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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19-20 멕시코전을 위해 로스토프나도누로!(모스크바 2트)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1. 8. 24. 02:45

    전 글에도 썼지만 내가 이당시 3일간의 일정이 너무나도 빡셌던 탓에 한번이라도 더 적어야겠다.

    16일 예카테린부르크-모스크바
           29시간 소요, 17일 도착
    18일 모스크바-니즈니 노브고로드
           3시간 40여분 소요, 경기 끝나고 역에서 6시간 대기 
           니즈니노브고로드-모스크바/7시간 소요, 19일 도착, 역에서 6시간 대기
    19일 모스크바-로스토프나도누
           23시간 소요
    20일 로스토프나도누 도착

    중요한사실) 16일부터 20일 도착할 때까지 숙소에서 잔건 16일 밤 하루뿐 ^^
    그 외에는 다 열차에서 씻고.. 자고.. 역에서 졸면서 잠 보충하고.. 뭐 그랬다.. 23시간이라니 뭐 이제는 그냥 50시간 안 넘으니까 그러려니 싶고 거리감각이 러시아 스케일로 굳어져버렸다.

    그 와중에 모스크바는 그냥 환승센터.. 뭐 본 것도 없는데 벌써 두 번이나 들렀다.

    이동거리는 이정도ㅋ 

    로스토프나도누는 영어식으로는 로스토프 온돈 이런식으로도 불리는 것 같았지만 현지에서는 로스토프나도누라고 불렀으니 이렇게 칭하되 너무 기니까 로스토프로 적기로 한다.

    사실 모스크바-로스토프 열차를 타기 전, 스웨덴 경기 끝나고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를 탔을때 룸메이트가 있었다.
    스웨덴 사람이랑 같이 있게되면 어쩌나 살떨렸는데 읭?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한국사람???

    반가운 내색을 하며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미국에서 온 재미교포였고 아버지와 함께 월드컵 보러 왔다고 했다.
    기억이 가물하지만 아마 딱 한경기 본다고 했는데 그게 스웨덴전... ㅜㅜ 나처럼 많이 실망했겠지..
    이름은 라이언. 라이언? 하니까 카톡 라이언 보여줌 ㅎㅎ


    라이언은 다소 수줍음이 있는 예의바르고 착한 청년이었다. 그리고 다다음 월드컵이 미국에서 하니까(나는 다음 월드컵 카타르까지는 알았는데 북미에서 하는지 이때 처음 알았다) 혹시 오면 연락달라고까지.. 하지만 이제는 현생에 집중해야지.. 아무래도 못가지 싶다ㅠㅠ
    라이언의 아버지는 다른 칸이라 시간도 늦었고 해서 인사도 못 나눴지만 모스크바 도착해서 만나뵙고 인사드리니 정말 반가워해주셨다. 그동안 한국사람 못만나서 목에 거미줄 쳐질 지경이었는데 정말 나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만남이었다.

    나는 여기서 또 6시간정도 버티다가 로스토프가는 열차를 타야한다고 하니 새벽에 도착해서 배고프니 일단 식사먼저 하는게 좋다고 해서 역에 붙어있는 KFC가서 함께 밥을 먹었다.
    제건 제가 살게요~ 했는데 에이! 하면서 내 밥값까지 다 계산해주심.. 크흑 오열 ㅠㅠㅠㅠㅠㅠㅠ 그때를 떠올리니 또 감동하게 되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이렇게 한국사람 만나서 인류애 충전하고나서인가 6시간 대기시간도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반갑고 고마웠어요, 라이언과 아버님ㅠㅠ

    짧지만 굵직했던 만남을 뒤로하고 힘내서 로스토프로 가는 열차를 탔더니만 이번에는 젊은 러시아 청년과 같이 방?을 쓰게 되었다.
    이름은 안톤. 나보다도 더 마른 체격이었지만 축구를 좋아해서 여기저기 월드컵 경기를 보러다니고 있다고 했다.
    처음 이미지는 차분한 것 같았는데 묘하게 러시아의 똘끼?;가 잠재되어 있어서 내가 생각하는 러시아 남자가 하는 엉뚱한 행동은 또 잘 하는 것 같았다.

    예를들면 내가 있는 칸에 거의 붙어있지 않고 이칸 저칸 돌아다니면서 러시아 사람들과 술마시고 잠깐씩 들르는데
    그때마다 같이 얼굴 벌게진 다른 러시아 청년이 같이 와서는 나에게 인사시키고 이름 말하고 사라지고 그랬다;

    그래서 친구인가? 그래서 왔다갔다 하는건가? 했더니 다 여기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고함.

