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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21-22 여러 감정이 뒤섞여버린 로스토프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1. 9. 6. 21:24

    로스토프 둘째날이 밝았다.
    전날 나름 열심히 돌아다니고 9시 가까워져 일어나서는 도시락 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정수기가 있어서 물 담는데 찬물을 따랐다ㅎ.. 뒤늦게 뜨거운 물 추가해 중탕으로 먹다 짜서 물 부었는데 뚜껑까지 투척..

    숙소에는 이 장모 검정 고양이가 있었는데 만지려고 했더니 발톱 꺼내서 파워 냥펀치 날림. 이ㅅㄲ가..ㅂㄷ..

    여기는 위치도 좋고 다 좋았는데 예약이 3일이 안되어서 1일차는 이곳, 2,3일차는 다른곳으로 옮겨야 했다.
    자다 눈떠보니 어디를 둘러봐도 수염과 가슴털이 수북한 빤스차림의 우루과이 남자들뿐이라 매우 난감했던 기억을 남긴채 다음 숙소로 걸어서 이동..

    지나가는 길에 본 또 아무렇지 않게 뜬금없이 있는 탱크
    러시아도 이렇게 고층 아파트 숲이 있었다
    20분 넘게 걸어가니 힘들어서 잠시 휴식.. 흡연구역에 아파트가 빽빽한 동네였는데 사람이 거의 없었다

    숙소는 아파트 중 한 집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각 방마다 도미토리 침대가 빽빽하게 놓여져 있었고 화장실은 2개였나..
    러시아 여행하면서 느낀게, 우리나라는 게스트 하우스 가면 거진 다 여행객인데 여기는 다양한 이유로 현지인들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생도 있고 가족도 있고 엄마 애들 조합도 있었고.. 여기도 남녀 커플, 각기 혼자 온 러시아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멕시코 경기가 임박했으니 나머지는 멕시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미 사람들은 숙소를 잡아놓고 도통 숙소에 들어오지를 않아서 밤에는 붐비지를 않았다는 점?

    숙소 직원은 단 한명이었고 영어는 거의 못했지만 사람 좋게 은은한 미소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었고 굉장히 나긋나긋하고 온화한 태도가 인상깊었다. 그리고 또 이 분은 유명 DJ 아민 반 뷰렌을 닮았었다..!!! 앞으로 아민이라고 칭한다.

    가장 비슷했던 사진을 찾아봄

    내 방은 4인실 혼성 도미토리였는데 나 말고 3명은 사우디 사람이었다..
    전날은 우루과이, 오늘은 사우디라니.. 하고 봤더니 역시나 로스토프에서 이날(21일) 우루과이, 사우디 경기가 있었다. 

    근래에 열차에서만 자고 너무 힘들게 다녔더니만 체력이 후달려서 이날은 어디 나가지도 않고 장봐온 것 외에는 그냥 숙소에서 퍼질러져 있었다.
    같은 방 쓰는 한명이 코골이가 너무 심했는데 하필 내 아랫층 침대여서 진동까지 느껴지는 통에 MP3 켜고 이어폰 껴고 볼륨 최대로 해서 겨우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22일, 여행나와도 10시에 일어나는 내가 무려 7시 20분에 일어나버리는 참사가 ㅠㅠ

    일어나서 주방에 가보니 누군가가 빤쓰만 입고 베란다에서 자고 있었다. 옷은 다 벗어서 의자에 올려둔 채로..
    사실 빤쓰라도 입은었는지 여부는 굳이 가서 확인하지 않았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ㅠㅠ 

    남아도는게 시간인지라 번화가까지 또 걸어가기로 했다. 전날 봤던 탱크도 또 만났다.
    공원에 있던 군인으로 보이는 어떤 인물의 동상. 트립어드바이저에 검색해보니 1차 세계대전의 영웅상이라고 한다.

    걷다가 걷다가 걷다보면~ 응? 뭔가 그림이 걸려있어서 보니 아이슬란드 국기와 함께 화산이 폭발하는 그림이;;; 뭐야 이건;;; 하고 보니 한쪽에 뭔가 낯익은 것이 보였다.

    오오... 이건 남산에 있는 팔각정인가?
    나름 섬세하게 문양까지 그린 것을 보면 미술을 꽤 하는 아이가 그린듯했다. 특히 오른쪽 뒷편의 나뭇잎 표현이 좋아보였다. 나는 지금도 저렇게 못그리는데..

