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80612 톰스크-예카테린부르크, 26시간 열차생활.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0. 11. 29. 03:23

     

    톰스크의 2박 여행을 마치고 다음날 눈을 뜨고서 해야 할 일은 오전 9시에 예카테린부르크로 가는 열차로 타는 것이었다.
    오전 9시에 타고나면 다음날 11시 40분쯤에 내리니 26시간정도를 또 열차에서 보내야하는..ㅎ..
    이쯤되니 그냥 익숙해졌다. 

    내가 2박을 한 숙소는 메인숙소에서 따로 떨어진 아파트 같은 곳이어서 짐을 다 싸들고 체크아웃하러 다시 호스텔로 이동..
    나 이제 간다. 고마웠다. 하고 가려는데 응? 왜 숙박비를 받지 않는거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사실 러시아에서 지금까지 숙소에 체크인을 하면 얼마라고 하고, 바로 현금을 지불하는 식으로 진행을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오고갈때 그런 말이 없었다.
    그래서 님 저 돈 안낸거 같은데용; 하고 말하니까 리셉션에서는 아니라고 이미 결제되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닌데? 하니까 또 어디다 전화해서 알아보더니만 너 돈 냈었다고.. 나는 또 아니라고 하고 ㅠㅠ 결국 예약된 사이트에서 금액을 확인하고서 현금으로 냈다. 2600루블, 5만원 좀 넘는 가격이었음.

    그런데 나중에 알게된 것이,
    나는 거의 모든 숙소를 부킹닷컴에서 예약했는데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를 등록해놓고 예약이 되는 시스템이라서 체크인시에 따로 현금결제를 하지 않더라도 후에 그쪽으로 결제가 되는 것이었다;
    사실 이후부터는 따로 숙소 요금을 체크인때 따로 지불하지 않았는데 이때까지만해도 러시아의 모든 숙소들이 현금을 받아서 ㅠㅠ
    나중에 카드결제가 이중으로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래서 여행 도중에 정산해봤을때 잔액이 맞지 않았건 것일까..

    다시 톰스크 역으로 가는 길. 트램 창문이 겁나 넓어서 그냥 뚫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늘 타던 것이지만 좌석은 진짜 러시아 사람들 체격에 맞지 않게 너무나도 작고 승차감도 좋지 않았다. 이건 나중에 탔던 지하철도 마찬가지. 

    톰스크 역에 여유롭게 도착해서 발권하고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
    대도시가 아닌 도시의 경우 승차홈을 가려면 역을 거쳐 나가면 쭉 레일이 깔려있는데 이런 육교를 통해 건너다녀야 했다.
    규모가 큰 곳은 서울역이나 용산역처럼 역 내부에서 승차홈을 찾아 내려가거나 아니면 아예 지하를 통해 다녀야하는 방식이었다. 에스컬레이터는 거의 못본듯 ㅎㅎ

    외국인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러시아가 원체 넓으니 범상치 않은 짐을 들고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라가 참 넓기도 하니 힘들기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그리고 나머지 러시아 여행에서 탔던 열차를 통틀어 가장 신식에 가장 좋았던 열차다.

    대체적으로 어떤 점이 기존 열차와 다른가 비교를 해볼텐데 그냥 평범한 정도의 열차는 예전 포스팅에 적어두었으니 참고!
    racf.tistory.com/279  (180530 이르쿠츠크로 가는 열차 2일차,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화장실과 샤워실. )

    낡은 열차는 좌석 하단부가 저렇게 뚫려있지 않고 철제 함처럼 막혀있어서 짐을 넣고 빼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앞쪽으로 뚫려있으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짐을 넣을 수도 있어서 편했다. 
    대게 저 거대한 가방을 늘 가로로 해서 끼워넣다시피해서 넣었었는데 그냥 쓱 세로로 넣어도 잘 들어가니 몹시 편리하기도 하고 만족.

    어디를 봐도 깔끔, 깔끔한 느낌. 낡은열차는 그냥 스덴 판때기처럼 생겼었다..

    그리고 이 열차가 정말 좋다는 증거.
    콘센트가 무려 두개나 있다!!!! 안 좋은 열차는 한량당 콘세트 꼽는 자리가 많지 않아서 충전하느라 북새통에 화장실 콘센트까지 쓰느라 난리인데 여기는 좌석마다 콘센트가 있었다.

