것들 중 가장 강하고 거칠어서 무언가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장소의 끝으로 가면 어머니 조국상은 어느새 이렇게 숨어버리고 커다란 칼을 쥔 손만 보이고

    안쪽 공간으로 이동하게끔 유도한다. 
    들어가면 바깥쪽에서 들어온 빛이 전면의 작은 공간을 비추는데 뭔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러시아어 열심히 공부해서 이게 다 무슨 뜻인지 알고 싶다. 
    바깥쪽에서 들어온 빛이 비추면서 빛나는 유일한 것이니 의미가 있는 문구일 것만 같다.

    여기서 우측으로 꺾으면 엄숙한 추모공간이 나온다.

    횃불에서 큰 불꽃이 타오르고 여기서 어떤 사람은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러시아인 100만명 이상이 죽었다니 러시아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사람을 갈아서 피로 지켜낸 상징적인 전투였을테고, 이곳은 그 성지와도 같을테니 그 경외심이 전해지는 듯했다.
    물론 그 옆 웃통을 깐 아저씨 또한 러시아의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천장에는 이런 것들이 모자이크로 세심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이 추모공간에서는 나선형으로 돌아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데 상단 중앙에 뚫린 공간으로 어머니 조국상이 보인다.

    어머니 조국상은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추모공간 끝쪽에 있는 경사로를 오르면 빙 둘러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데 나가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두둥..
    그런데 멀다.. 이상하게 너무나도 멀다. .신기루인가...

    보면 사람은 저렇게 쪼만함.. 크기가 90m쯤 된다고 한 것 같다. 
    내가 진짜 이거보러 온만큼 어떻게든 가려했는데 그늘한점 없는 저 언덕에 지져가면서 가는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 멀리서 보는게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가까이 가면 어머니의 발가락만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모기;; 볼고그라드 온 날부터 모기 벌레에 대해 자꾸만 칭얼거렸는데 아니 뭐 그깟 벌레로 뭔 엄살이야. 하겠지? 그래서 그게 어느정도인지 다른 이들이 촬영한 실황을 올려보고자 한다. 사진으로는 그저 평화롭게 보이겠지만....후...


    https://www.youtube.com/watch?v=B2DQ8lwqVJk&list=WL&index=321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유튜브 영상이 있는데 이것만한게 없다.. 영상이라 누르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움짤로도 올려본다.

    ㅋㅋㅋ... 믿겨지십니까 휴먼..? 
    이게 바로 볼고그라드입니다!!!!!!! 이런 곳을 독일과 러시아가 가지겠다고 싸웠다니!!!!!! 눈을 뜨고 숨을 쉴 수가 업따고!!! ㅠ 이 더위에 나는 구워지고 있는데 이벌레들은 왜 지져지질 않는건데 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불지옥 볼고그라드에서 했던 잉글랜드 튀니지 경기 중계에 잡힌 모습을 봐보자.
    사람을 둘러싸고 모여드는 저 악마같은 벌레들을... 이건 피씨로 봐야 잘 보일수도 있겠지만?!

    https://twitter.com/i/status/1008788500077076480

     

    아무튼 어지간해서는 하루종일 터덜거리면서라도 돌아다니는데 포기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예 저는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잘 봤습니다 ㅠㅠ
    게다가 가까이 가도 워낙 크다보니 정말 발톱만 눈에 보일 것 같았다.. 난 아직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바깥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건 또 다른 어머니 상. 수많은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잃었고, 자식들은 어머니를 생각했겠지.  조각상 좌측 하단을 보면 누군가가 꽃을 헌화한 것이 보인다. 

    펜스에는 이런 문양들이 있었다.

    추모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왔던 곳, 볼고그라드는 엄청난 평원이었다. 여기가 거의 유일한 언덕인것 같았는데 왜 여기를 점령하려고 치열하게 싸웠는지 알겠다. 이곳만한 전력적 요충지가 없을테지.
    좀 높은 곳에서 보면 서울은 여기저기 초록색 산이 있고 남은 곳을 회색빛 건물들이 가득 채웠는데 여기는 녹색이 많아서 그것도 참 다르구나 생각했다. 이곳의 나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는 것인가 궁금하긴 했는데 그만큼 비가 오긴하겠지?

    다시 내려가기 전에 한번 더 뒤를 돌아본다. 사실 사진은 많이 찍긴했는데 다 그게 그거 같아서 몇장밖에 못 올리겠다.

    조국이라는 단어가 러시아어로 여성명사라 저 어머니상은 조국을 상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름도 어머니 조국상이라기보다 원래는 조국이 부른다! 라는듯? 

