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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15 예카테린부르크, 또 다른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1. 7. 29. 03:46

    전날 멋도 모르고 개막전 보러 나갔다가 늦게 들어와서 기절하고 일어나보니 어느덧 예카테린부르크 3일째가 되었다.

    이 날은 하바롭스크에서 만난 블라디미르가 소개해준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너 어디어디 갈 예정이냐고 해서 말하니까 예카테린부르크에도 친구가 있으니까 연락해준다고 해서 괜찮다고 했는데 좋은 친구라며 추천해줬다.

    왓츠앱 안 쓰는데 이래저래 설치해주고나서 블라디미르와 헤어지고나서 이 곳에 도착하기 며칠 전에 연락이 왔다.
    벌써 3년이 지난지라 어떻게 만났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아마 역에서 만났지 싶다.
    그 전에 왓츠앱으로 연락을 하면서 이르쿠츠크에서 박살난 카메라 필터를 사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아 혹시 여기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도 물어봤고 고맙게도 찾아봐줬다.

    그의 이름은 그리고리. 그리샤라고 부르라고 했다.
    오 이거 카프카 변신에서 나온 이름이랑 비슷하잖아? 해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나는 그리샤의 차를 타고 예전에 하바롭스크에서 블라디미르(보바)가 빡세게 속성 가이드를 해준 것처럼 똑같이 3시간 반동안 많은 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처음 갔던 곳은 우랄 연방 대학.

    날씨는 겁나 추워서 패딩입고도 덜덜 떨면서 다녔다. 햇살이 밝아보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해가 구름에 가려지면 굉장히 추워서 사진 찍는데도 손이 달달달 떨렸음..

    우리나라 대학 정문과는 달리 여의도 공원 광장만한 공간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요즘이 뭐 대학 졸업시즌이라고 했나 그랬는데 왼쪽의 한 무리가 쓰고 있는 하이바?같은 모자에 메세지를 적어주고 하는 것이 대학 졸업식 풍경이라고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민들레를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놔둬서 이렇게 무성히 자라는 것인가..
    이유가 뭐든 초록초록하고 노랑노랑한 기분 좋은 색 조합이 예뻤다.

    평소에 걷는 속도로 함께 걸어가는데 그리샤가 너 왜이리 빨리 걷냐고 해서 평소에도 이렇다고 하니까 내가 너무 빠르다고 했다.
    그런가? 하고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길이 좁고 사람이 많아서 밀리면 민폐고? 앞이 막히면 나도 답답한 마음에 빨리 질러가고 하는 것이 몸에 배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을 말해주니 여기는 사람도 얼마 없고 길도 넓으니까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 해서 아. 그렇구나 하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기는 비틀즈를 기념하는 곳이라고 했다. 저기 보라고 비틀즈라고 해서 보니 응? 진짜 비틀즈라고 적혀있었다.

    이곳은 쿼티 키보드ㄷㄷ 러/영 자판이 있었다.
    말을 들어보니 개발자들이 여기와서 술까고 마시다 자고 일어나서 다시 회사가고 한다더라.... 후덜;

    이런 개천?이 흐르는 공원변에 쿼트 키보드, 비틀즈가 있었다.

    이건 카메라 필터 사러 가는 길에 봤던 곳 같은데 돔처럼 되어있는 것이 신기해서 무슨 우주관측?시설인가 싶어서 저거 뭐냐고 했는데 서커스장이라고 했다.
    오.. 역시 대도시는 다르구만. 그동안 봤던 곳은 규모가 굉장히 작아보였는데..

    필터는 어디 커다란 쇼핑몰에 입점해있는 카메라 가게 같은 곳으로 갈 줄 알았는데 어디 구석진? 사진/영상 전문점으로 가서 구매했다.
    그리샤가 아마존인지 얀덱스인지 뭔가 노란색의 홈페이지에서 가게에 연락을 해서 미리 산다고 예약을 해뒀다고 했다.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여주며 말하니 직원이 물건을 꺼내왔고 내가 얼마에영? 하니까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줬다.

    3500루블.

    네???????

    저 약 5만5천원은 21년 현재 환율이고 당시에는 6만원정도였....
    나는 한 3, 4만원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아니 러시아산 사면 더 싼거 아니었냐고... 하지만 나 혼자로는 어디서 살지도 모르고 필터는 필요하니까...

    네 주세요....

    샀다. 3,500루블.

    참고로 내가 쓰는 필터는 CPL필더라는 것인데 하늘의 반사광을 줄여 하늘을 더욱 푸르고 쨍하게 찍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나는 풍경사진을 많이 찍으니까 거의 필수로 쓰는건데 한국에서는 겐코, 호야라는 브랜드 것으로 4만원내로 구입해서 쓰다가 이르쿠츠크에서 박살냈고..
    여기서 산 것은 뜻밖의 큰 지출에 충격을 먹었나 아예 케이스조차 사진 찍은 게 없네ㅠㅠ 
    어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어가 잔뜩 있었고 러시아 브랜드인 것 같았다. 그래도 샀으니까 다행이지 ㅠㅠㅠㅠ 덕분에 스페인에서도 잘 썼다.. 그런데 또 여행중 어디선가 박살나서 버렸던 것 같음.