    왜 이런게 있는걸까? 했더니 상단에 '로스토프의 어린이들이 손님을 끌어들입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환영한다는 말이 번역이 잘못된것 같기도?

    브라질 리우도 있었는데 한국과 브라질 그림이 제일 잘 그린 것 같았다.

    그밖에 우루과이 그림도 있고 한국 그림도 하나 더 있었는데 강남 빌딩 사이로 축구공이 날아오는 듯한 그림이었다.

    러시아에는 이렇게 뜬금없이 여러 동상이 많았다. 이건 그냥 배관공과 고양이. 라는 동상이었는데 훈훈한 느낌이었다.
    아저씨쪽에서 바라보면 고양이가 웃고 있다.
    한껏 웃고 있는 고양이 표정. 귀엽다.. 사람들이 또 얼굴을 많이 쓰다듬어줘서 머리만 반질반질하다. 

    열심히 걸어서 메인 번화가를 가봤다.

    명동 지하철 출구에서 나와 쭉 뻗은 길을 내려가는 것처럼 많은 식당을 지나쳐 오면 끄트머리에 이 성당이 보인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성당. 아마 이 곳이 로스포트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이었던 것 같다.

    내부는 온화한 느낌과 걸맞게 부드럽고 밝은 톤이었다.
    그렇게 많은 성당을 다녔지만 내부사진을 찍은 게 거의 없다시피해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참고..ㅠㅠ
    사진 출처/https://www.tripadvisor.co.kr/ShowUserReviews-g298535-d6491812-r741867901-Cathedral_of_the_Nativity_of_the_Blessed_Virgin-Rostov_on_Don_Rostov_Oblast_Sout.html?m=19905

    야외에는 커다란 종이 있었다.
    서유럽에서 성당 꼭데기에서 종을 울리는데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종이 아예 밖에 있는건가? 아니면 어떤 이유로 인해 분리되어있는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만진 부분은 이렇게 금색이 되어있다. 아마 원래 이 종도 이 색상이었을듯 했다.
    우리나라는 뭔가 공사를 하면 옆쪽에 가림막만 쳐놓는데 대게 유럽도 그렇지만 러시아도 이렇게 아예 통로를 만들어둔다는 점이 신기했다. 

    성당을 다 둘러보고 길을 건너가려는데 뭔 수상하고 알록달록한 이상한 버스를 발견했다.
    뭔 해골도 있고.. 코코..? 코코야????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는데 버스에서 아저씨가 나와서 따봉을 날려줬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이 버스를 보고 마구 모여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 이거 뭐야;;; 하고 친구들한테 야 여기 멕시코 버스온거 같다고 사진 보내주니까 어 그거 뉴스에서 본적 있다면서 알려준 사실은...

    멕시코 친구들이 버스타고 러시아를 왔는데 한명은 와이프? 아내의 반대로 함께오지 못해 판넬로 같이 다니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사진출처) https://lasillarota.com/mexicanos-viajaran-al-mundial-rusia-2018-en-su-camion/216933

    아 그럼 러시아에 와서 버스를 사서 도색하고 다니는건가? 했더니만 
    멕시코 듀랑고에서 시작해서 바르셀로나(스페인)-파리(프랑스)-암스테르담(네덜란드)-베를린(독일)-프라하(체코)-부다페스트(헝가리)-크라쿠프(폴란드)-빌뉴스(리투아니아)-리가(라트비아)-탈린(에스토니아)
    를 거치고... 이후 멕시코 경기가 있는 도시를 쭉 자차로 몰고 다니는.... ㅁㅊ....

    기차타고 다니는 나도 힘들어 죽겠는데 버스로 운전하면서..

    아마도 러시아에 오면서부터 화제가 되었을테니 인기가 엄청나게 많아서 남녀노소 버스 주변에 몰려들었다.

    아마 버스 안의 이분들이 그 주인공인듯? 아니면 같은 멕시코 사람이라 특별히 버스에 올라가서 사진 찍은걸수도..

