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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18 니즈니 노브고로드, 대한민국VS스웨덴전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1. 8. 11. 21:58

    전날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29시간 열차를 타고 와서 숙소에서 월드컵 티켓까지 우여곡절 끝에 받아들게 되었고..
    스웨덴전은 니즈니 노브고로드라고 구글맵에서 모스크바 출발로 찍으니 자차 6시간이 나오는 곳이었다.

    티켓 구매자만 이용할 수 있는 무료열차를 예매해둬서 타는데 정보를 보니 철도라 그런지? 3시간 50분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와있었다.

    경기는 오후 3시 시작인데 아침 7시 15분에 출발, 오전 11시에 도착 ㅠㅠ
    경기시간에 가까운 열차편도 있었지만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느니 넉넉한게 낫지않나? 싶어서 이런 노답 일정이 탄생..

    더욱 놀라운 것은 경기 끝나고 밤 11시에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갔다가(당일 18일),
    다음날 새벽 6시 반(19일)에 도착하고,
    멕시코전이 있는 로스토프나도누로 23시간 열차를 타야함. 내리면 20일;
    당시 월드컵이라 숙소가 마땅치 않았고 돈아끼려고 했던 안일한 마음가짐이 콜라보 되어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정이 만들어졌다.
    이때가 지금보다 3년이나 젊어망정이지 지금이라면 일단 경기 3시 시작인데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일정부터 만들지 않을듯.

    이제 차근히 적어나가보도록 하자...

    숙소에서 역까지 걸어서 30분인데 아침부터 힘들어서 택시를 탔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빠르게 도착하긴 했는데 잔돈 천원 먹어버린 택시기사.. 여기는 이상하게 잔돈을 잘 안주던데 내가 외국인이라서 당한건가???
    이후 수번 택시를 탈 때마다 잔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현지 생활 해본 분들 무엇이 진실인가요 엉엉 ㅠㅠ

    모스크바에는 서울의 용산, 청량리, 서울역처럼 여러 역이 있는데 무료열차 때문에 자꾸 들러야해서 다 가봄.... 어느 곳은 낡았는데 어디는 또 번쩍번쩍했다.
    그리고 모스크바에 와서야 드디어 한국사람들을 만났다 ㅠㅜ 반가워요.. 러시아는 언제 오셨나요.. 러시아 구경은 좀 하셨나요?

    이것이 러시아에서 제공하는 무료열차. FREE RIDE라고 적혀져 있어서 일반 열차와 구분할 수 있다.
    이 무료열차는 예약할때부터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정말 탈 수 있을까 걱정하며 탑승. 열차는 최신식에 굉장히 깨끗했다. 혹시 이거때문에 새로 만들어서 배치한거 아니야? 싶을 정도였다.

    남는게 시간뿐이라 미리 자리 찾아 앉았더니 이게 무슨 일이지.. 4명이서 마주보고 앉는 자리였다.
    그런데 건너편에는 6명이 마주보네.. 저 자리가 아님에 위안을 받았다.

    예약할 때 이렇게 마주보는 모양을 한 좌석이 있었는데 나는 그냥 지금껏 탔던 침대 좌석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뭐 가는동안 자면 금방 도착하지 않을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좌석을 선택했던 것이다.

    나는 한국사람을 만난지 너무 오래되어 좀 한국 분위기는 어떤지 물어보고 이런저런 여행 얘기도 했으면 좋겠다 ㅎ 했는데 뭔 나빼고 마주보는 3명이 스웨덴 사람이었음....
    전체적으로 열차는 스웨덴7 타국적2 한국1 정도의 비율이었던 것 같다. (칸바칸이겠지만 적어도 내 칸에서는)

    뻘쭘..