    그런데 누가봐도 정말 찐친아니면 나오는 그런 분위기였어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 칸에 가서 곰그림+라씨야 적힌 러시아 국기를 좌석 뒤에 배경으로 깔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너 친구야? 하면 얘 내친구 아니야. 10분전에 처음 봄 ㅎㅎ 이러기도 하고;;
    다행인건 안톤은 술 먹었다고 시끄러워지거나 과격해지지 않고 조용하고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청년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봤던 사진을 굳이 설명하자면 저런 곰그림 있는 러시아 국기를 비경으로 이런 빡빡머리에 웃통까고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근엄한 포즈+잔뜩 상기된 얼굴로 있었다.. 대강 상상이 되리라 생각한다.

    맞은편, 도무지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안톤의 빈자리
    2등석 이상의 방 문에는 전신 거울이 달려있다.
    밖에서 본 내가 지내는? 방 모습. 무료열차를 탈 때는 늘 편안했다. 안톤은 내가 불편해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늘 문을 열어두었다. 

    아 그리고 무료열차의 단점이 딱 하나있는데,
    이전에 그냥 사비로 타고 다녔던 열차는 역 정차할 때마다 나가서 바람도 쐬고, 뭐 간식이나 음료 등등을 조달할 수 있었는데 여기는 타는 순간 내릴때까지 바깥 구경을 못한다. 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것도 아니고..

    역에 정차하는 경우 문은 잠겨서 내리지 못하고 이렇게 총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음메 ㅠㅠ

    뭐야 무섭게; 하면서 사진찍는데 맞은편 군인과 눈마주쳐서 카메라 박살낼까봐 호다닥 숨음 ㅠㅠ 

    그냥 복도나 왔다갔다 하면서 운동하고 그랬다
    열차 안에서 또 하루가 지나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감고 바스락거리며 서로 챙겨온 식량으로 아침먹는데 안톤이 먹으라며 준 과일.
    무슨 호박 절여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이거 배였음 ㅠㅠ 흔히 말하는 서양배. 단맛은 우리나라 배보다 덜하고 식감도 물컹거려서 좀 오래된 가지 같은 느낌이었다. 

    아 그리고 안톤과 술에 취한 러시아 친구들 외에 또 다른 만남도 있었는데 우루과이에서 온 가브리엘 아저씨.
    10대 중반의 아들과 남동생 셋이 왔는데 그렇게 큰 아들이 있는 나이치고는 꽤나 젊어보였다.
    간밤에 데이터 안터지는데 혹시 지금하고 있는 축구경기(우루과이 경기는 아니었음)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면서 와서 묻길래 내걸로 중계 틀어주고 보라고 했더니 경기 끝나고 아예 내가 있는 칸에 와서 만담이 시작되었다.

    내가 한국사람이라니까 가브리엘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였고, 나도 수아레즈, 포를란 하면서 웃을 뿐이었고^^ ㅎㅎ;;

    의미심장한 웃음의 이유

    가브리엘은 당연하겠지만 수아레즈를 우리나라가 손흥민, 박지성 좋아하듯 굉장히 열정적으로 좋아했다. 예전 핸드볼 파울에 대해 말해봤는데 정말 똑똑하게 잘했다고 했다.

    축구얘기도 하다가 이때는 안톤도 같이 있어서 3명이 각국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도 하고? 어원이라던가 각 언어, 글자에 대한 말도 하고 꽤나 오래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그 중에서도 현재 우루과이가 지금 영토에 자리잡으면서 정확한 년도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리 멀지 않은 근대즈음 원주민 학살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역사시간에 가르치지도 않고 슬픈 역사라면서 이런 것들도 교육해야한다며 가브리엘 아저씨가 눈물을 글썽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일본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도 자국에 좋은 이야기들만 가르친다고 말하며 정말 좋은 나라가 되고자 한다면 부끄럽게 여기는 일들도 교육을 해야한다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보니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 셋은 열심히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내가 일본과 중국은 국명이 이런 뜻이다 하면서 알려주는데 안톤과 가브리엘 아저씨는 중국 뜻을 듣고 빵터졌다. 세상의 중심? ㅋㅋㅋㅋㅋㅋㅋ 하면서.