    한바탕 버스 구경을 하고 와 진짜 대단하다.. 하는 경외심도 보내다 다시 번화가로..
    보통 서유럽의 건물이 고풍스럽고 예쁘다고 하지만 러시아 건축물도 보면 굉장히 화려하다고 느꼈다. 특히 이 길을 쭉 따라 내려가다보면 성당이 보이는 이 풍경이 뭔가 외국인이라 그런가 신비롭고 이국적이었다.

    건축과는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지만 예쁜 건물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섬세한데 왜 사람들은 기질이 불곰같은거야..
    이제서야 찾아보니 A.M.Baikov 라고 하는데 뭔가 도시계획자인가.. 왠지 이 도시와 관련된 사람이라는 느낌?
    원래는 꽃을 들고 있는 동상이었다. 나는 어떤 곳이든 이제 인형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전날 들렀던 오피셜샵에 가서 구경을 더 해봤다. 러시아는 파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다를지언정 정찰제로 가격이 붙여져 있어서 편리했다. 

    저녁거리로 사왔던 소세지. 비주얼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 독일식 육즙 가득한 맛을 기대하고 샀는데 식감도 별로고 맛도 별로여서 저렇게만 먹고 나머지는 버렸다..

    나름 빵에 끼워서 샌드위치처럼 먹으려 했지만 실패..

    나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서 숙소에 와서 밥을 먹으려는데 주방에서 이른 시간부터 술을 먹었는지 젊은 남자가 자꾸 이사람 저사람 말을 거는 것을 보았다.
    숙소 주인인 아민은 그냥 워낙 사람 좋게 생겨서는 성격도 너그러운지 허허허 웃었고 젊은 커플은 어쩔수 없이 대꾸를 해주는 것처럼 보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타겟이 나로 바뀌었고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자꾸 유튜브로 러시아 가수를 보여주는 것이어따ㅡㅡ (대충 러시아 트로트 느낌이었음)
    귀찮아서 그냥 대충 몇초 보다가 고개 끄덕끄덕하고 이어폰 껴고 밥만 먹고 빨리 일어나야지 하는데 자꾸 번역기까지 써가면서 말시키고 했는데 번역도 잘 안되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냥 이상하고 불쾌한 사람이라는 느낌이어서 싫었다.
    그래서 얼른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젊은 러시아 언니가 저사람 너 외국인이라고 신기해하는 것 같다면서 조심하라고 했다.

    어 알았다. 하고 씻고서 밖에 나왔더니 그 젊은 남자+또 다른 사람이 웃통을 까고 숙소를 누비고 다니고 있었다. 1차충격...

    이건 또 뭐야.. 하는데 다른 사람 방문을 벌컥 열더니 거기서 제멋대로 모자를 꺼내서 쓰고 노는 것이었다.
    누가봐도 멕시코 사람들 물건인데 숙소에 없다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대다니.... 여기서도 2차충격.  

    이사람들 뒤가 내 방인데 지나가고 싶다 얼른 가라, 시밤.. 하면서 찍은 사진. 오른쪽 사람이 자꾸 말걸던 사람이다.

    그렇게 한바탕 정신적 충격을 받고 절대 밖에 나가지 않아야지 하고 방에 틀어박혀 있는데 아민이 만두를 먹으라며 줬다.

    오 이것이 가정식 펠메니? 하고 비비고 만두 맛이면 좋겠다!하고 먹어봤는데 좀 비리고 만두피는 두꺼웠다. 그래도 호의를 베풀어줬는데 남기면 안돼.. 하고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깨있으면 뭐하나 배만 고파지는데ㅠ 하고 일찍 잤는데 4인실 도미토리에 함께 있었던 사우디 아저씨 3명은 체크아웃을 한 모양이었고, 저 위에 정신나간 러시아사람중 왼쪽 사람이 나와 다른 침대에 자리 잡았던 것 까지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창을 자고 있는데 썸네일에 '여행중 최대 위기에 봉착' 라는 글이 들어간 이유가 생긴다.. (이후 당시 생생한 나의 심정을 적기위해 욕설이 난무하니 불편한 분은 넘겨주세요..)