    다시 추모 공간으로 돌아왔다. 벽면은 황금색 타일이 있고 상단부로는 무언가 빼곡하게 적힌 휘장같은 것이 있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것 또한 모자이크; 글자는 전사자 이름으로 추정된다.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나 알록달록한데 멀리서 보면 자두색의 고급진 휘장 색상으로 보인다. 이것이 미술이고 예술인가..

    그리고 또 놀라운 것, 벽면의 노란색도 이런식으로 조각난 유리를 맞춰 만든 것이었는데 각각 안에 또 무늬가 있었다!

    이런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색상도 조각마다 다른걸로 봐서 일부러 쪼개고 그대로 맞춘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거의 모든 조각이 삼각형 모양인게 소름이었음.
    아니 천장부터 벽면 구석구석까지 죄다 이렇게 만들다니, 소련은 전국에 모자이크 하는 사람들을 다 끌어다 여기서 일을 시킨건가. 

    다시 처음 들어왔던 위치로 돌아왔다. 여기서 벽면을 보니 확실히 모자이크로 해놓으니 적당히 불규칙하게 색이 다르고 반짝거리는 것이 멋있었다.
    아 그리고 이 공간에는 불꽃을 중심으로 양 옆에 군인이 있었는데 한치도 움직이지를 않았다. 영국 근위병도 이렇다고 하던데.. 러시아에서는 추모 공간에 이렇게 각지게 군인이 있는 경우를 여기, 그리고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딱 두번 봤다.
    아무래도 상징적인 곳에서는 조상,이들로는 호국영령들을 위한 공간이니 그만큼 예를 갖춘다는 느낌?

    전혀 움직이지 않다보니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이 근무자의 모자를 벗기고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럴때조차 근무자는 미동을 하지 않았다. 이들도 선별되고 그중에서 다시 선별된 사람들이겠지? 

    바깥으로 나와 아까는 미처 못 봤던 부분을 살펴보기로 한다. 누가봐도 공산주의 스타일의 그림이 벽면 가득 그려져있길래 가까이가서 봤더니만

    그림이 아니라 입체였음 미친; 벽면을 파서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소름.... 하... 이렇게 벽을 파서 명암 효과를 줬다. 역시 예술세계는 참으로 신기하고도 오묘하고도 신기한 것 뿐이야.. 멀리서보면 그냥 그림으로만 보였는데.

    역시 러시아어 까막눈이라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의 사람들을 묘사한 것 같았다.

    그리고 한켠에는 기념품점이 있었다. 전쟁영화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추운 겨울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마시거나 하는 장면에서 이런 스타일의 컵을 본 것 같았다. 

    왠지 모를 삘에 동생 선물로 샀다. 동생 말로는 그 어떤 컵보다도 빨리 뜨거워지고 식을땐 또 엄청나게 빨리 차가워진다고 했다. 그냥 막 만든 스덴컵이라 그런다보다;; 아니면 군용은 원래 보온이 목적이 아니라 빨리 마셔야하니까 이렇게 만들어진걸지도?!
    동생에게는 이 컵 집에서만 쓰고 다른데 가져가면 좌익사범, 공산주의자 소리 들을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진담반 농담반으로 얘기했다.

    글자가 궁금하긴한데 필기체?인것 같기도하고 더더욱 알아보기가 어려워서 포기.

    좌측에 뭔가 철 골자로 얼기설기 얽혀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게 볼고그라드 경기장이다. 이곳과 정말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국가대항전을 하거나 특히 독일과 경기가 있거나 하면 무조건 여기서 해야할 것 같은 느낌. 어머니의 힘을 받아 이기자!!!!

    올라오는 길 첫번째 계단 양 옆에 있는 조각을 되돌아가며 다시 살펴본다.
    뭔가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전날 봤던 전쟁으로 파손된 건물처럼 그런 느낌을 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커다란 건물 외벽에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

    이런걸 보면 또 강철의 연금술사 연금술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렇게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져있기도 했다. 그러면 그림은 또 음각이다.

    멀리서 본 볼고그라드 경기장. 러시아 월드컵 총 12개 개최지중에 10개 도시를 방문한 나.. 정말 대단쓰...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아쉬운 마음에 한번 더 뒤를 슬쩍 돌아보고 역으로 가서 맡겨둔 짐을 찾고 카잔으로 떠난다.
    볼고그라드에서 오후 4시경 타면 다음날 2시쯤에 내려주니 꼬박 하루를 열차에서 보낸다. 얼마나 기력이 떨어졌는지 사진도 한 장 없이 다음날 오후 나는 기적의 땅!? 카잔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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