    Mulita라고 하는 동물인데 읽는건 물리타인가? 귀엽고 순하게 생겼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우루과이 동전이라며 이 동전을 줬는데 그림은 우루과이에 있는 동물이라고 했다.
    내가 아르마딜로? 하니까 그건 아니고 비슷한 다른거라고 했는데 뭐가 다른지 모르겠.... 
    아무튼 가브리엘 아저씨와는 새벽까지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고 로스토프 도착해서 덕담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그래도 우루과이가 포르투갈을 이기고 8강까지 갔으니 즐겁고 행복하게 여행하다 돌아갔겠지?

    그동안 탔던 다른 열차에는 이런 것들이 없었는데 각종 편의를 위한 자판기도 열차 안에 있었다. 품목은 대체로 스마트폰과 관련된 케이블, 이어폰등등.

    아이폰 케이블 제조사의 상태가??????

    그리고 또 독특했던 점은, 차장 이모가 아예 고급진 천이 깔린 트레이에 여러 월드컵 기념품들을 얹어서 들고다니면서 방문판매를 했다.
    전날 한참 얘기하는 도중에 방문판매하러 오셨는데 곱게 차려진 트레이 위에 정말 여러가지 물품들이 있었다. 사실 도시에 가판대 가면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너무 정직하게 정가라 비쌌음 ㅠㅠㅠㅠㅠㅠ
    차장 이모가 이것저것 그 많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오랜시간 설명하니까 누군가는 사야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결국 가브리엘 아저씨는 수건 비스무레한 것을 구매..(크흡 ㅠㅠ)
    나는 어차피 사야했으니까 열차에서 자주 빌려썼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기념품 컵 셋트는 없냐고 물어보니 차장 이모의 표정이 자본주의의 힘으로 굉장히 밝아지고 화색이 돌았고 ,나를 차장실에 불러와서 행복한 표정으로 카드를 긁었다.

    시간은 여차저차 흘러서 열차는 로스토프에 도착했고, 내가 차고다니던 시계가 배터리가 다해서 혹시 살 수 있는 곳 없냐고 물어보니까 같이 사는거 도와주겠다고 해서 열차에서 처음 만난 러시아 청년2+안톤+나 4인팟이 급 결성;;;;

    이 친구들 중 한명의 이름은 세르게이였음. 아마 오른쪽 친구였던듯? 큰 덩치에 토끼귀가 잘 어울렸다..ㅎ 붉은색 티셔츠가 안톤.

    당연하겠지만 안톤은 한명은 어제 잠깐 처음 본 사람이고 또 한명은 지금 처음 본다며 내 친구 아니라며 거리를 두고 싶어했다..ㅋ.. 저는 다 처음보는 사람들인데용 ㅠㅠㅠ 러시아 감성은 이런거야?

    심지어 이 친구들과는 역에서 시내까지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했는데 그와중에 버스에 타고 있던 어떤 사람에게 한명이 말을 거니까 한 5명이 그 대화에 끼어서 대화를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인양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단편적인 것으로 전체를 판단하면 안되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쿨하게 서로 말을 걸고, 참여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았다.

    그렇게 뭐지 이 상황은? 나만 외국인이라 이런 상황이 낯선거야? 하는 사이에 시내에 도착했고, 이 4인팟은 내시계 배터리를 위해 한시간 정도 함께 거리를 방황했다 ㅠㅠ
    쇼핑몰 같은 곳도 가보고 시장 같은 곳도 가보고 했는데 도통 없어서 결국 비싼 시계 파는 곳?에 가서야 배터리를 바꿀 수 있었다.. 가격은 7천원 가량 줬던 것 같다.
    아니 한국에서도 길가다 시계 고치는 분께 맡기면 2,3천원 컷인데! + 내 시계는 만원정도하는 싸구려인데! 하는 생각에 다소 시무룩ㅋㅋ

    마침 숙소도 근방이라 사진찍고 이 착한 러시아 친구들과 헤어졌다. 고마웠어 친구들! 그 때 갈았던 배터리 오래오래 썼어요!

    그리고서는 찾아간 숙소는 체크인이 한참 멀어서 짐을 맡기고서 로스토프라는 도시를 가볍게 둘러보기로 했다.

    시내에 있는 표지판이 팬 페스트, 티켓팅센터, 팬ID센터, 셔틀버스 타는 방향을 알려준다. 

    월드컵 기간 내내 날씨는 늘 좋았던 것 같다. 너무 좋아서 많이 더웠지만..
    러시아는 고양이를 좋아한다더니 이런 동상에도 냥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예뻐해서 그런가 온 몸이 맨질맨질했다.
    역시나 로스토프에도 2차 세계대전 기념물이 있었다.

    그동안에는 길가다 가판대나 큰 마트에서 기념품을 조금씩 샀는데 이렇게 제대로 된 오피셜 샵에서 구경을 해본 적이 없어 구경하기로 했다. 