    심지어 2층에도 USB 충전 포트가!!!!! 
    전기 없이 살 수 없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이런 풍요로움 오랜만이어서 너무나도 감격스러웠다 ㅠㅠ

    여기는 복도쪽 2층 침대칸. 나는 단 한번도 2층 좌석을 선택한 적이 없었는데 정말 시체처럼 잘거 아니면 앉아있기도 힘든 정도여서 비추한다.
    그 위에는 6좌석마다 하나씩 덮을 수 있는 모포가 있다. 
    열차를 타면 베게, 이불, 좌석 시트를 주는데 이불에 저 모포를 넣으면 된다.  말이 이상한데 여름이라 넓은 이불같은 천을 그냥 이불처럼 썼었는데 사실은 저 모포 시트였던 것. 
    러시아라 그런지 밤에는 제법 쌀쌀해서 나중에는 모포 찾아서 알아서 시트에 넣고 따스하게 덮고 지냈다.

    이해를 돕기위한 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 열차. 여기에 있는 이불같은 것이 사실 다 모포 시트다.

    그동안에는 북적거리는 열차만 탔었는데 모스크바까지 가는 열차인데도 한량에 너댓명정도밖에 없었다.

    일단 모포 챙기고..

    시트 3종+수건 받았으니 셋팅 시작.

    시트 비닐은 이렇게 탁자에 걸어두면 쓰레기봉투로 쓰기 좋았다. 무거운 것을 넣으면 무게때문에 툭 떨어져서 휴지라던가 가벼운 것들만 넣었었다.

    일단 내 자리에서 좌우를 둘러보면 보이는건 할머니 한분뿐...
    열차가 출발하니 곱게 개어진 천을 꺼내 깔고 식사준비를 하고 계셨다. 대체로 빵+채소+치즈? 이렇게 샌드위치처럼 만들어서 먹던데 이분도 그렇게 끼니를 하신 것 같다.
    이렇게 재료를 챙겨와서 먹을때는 작은 도마+식탁보 같은 것을 챙겨다닌다는 것이 신기했다.

    내 윗자리나 앞자리 위아래 아무도 없어서 그냥 테이블에 짐 풀어두고 편하게 갔다. 몇몇 과일과 과자, 도시락 라면.

    열차타면 늘 빌렸던 컵과 스푼. 러시아 열차에서 레몬티 맛을 알아버렸다.. 전에는 으 이렇게 텁텁하고 쓴걸 왜먹지? 했는데 향도 좋고 맛도 깔끔해서 지금도 즐겨마신다. 

    쓰다보니 갑자기 또 마시고 싶네. 러시아 여행도중에 이걸 종종 사서 마셨는데 그립다 ㅠㅠ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것 같다.
    혹시 있을까 싶어서 동대문 러시아 잡화점에 가봤는데 다른 브랜드 것만 있어서 결국 못삼.

    이런 뷰를 보며 26시간 열차 생활을 했다.

    어느정도 열차에 익숙해지고 나서 톰스크에서 사서 겁나 기대했던 젤리를 먹어봤는데 뭔 맛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인공적인 느낌+씹으면 유해한 맛과 식감에 한입 먹고 버렸다.
    내가 진짜 군것질 좋아하고 어지간한거 다 잘 먹는데 이건 진짜.. 무슨 공사할때 바르는 실리콘 반정도 굳었을때 씹는 그런 느낌이라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도시락 뿐이야....
    러시아 도시락은 여러가지 맛이 있던데 정작 본고장에는 하나뿐 ㅠㅠ 이건 닭고기맛이다. 국물이 진하고 매운맛이 없는 것이 특징.
    내가 러시아 라면코너에서 가장 많이 본 라면은 국뽕 빼고서도 도시락이었다. 그 외 여러 브랜드 라면도 많긴했는데.. 확실히 도시락의 지분이 많았다. 
    그중 기억에 남고 많이 먹었던 세가지 맛은

    일반적인 도시락. 소고기 맛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냥 빨간 국물 라면 맛이라 한국의 맛이 그립거나 와씨 김치 먹고싶다!!! 
    이런 느낌이 들 때 많이 먹었다.

    닭고기 맛.