    일찍부터 기절하다시피 푹 잠이 들었던 밤중에 갑자기 침대가 흔들흔들하는 느낌이 들어 번쩍 눈이 떠졌다. 발아래 사다리쪽을 보니 시커먼 그림자가 보였고 누군가가 2층 침대 사다리를 타고 내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내자리는 아랫층 사람이 없었고 내가 2층이었는데 뭐야 씨발?! 하고 일어나서 봤는데 처음에는 뭔가 큰일이 난 게 있나? 싶었고 바로 다음에는 이게 뭔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올라오게 하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지말라고 몸으로 사다리쪽을 막았는데도 그걸 굳이 밀쳐내며 꾸역꾸역 기어서 내 침대로 올라오는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면서 뭐야 씨발! 뭔데 시발 미친새끼 아니야 이거!!! 하면서 야!!!!!! 내려가! 가라고!!!! (욕설 ㅈㅅ)
    하면서 발로 차면서 밀어내는데도 그걸 맞아가면서 꿈쩍도 하지 않고 그대로 그 좁아터진 침대에 누워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환장
    이새끼 진짜 뭐야 하고 얼굴을 보니 주방에서 나한테 말걸고 귀찮게했던 그 미친놈이었다. (위에 사진속 오른쪽 놈)

    아니 이거 현실 맞아? 뭐야 이 상황은?? 하면서 멘붕이 왔는데
    순간 지금 시간은 늦었고, 이 방에 이 미친놈과 뒷쪽 다른 침대에는 이놈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역시 윗 사진의 왼쪽놈)
    그리고 그 둘이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할 수 있는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고 큰소리 내면서 때리는 것을 잠시 멈췄다.

    갑자기 무서워졌다.

    아니 이거 현실이야? 왜 나에게 이런일이? 얘네 둘이 계획적으로 이러는거야? 나를? 설마? 아니, 설마가 어디있어. 어떻게 하지, 뛰쳐 내려가서 다른 사람에게 알릴까. 내가 만약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나를 어떻게 하는건 아닐까? 
    내가 뭔가를 하려고 하는게 오히려 이 미친놈들에게 자극을 주는게 되어버리면 어떻게하지?

    하고 옆에 미친놈이 누워있는 상태로 등 돌리고 앉아서 침대 난간을 부여잡고 고민했다. 체감상 별의별 생각하면서 대가리를 팽팽 굴리는데 5분은 지난듯... 머리 굴린 속도와 양을 따지면 지구 몇바퀴는 돌았다 진짜...

    결국 고민끝에
    그래. 놀랐다는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고 조용히 차분하게 내려가자.. 하면서 터져나갈 것만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심호흡을 하고서는 언제할까, 적당한 타이밍이 언제일까, 이 미친놈은 지금 눈 뜨고 있나? 나를 예의주시 하고 있나? 만에 하나 이 또라이가 이런게 실수일 확률이 있나? 
    아니, 내 침대가 2층이고 방이 아예 다른데 내 방에 내 침대 2층까지 기어오르는게 실수일리가 없지 쓰레기같은 새끼.. 뭐 잡히는거 있으면 그냥 저 머리 터트리고 싶다..

    이런 생각만 되풀이하는데 갑자기..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어두컴컴한 방에 문이 열리는 틈 사이로 사다리꼴로 밝은 불빛이 비쳐들어오는데...

    씨발 난 살았다!!!!!!!!!!!!!!!!!!!!!!!! (당시 나의 심정, 정말 눈물 났음)

    숙소 주인 아민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밤중에 내가 어두컴컴한 방에 2층 침대에 앉아서 머리 푹 숙이고 있는걸 보고 좀 놀란거 같았는데 눈이 마주치니 온화한 웃음을 보여줬다.
    안돼 그대로 가지마ㅠㅠ 아무래도 기회는 이때뿐이다 싶어서 손짓으로 파닥파닥하면서 이리 와보라고 불렀다.

    ??? 하면서 아민이 내쪽으로 가까이 왔고,
    나는 옆에 누워있는 미친놈을 가리키면서 왜 얘가 여기있냐? 하니까 그때서야 아민이 그 미친놈을 발견했고 그제서야 나는 살았다 싶어서 호다닥 침대 밑으로 내려가서 방구석으로 숨었다.

    아민은 그동안 참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모든 사람을 보던 사람이었는데..
    막 뭐라뭐라 소리지르면서 그 미친놈을 풀파워로 후드려 패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그 놈을 다리를 잡고 2층에서 질질 끌어내려서 막 발로 차고 주먹으로 마구 팼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갑자기 밖으로 나오라고 하고서는 옆방을 키로 따더니 여기 1인실이고 키 여기 있다. 
    이제 이 방 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안에서 문 잠그고 자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 나를 옆방에 밀어두고서 안쪽에서 문을 잠구고 닫았다. 아민은 얼굴이 상기되어있었고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키를 나에게 줄때는 손을 떨고 있었다.