    남아공때는 부부젤라가 남아콩월드컵 특산품이었다고 하면 러시아는 이 털모자가 특산품이었다. 굳이 이 오피셜 샵에서 사지 않아도 많은 곳에서 다양한 색상의 털모자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귀돌이 모자가 3650루블, 7만원이 넘고 귀 없는건 기억나지 않은데 5만원 이상이었지 싶다.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정도;;

    이건 큰 마트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미니 피규어인데 인기팀(독일, 멕시코, 우루과이 등등)은 이렇게 자비바카가 해당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중 우루과이가 공을 물고 있어서 가장 귀여웠다.

    이 자비바카 털모자는 계속 가지고 싶었는데 도통 볼 수 없어서 만지작거리는 와중에 직원이 슬쩍 와서 이거 인기 많다고 지금 딱 하나 남았다고해서 사버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격은 1,500루블, 3만원 ㅂㄷㅂㄷ 나중에 만원정도 더 싸게 파는 곳 발견해서 오열..

    그래도 모자는 귀여웠다. 그거면 됐어..

    저기 성당이 보이는 이 거리가 가장 번화한 곳 같았다. 사람들도 많고 여러나라에서 온 축구팬들로 북적였다. 

    여기도 레닌!

    그리고 드디어 숙소 체크인 시간이 되어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서 2층 침대의 윗층에 자리잡고 쉬기로 했다. 아무래도 당장 다음날이 멕시코전이라 멕시코는 당연하고 우루과이 사람들도 많았는데 편견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남미 사람들은 시끄럽...
    그리고 이건 어디든 다 그렇지만 뭉치면 더 시끄러운데 이게 2중첩이 되니까 무슨 시장바닥에 와있는 것 같이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다인실이니 어쩔 수 없지 하면서 그냥 핸드폰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맞은편 침대에서 낯익은 한국말이?

    오 한국사람이넹.. 하고 굳이 아는체 하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터라 굳이 말을 걸지 않았는데 어쩌다 내가 한국말을 건네게 되었고 어? 한국분이셨어요?? 하고 고맙게도 반가워해줬다.
    그렇게 말을 나누다가 함께 밥을 먹으러 나갔다.

    식당 찾기가 힘들었는데 대강 괜찮아보이는 곳으로 가서 자리잡았다. 이제보니 꽤 좋은 곳 같다ㅎㅎ
    식당에서 콜라 시켰을때 가장 화났던 건 이런 쥐똥같이 작은 콜라가 나오는 것이었다. 살면서 이런 자그마한 콜라가 있는지 처음 앎. 크게 두모금하면 사라진다.

    모처럼 혼자 여행온 같은 처지의 한국사람을 만나 반가웠던데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숙소에서 만난 이친구는 무려 월드컵 결승전까지 티켓을 사서 결승까지 보고 가는, 그야말로 제대로 월드컵을 즐기고 가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나도 러시아에서 돌아다닌 경험담을 말하며 크라스노야르크스에 스톨비 국립공원을 가려고 하니까 투어가 가려는 사람이 나뿐이라 십몇만원을 내라고 하더라~ 하니까

    어?
    하면서 놀랐다. 왜요? 물어보니 혹시 블로그 하세요? 라고 하는 거시어따..

    아니요, 파워 블로거 이런거 아닌데? 라고 하니 아.. 근데 진짜 똑같은 얘기를 봐서..

    설마 그거 나??

    헠.....;;;; 혹시나 싶어서 어, 어느 블로그인데요..? 하고 나쁜짓하다 걸린 범죄자처럼;;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나즈귤이 간다인가...

    허미 ㄷㄷㄷㄷㄷㄷㄷ

    지금은 비공개로 해두었지만 나는 여행 초기 남아도는게 시간이겠다 할 것도 없겠다 다소 꾸준히 사진 몇장과 간단한 일기?를 올렸었다. 그렇게 적어둔 글을 봤던 것이었다..! 창피한데 여기서 아니라고 할까, 모른체 할까 하다가 그냥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그거 저에요....