    자리 찾아서 온 노란 유니폼을 입은 긴 다리의 금발, 그들도 나를 보고 얼음이 되고 나도 보고 하이 굿모닝 하고서는 서로 말이 없었을 뿐이고.....
    셋이 아는 사이였던 것 같은데 내가 있다고 서로 말도 하지 않았다. 북유럽 사람들 특인가; 그정도까지 배려하지는 않아도 되는데요... 내가 미안하다...;
    게다가 안그래도 다리 긴 건장한 청년들인데 마주보는 공간이 너무나도 작아서 서로 다리 안닿게하려고 척추 뒤틀려서 얼기설기 다리 놓고 가는거 보니 이게 뭔 고생인가 싶기도 했다.

    나는 그냥 그 틈바구니에 끼어서 마주보기도 뭐하고 ㅠㅠ 마침 창가라 창 밖 풍경만 봤는데 그렇게 3시간 넘게 버틸리가 있나, 그냥 창문에 머리박고 기절해버림;

    뻘쭘했던 와중에 뭔가 하트모양 구름같아서 찍어봄

    여차저차 시간은 흐르고 열차는 충실히 목적지까지 나를 옮겨주었고 역에 내려서는 경기장 걸어가게 되어있어서 그냥 사람들 가는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경기장까지는 30분정도 걸었지 싶다.

    역에서 경기장 가는 길목을 아예 다 차 없는 도로로 막아버리고 가는 내내 축제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가면 갈 수록.....

    이 세상은 이제 노랑/파랑만 있는 건가요..?

    여기.. 스톡홀름?????? 여긴 어디????

    경기 시작전부터 웃통 까는 팬들도 다수, 이런 사람들 틈에 있자니 내가 기이한 생명체가 된 느낌?
    자기네들은 다수면서 왜 나보면 그렇게 쳐다보고 그래ㅠㅠ 한쿡싸람 보고 시퍼요 한쿡싸람들 다 어디갔어요 ㅠㅠㅠㅠ

    경기장 가서야 이렇게 빨간색 옷을 입은 한국사람들을 볼 수 있었지만 나처럼 혼자온 사람은 없어보였다...
    말도 걸고 하고 싶었는데 보통 일행이 있는 무리에 말걸면 사기꾼같이 생각하고 경계하는 편이라 그냥 굳이 불편함을 주지 말자, 했다. 그나마 난 혼자가 아니야! 라는 안도감이 생기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뭔가 행위예술?하는 분인가 난 혼자인데도 열심히 마임을 보여주셨다. 감사합니다 ㅜㅜ

    경기장 뒤로 보이던 이름모를 성당. 색조합이 예뻐서 나중에 다시 가야징. 하고 못감 ㅎ
    역시 여행하면서 나중에. 하고 미뤄두면 다시는 돌아볼 기회는 없는 것 같다.

    경기장 안에 들어오면 모든게 다 비싸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말그대로의 경기장 내부에 들어올 때 티켓, 짐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 한참 바깥에서 줄서서 받고 들어오는데 이 때 모든 음료, 뚜껑달린 텀블러 물병 등등 다 내다 버려야 하고 개인적으로 챙겨온 다른 음식도 다 버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음식도 다 경기장에서 파는 것들만 먹어야 하는데 여기 물가 미침.

    오피셜 팬샵만 해도 저기 루블가격x20원 하면 한국 원화 가격인데 유니폼 12만원, 국가별 기념 티셔츠 4만원ㄷㄷ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실정. 바글바글..

    콜라나 생수 작은병 4천원 ^^ 앞서 적었지만 챙겨온 모든 식음료는 입장할때 다 버리게 해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
    예전에 팬페스트 갔을 때와 같이 사는 즉시 물병 뚜껑을 따서 주기 때문에 그 순간부터 탄산은 빠른속도로 날아가버린다.. 뚜껑 닫은 채로 경기보다 흥분해서 날리면 여러 사람이 다칠 위험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경기장은 새로 지어서 반짝반짝하고 예뻤다. 흰색/하늘색/파란색의 조화가 시원시원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조합이라 더 그랬는지도?