    그런데 이 CPL필터를 끼워서 사진을 촬영해도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냥 없이 해도 어느정도 보정으로도 살릴 수 있었지만.. 나는 원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구매자체는 그렇게 후회되지는 않는다. 잘 썼지.. 그래..

    단지 살때 그리샤가 이게 그렇게 비싸다고? 정말 사는거야? 돈 많아? 하는 표정인 것 같아서.. 아니 나도 비싸..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어디론가 이동하는데.. 뭔 땡크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널려있지?? 역시 러시아는 이런 곳인가!?
    저는 이런거 전쟁기념관에서 밖에 못 봤는데요!

    내가 신기해하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하니까 사진찍어준다고 해서 찍었다.
    꽤나 마음에 드는 사진임ㅋㅋ

    이곳은 아프간 전쟁 추모공간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는 조국전쟁(2차 세계대전)에 관한 추모공원을 늘 봐왔는데 여기서는 못봤다. 있긴 했을 것 같은데..
    대신 그리샤가 여기를 데려와서 덕분에 아프간 전쟁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전쟁의 시작은 이념때문이었다.

    우리나라가 6.25로 인해 이념의 전쟁터가 되었듯이 아프간에도 사회주의 세력/자본주의 세력으로 싸우니까 대표되는 나라가 지원하고 참전하면서 큰 싸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10년간 전쟁을 했고 소련측 사망자만 15만명이라니.. 이런 이념으로 인한 전쟁은 한국전쟁이 마지막이라 생각했었는데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중에 찾아보니 10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로도 계속 몇번의 전쟁이 있던건 것 같고 사진 속 뒷쪽을 보니 2000년대까지 기념비가 세워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 그러고보니 배경이 아프가니스탄인데 연을 쫓는 아이. 라는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문득 생각났다. 
    주인공이 아버지와 함께 내전으로 인해 미국으로 망명을 갔는데 수십년 뒤 아버지가 아파서 병원에 갔던 장면에서 진료하는 의사가 러시아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몹시 화를 내며 진료실을 나와버리는 장면.
    아마도 이런 일들 때문이었겠지. 

     

    당시 젊은이들은 쓸데없이 희생을 당했다고 생각했고 이 전쟁은 소련의 경제와 여러 분야에도 많은 악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이 기념물도 그런 느낌으로 만들어진 것 같고.. 뒤에서 바라본 지치고 슬퍼보이는 병사의 뒷모습을 지나 보이는 소련의 붉은 별은 병사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

    굳이 설명이 있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바닥에 누군가가 그려둔 알록달록한 예쁜 유니콘. 이 공간과 어울어지니 뭔가 슬퍼보이기도 했다.

    이 공간을 둘러보면 뭔가 많은 것들이 있었는데 소련 느낌이 나는 것들이 유독 많아서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저 빨간 소련을 상징하는 별.

    공연장?인 것 같았는데 상단부에 군복을 입은 병사의 모습이 있었다.

    여기 있는 도중에 그리샤가 전화를 받았는데 와이프라고 했다.
    처음에 만나면서부터 저녁 전까지만 시간 낼 수 있다고 저녁에는 집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뭔가 연락이 잘 안되니까 와이프가 전화를 한 모양인 듯 했다.

    뭐라고 하는지는 러시아어를 모르니 알 수는 없었지만 스피커로 해놓은 것도 아닌데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나에게까지 들리는 것을 보니 혼나는 것이 틀림없었다..
    전화 끊고 나 이제 가봐야 한다고 하길래 얘기 하고 온 것 아니었냐니까 지금 얘기했다고해서 뭐라고 말했냐고 물어보았다.

    있는 그대로 한국에서 친구가 와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는데 '무슨 한국에 친구가 있냐'며 거짓말한다고 화냈다고 한다..
    하긴 뜬금없긴혀 ㄷㄷㄷㄷ

    알고보니 이친구 나보다 꽤 어렸었고.. 역시 러시아는 결혼을 일찍하는구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나이가 많은 것이었음ㅎㅎ
    뭔가 와이프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다 같이 저녁 같이 먹을래? 한번 물어봤는데 더 화낼거라고해서 고맙다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후 그리샤와는 메신저를 통해서 연락을 종종했는데 어느순간부터 끊긴 걸로 봐서 와이프에게 많이 혼났지 않나.. 추측중...
    Мой друг(내 친구야) 하면서 러시아 다닐때 늘 잘 지내냐며 안부인사 물어보던 예카테린부르크의 그리샤, 코로나인데 별 일 없니 잘 지내니 ㅠㅠ 기념품 더 좋은거 주고 싶었는데 코스타와 책갈피만 줘서 미안합니다..
    하바롭스크의 블라디미르도 잘 지내니ㅠ 왓츠앱 지우고 러시아 번호도 없어져서 어떻게 찾아낼 방법이 없네. 

    나중에 내가 러시아어 열심히 공부해서 대화 나눌 수 있게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면 더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눠보아요..! 

    이렇게 예카테린부르크의 마지막 날은 속성 가이드를 받아 다소 아기자기한 것들을 보고, 카메라 필터를 구매한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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