    예상대로 이 친구는 진짜냐며 굉장히 놀랐고;;;
    나는 아니, 그걸 진짜로 본 사람이 있고 그 중 한 사람이 이 친구야? 싶었고,
    이친구는 아니, 그 사람이 이 사람이라고?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며 월드컵 티켓팅 하는 방법과 과정, 무료열차며 여러가지를 꽤나 열심히 올려뒀었는데 그것부터 봐왔다고 했다. 러시아로 오기 전까지도 보고 왔다고...ㅠㅠ 아니 그런 이상한?것들을 다 봐줬다니 너무나도 황송할 따름이었다. (사실 지금도 가끔 잘봤다며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있는데 감사합니다..!)
    이 친구는 내가 당연히 남자일거라고 생각했다길래 나는 뭐 굳이 성별 밝힐 필요도 없고 사실 좀 드러내고 싶지 않다보니 당연히 그렇게들 생각했을 것 같다고 했다.

    서로 이런 진귀한? 일과 신기한 인연에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홀로 여행와있는 여행객인 것만큼은 같았다.

    러시아에서 많이 먹는 보르시. 여기서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맛이 낯설지 않았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식 커틀릿이라고 해서 시켜봄. 생각보다 작아서 실망 ㅠㅠㅠ 대왕돈까스 주세요..
    펠메니. 이것도 정말 많이 먹는 것 같던데 보는 것과 같이 만두다. 다소 고기냄새가 나서 못먹는 것들도 있었는데 꽤 괜찮았다.
    궁금했던 우크라이나식 커틀릿은 자르니 이렇게 육즙이 나왔다. 맛있었음 ㅠㅠ

    밥 다 먹고나서는 산책할겸 소화시킬겸 여기저기 둘러보기로 했다.

    에어컨이 다 LG여서 신기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친구들이 예쁜 옷을 보고 노래부르고 있었다. 갔을 때는 거진 막바지라 거의 못 봐서 아쉬웠다.

    강 건너 보이는 화려한 경기장이 내일 멕시코와 경기를 할 곳이다. 역시나 강변을 끼고 있었는데 이 경기장도 꽤나 예뻤다. 아무래도 나는 동그란 모양의 경기장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진 한장 남겨둔 것이 없지만 이렇게 강변을 산책하는 데는 사람들이 꽤나 북적였고 우리나라 한강처럼? 뭐 식당도 있고 현지인들도 많았다.
    그 틈에 끼어서 독자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하면서 걷는데 앞서 가던 젊은 러시아 여성 둘이 자꾸 심각한 표정으로 뒤를 몇번이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동안 글쓰면서 몇번이고 썼지만 나는 주목받는 것을 싫어한다. 어딜가도 튀는 것보다는 무색무취로 묻혀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이렇게 여행중에 누군가가 자꾸 쳐다보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었다.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보니까 그래 나 아시아인이다. 그만 좀 봐.. 하는 심정으로 신경쓰지 않고 있는데 갑자기 둘이 속닥거리더니 우리에게 다가와서 말을 했다.

    아 유 코리안?

    하길래 맞다고 하니까 환하게 웃으며 너무나도 좋아하는 것이었다..

    한국사람이라고 했을 때 좋아했던 건 크라스노야르스크 증기선 박물관?에서 만난 젊은 러시아 언니뿐이었는데.. 앗. 혹시 러시아의 젊은 언니들에게 방탄소년단이 인기가 많다보니 그런건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한국사람이라고 좋아해주고 환영해주는 분위기가 훨씬 나은것은 말하나 마나 당연한 것이다보니 너무나도 고마웠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다이소에서 산 전통문양 스티커와 책갈피 이런 변변찮은 것들만 있어서 뭔가 많이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이름 뭐냐고 물어보고 한글로 이름이라도 적어줄 것을 ㅠㅠ 아니면 한국말이라도 많이 해줄걸..
    그렇게 다 같이 사진 한 장 찍고 러시아 언니들과 헤어졌다.

    그동안은 쭉 혼자서 사무치게? 외롭게 여행하다 이상하게 니즈니노브고로드를 떠나면서부터 쭉 만남이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러시아 사람들에게도 환대를 받으니 인류애가 충전되고 그동안 지쳤던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그냥 아 혼자 오래 여행하지만 이렇다면 꽤 괜찮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하며 이런 기분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랐고 로스토프의 밤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런데 그짓말처럼 이후에는 이런거 거의 없었... (왈칵)

    최대한 가까워졌을 때 찍어본 경기장. 예뻤다.
    가로등도 모두 자비바카! 별거 아닌데도 월드컵에 신경을 많이 썼구나 하는 것들을 이렇게 볼 수 있었다.

    이 날은 오랜만에 제대로 숙소를 잡아서 기차가 아닌, 침대에서 잘 수 있어서 행복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해하며 오랜만에 푹 잠을 잤다. 

    20일에 로스토프 도착했는데 경기는 현지시간 23일이어서 여유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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