    그렇게 덩그러니 방에 남은 나는 아직도 이게 현실인지 뭔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고.. 그대로 방 문 앞에 오랫동안 서있었다.
    그러다 그 미친놈이 기어오르고 아민이 나를 이 방에 밀어넣을때까지는 얼떨떨했는데 나에게 일어난 일이 큰 일이었구나, 그리고 내가 이제 뭔가 안전하게 됐다는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면서 서러워졌다.
    내가 무슨 호사를 누리겠다고 러시아까지 왔다가 이런 개같은 일을 당하나..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이 외국에 혼자와서는..

    아민이 밀어넣어준 방은 빈 방이 아니었다. 대충 소지품을 보니 멕시코 언니가 쓰던 방인거 같은데 뭐 알아서 하겠지...
    하고서는 침대 위에 있던 누군가의 짐을 조금씩 정리해두고  불을 켜둔 상태로 구석에 콩벌레처럼 말려서 자려고 누웠다. 내일이 경기날인데 씨발...
    그리고서는 또 서러운 감정이 밀려들어서 오열했다. 뭔가 사건?이 진행될때는 최대한 침착하려고 했는데 그 참았던 감정이 밀려오는 것처럼 그냥 한번 눈물이 터지니까 수도꼭지 고장난 것처럼 참을 수 없이 계속 줄줄 흘러내렸다.  내가 있던 옆 방에서는 큰소리가 오고갔고 그냥 그런 소리도 싫어서 귀를 막고 계속 울었다ㅜ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가 방문을 조심스럽게 똑똑 두들겼고 눈물을 입고 있던 옷으로 슥슥 닦고 슬쩍 문을 열어보니 아민이었다.

    내 짐을 챙겨와서 주고서는 이런 일이 생겨서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기다리라고 하고서는 타블렛을 챙겨와서 구글 번역기에 뭐를 열심히 적고서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는 보여주는 것이었다.

    내용은 혹시 성추행을 당했습니까? 였다.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당신이 금방 와서 큰 일은 없었다. 이런식으로 적어서 보여주니까 
    그 사람이 너를 만지거나 혹은 어떤 다른 일이 있었냐 이런 것을 더 물어봤던 것 같다.
    고민하다가 그런 일은 없었지만 시간이 더 지났으면 그런 일이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분명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고.

    아민은 그사람은 술에 취해서 자기 침대를 잘못 찾아갔다고 말했다 라고 했다. 그 미친놈은 내가 방에 들어간 후로도 술을 많이 먹었고 자기 방이 아닌 곳으로 들어가길래 아민이 뒤늦게 따라와봤다가 이런 상황을 마주친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람과 방이 다르고, 내 침대는 2층인데 실수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 방에 친구가 있었는데 둘이 계획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그래서 바로 알리지 못하고 무서웠다고 했다.

    그러니 그 둘은 친구가 아니고 여기서 만난 사람이라고 했고, 둘이서 계획하고 그런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원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월드컵 기간에 외국인에게 해를 가하면 큰 벌을 받게 되어있다고 했다.
    처벌을 원하냐고 해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머지 조사는 뭐 알아서들 하겠지. 취해서 그랬다는 개소리를 하면 이참에 술버릇이라도 고치지 않겠어?

    사실 이지경이 되니까 뒤늦게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그리샤를 만났을때 내가 혼자 여행한다니까 치한 퇴치용 스프레이 하나 사서 가지고 다니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이때까지는 괜히 짐만 늘이는 것 같고 또 어디서 구할지 몰라서 구비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됐었다.

    그래서 그런거 어디서 구하냐고 했더니 찾아봐주겠다고 했다.
    내가 피곤하다고 이제 자야겠다고 하니 아민은 연거푸 미안하다며 잘자라고 하고 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갔다.
    대화를 하는 내내 아민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나를 대했고 목소리는 나보다 더 떨렸으며 나만큼이나 충격을 많이 받은듯 했다.

    이렇게 로스토프 3일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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