    니즈니 노브고로드 방문 기념샷

    경기장 안에 들어오면 자기 표에 맞는 섹터로만 입장 가능하고 다르면 위치를 알려줬던듯 하다.

    러시아 경기장 특) 강을 끼고 있음. 그리고 강에 경찰이 배타고 빡세게 돌고 있다. 아래 보면 총든 경찰인지 군인도 있음ㄷㄷ 
    아무래도 세계적인 대회다보니 테러 위험도 있고 해서 그런 것 같았다.

    경기장은 참 예뻤음. 

    경기시작
    나름 중형?태극기도 등장
    내 자리 뷰. 사람들이 키가 커서그런가 어지간한 남자가 앞에 앉으면 이렇게 가림;;
    아르헨 아저씨가 왜 여기에... 모자를 보니 남아공 월드컵에도 다녀온 분이었지 싶다.
    경기가 넘모 재미없었음.. 정말 내가 이거 보러 여기까지 온건가 현타가 올 정도로.

    결과는 뭐 다 알다시피 뭐 제대로 한 것도 없고 뭘 한건가 싶을 정도인 노잼 돈낭비 경기였음.
    우리나라가 제대로 슛 때린적은 있기나 한가? 내가 혹시 못본게 있는건가? 했는데 기록보니 그게 다였고. 기억에 남는건 하나도 없는 망한 경기.

    나중에 어떤 선수가 밝히기를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무기력했다고 하던데 정말 내가 전날 29시간 기차타고 와서 잠도 얼마 못자고 아침 11시에 도착해서 5시경기 배 곯아가며 기다리며 본 것 치고는..?ㅋㅋ

    그리고 나름 용기내서 경기장에 한복 입고갔는데 아무도 이걸 한복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듯하다..
    카메라에 잡히려면 역시 독일전 어우동 언니처럼 입어야..
    옆자리에 멕시코 아저씨가 유일하게 관심보이며 사진찍자고 해서 같이 사진 한장찍은게 다였다.

    내가 월드컵 보러 간다고 하니 친구들, 가족들 모두 나 카메라에 잡히나 경기 보겠다고 했는데 이런걸 보게했다니.. 경기가 너무 막장이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하면서 진짜 찾아가서 사과하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내자리 위치선정 쩔어따...
    스웨덴팬들은 한블록 옆이라 잘 안보이고 근처는 거의 러시아 현지인들이라 분위기가 잘 표현되지 않는게 아쉽

    그렇게 경기는 스웨텐의 PK골이 결승골이 되어 1:0으로 끝나고
    스웨덴 팬들은 경기가 끝나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노래부르고~ 즐겨요 이기분~ 좋겠다 임마들아ㅜ

    그런데 나는 이왕 월드컵 온 김에 한국이 조별 탈락하면 조1위 경기를 따라가는 8강경기까지 티켓을 끊어놨고, 스웨덴이 1위하는 바람에 얘네도 축구 노잼으로 하는데 그걸 또 8강까지 봐버림 레잔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라리 멕시코를 따라갔으면 재밌기라도 했지..

    월드컵 경기 특) 경기 끝나면 순식간에 사람들 다 사라짐.
    내가 한시간정도? 경기장에 있다가 청소하는 느낌이라 나왔는데 그 많던 사람들 다 사라지고 관계자만 있었다..
    어딜봐서 여기가 방금 경기가 끝난 경기장으로 보일까 싶을 정도로.