    돼지고기맛. 이 두가지 맛은 빨간 국물이 질렸을 때, 하지만 딱히 먹을 것이 없을때 먹었던 것들인데 치킨맛을 더 많이 먹었다. 
    당시 내가 적어둔 걸로 보면 치킨맛은 짠 멸치국수 맛이라고 되어있다.

    이건 도시락 플러스인데 뭐가 다르냐면, 안에 마요네즈가 함께 들어있다.
    나도 처음에는 뭐? 라면에 마요네즈? 으으으 느끼하게 어떻게 먹어.. 했는데 뿌려먹으니 짱맛!!!!!!!!!!!!!!!!! 
    러시아 사람들이 도시락에 마요네즈+참치 뿌려서 비벼 먹는다더니 저렇게 먹어보니 진짜 좋은 조합 찾아서 맛있게 잘 먹는구나 생각이 든다.
    자꾸 먹는거 쓰니까 도시락이 땡긴다.. 내일 저녁은 도시락이다.

    열차 풍경. 
    당시에는 참 지루하고 할 것도 없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아.. 힘들다.. 했는데 요즘같이 코로나로 어디 가기도 힘든 상황에 사진으로 보니 참 낭만적인 것도 같고 예쁘기도 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노선상에 있는 큰 도시 노보시비르스크. 딱히 들를 일이 없어서 바람쐬며 역만 찍었다.

    큰 역에 도착하면 정차시간이 꽤 길어서 매점에 들러서 물, 빵, 라면, 콜라를 사왔다.
    나름 그동안 익힌 러시아어로 물건 사는건 제법 잘 했는데 이게 총 470루블, 9500원쯤이니 만원이 좀 안되는 돈을 받았다.
    정신없어서 계산기에 찍어주는 대로 돈을 주고서 열차와서 정리해봤는데 콜라100 물50 도시락80 하면 240루블이 비었다.
    그럼 저 빵 하나가 240루블. 저게 하나에 한화 5천원이라니!!!!!!!!!!!!!!!!!!!!!!!!! 파리바게뜨도 그렇게 안받아!!!
    그렇다.. 나는 바가지 썼던 것이다..... 아마 그돈이면 빵 세개는 샀을 듯.... 개자식들... 나를 속였어....

    그래.. 외국인이라면 한번씩 당한다는 바가지.. 나도 당했구나. 나빴다.. 하면서 또 속상한 마음 적립+1

    할 일 없으면 계속 자는 것 뿐이니 밤에도 열차가 오래 선다 싶으면 부스스 일어나서 또 나가서 바람을 쐬곤 했다.
    주의할 것은 열차 정차 시간을 꼭 숙지하고 나갈것, 그리고 멀리 나가지 말 것. 전에 한번 계단 없어지고 문 닫혀서 다른 칸으로 뛰어서 겨우 매달려서 탄 경험이 있다.

    모두가 잠든 심야시간.
    내 자리는 저 팔 복도로 내놓고 자는 청년 뒷쪽인데 깨지 않게 조심해서 건너다니기가 몹시 힘들었다;

    워낙 열차가 많이 지나다녀서인지 역은 대체로 다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낮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 이곳저곳 많이 못 찍었는데 잠은 안 오고해서 좋은 열차의 화장실도 찍어봤다.

    예전 시베리아 횡단열차 후기를 보면 열차 사이에서 몰래 담배를 핀다거나 그런 말들이 있던데 이렇게 금연하라는 문구가 있다. 걸리면 1500루블, 3만원!
    밑에는 샤워하고 싶으면 150루블로 가능하다. 라는 안내문구. 나는 장시간인 경우 거의 이 찬스를 써서 씼었다.

    예전의 열차와 비교하면 누가봐도 깔끔하고 최신식으로 되어있다.
    물 내리는 버튼도 전자식이었고 화장실도 그동안의 열차에서 느꼈던 왠지모를 찝찝한 느낌이 없다.

    그리고 정말 놀라웠던 것은 수도꼭지가 내가 한 손으로 계속 누르고 있어야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이렇게 그냥 눌러만 놓으면 물이 콸콸 잘 나왔다 ㅠ
    아 이것이 문명이구나... 정말 만족했다.

    마지막으로 열차에서 보는 낮, 해질녘, 저녁 풍경.

    이렇게 덜컹덜컹 흔들리는 열차는 26시간 후 다음날 러시아 월드컵 개최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한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