    러시아 여행하면서 가장 깨끗하고 시설 좋았던 화장실은 경기장 화장실이었음. 진짜 여기 앉으면 변비도 다 완캐되어 쾌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힘 없이 터덜터덜 다시 역으로 돌아가자... 고마웠다 니즈니 노브고로드

    역으로 가는 도중에 러시아 털모자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인기가 많았다.
    그 앞에 있던 곰모형인데.. 러시아라 그런가 이게 왜 모형 같지 않고 혹시 박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의 스웨덴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중국인인데, 중국이 월드컵 진출에 하지 못했지만 티켓파워로는 TOP10안에 들었던 것으로 알고있다.
    그래서인지 어딜가도 이렇게 중국인들이 많았고 특히 독일전때 독일 유니폼 입은 동양인은 다 중국인.
    독일 응원을 독일인만큼 얼마나 열심히 하던지 솔직히 상대편 입장에서 얄밉고 싫었다. 독일 지니까 씁쓸한 표정 짓던데 그걸 보며 까알깔깔깔깔~ 얼마나 통쾌했던지. 그것도 한국이 이기니까 더 기분 나빴겠지? 깔깔깔

    니즈니 노브고로드는 어느샌가 몇만명이나 되는 그 많은 사람들이 증발한 썰렁한 도시가 되었다.

    불과 몇시간 전에는 이렇게 사람들의 함성소리, 노래소리로 가득한 곳이었는데 

    해는 져가고 사람들도 없고 나는 혼자고 경기는 졌고 힘들어 죽을 것 같고 현타가 왔다.
    낮에 스웨덴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여긴 어디? 했다면 이때는 나는 누구? 하는 쓸쓸함이 덮쳐와서 괜히 울적했다.

    나중에 아르헨 크로아티아 경기도 여기서 한다니 그때 재밌겠네~ 하면서 터덜터덜 역으로.. 

    역에 자리를 잡고 예약해둔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를 대기타기로 했다.
    경기 시작이 오후 3시였고 종료 5시즈음이었는데 모스크바로 가는 열차가 밤 11시였으니 뭐 한 4-5시간정도?대기해야 했다. 같은 열차를 기다리는건지 앞에는 멕시코 가족이 자리잡고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영양부족으로 쓰러질까봐 컵과일도 샀다. 따끈따끈한 파인애플이라.. 하와이안 피자가 생각났다. 
    음료는 체리맛 메시 펩시 선택! 진짜 맛 별로였음

    역 바로 옆에 큰 마트가 있어서 이것저것 식량을 사와서 우적우적 먹으며 버텼다. 그나마 물가가 저렴해서 생각보다 잘 때운 편.
    정말 빈곤의 극치인데 고프로나 가져가서 여행기를 그냥 영상으로 남길걸 그랬나보다.

    옆자리에는 아르헨 팬이 있었음.
    위에 티켓파워 얘기하며 중국인 말을 했는데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은 정말 그 나라 응원뿐만 아니라 축구 자체를 좋아해서 월드컵에 온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인가 어딜가도 축구 진짜 재밌게 열정적으로 봤다.

    빨간색 컵은 해당 경기 기념 한정템이다.
    월드컵 경기를 보러 가서 매점에서 음료를 사면 이렇게 해당 경기를 기념하는 컵에 담아 준다.(날짜와 매치데이, 해당 경기 국가이름이 적혀있음. 다 떨어지면 그냥 러시아 월드컵만 적혀있는 것으로 대체) 
    이걸 모르고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는 사람들은 경기 끝나면 줍줍하느라 정신없었다.
    나도 주변사람들에게 기념으로 주려고 같이 줍줍해서 많이 챙겼다. 그런데 독일전은 워낙 인기가 많아서 힘들었음ㅎㅎ 

    밤 11시가 되어 열차에 탑승, 모스크바는 다음날 새벽 6시 반 도착이었다.
    또 올때처럼 마주보며 가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 이런 상태 좋고 깔끔한 4인 침대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인실이지만 사실상 배정은 2명까지만 해줘서 대박나이스빠레. 러시아가 정말 노력을 많이했구나 느낄 수 있었던 부분.

    이런 열차라면 나중에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라면 이 좌석으로 예매해서 탄다 싶을 정도로 쾌적하고 좋았다.
    그리고 워낙 가는 시간은 4시간이면 되는데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7시간 반정도? 걸려서 내려주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이렇게 나는 다시 베이스캠프인 모스크바에 두번째 방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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