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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13 예카테린부르크, 드디어 러시아의 주무대에 도착..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0. 12. 3. 03:48

     

     

    아 이번에도 길었다. 하루+2시간의 열차 생활.. 하지만 열차가 너무 좋았고 붐비는 열차가 아니라 쾌적해서 좋았다.

    예카테린부르크는 약 3주전 블라디보스톡에서 여행을 시작한 이후 첫번째로 도착한 월드컵 개최도시다.
    아니 러시아에서 월드컵을 한다고? 이동시간 어떻게 할건데? 라고 나처럼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일텐데 그 해결방안으로 월드컵 경기는 모스크바가 있는 쪽으로 몰려있다.

    현재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여정을 3주간 2/3정도를 왔고 이제 가야할 왼쪽에서 주로 경기를 개최하는 것이다.

    우측 하단이 도착한 예카테린부르크, 내가 가장 멀리 가는 곳은 가장 상단의 상트나 좌측 하단의 로스토프.
    여기서 칼리닌그라드, 사란스크, 소치빼고 다 가봄^^ 소치까지 안가서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지도로 보면 각 도시간 거리가 가까워 보이지만 구글지도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상트에서 로스토프 가려면 몇개 나라를 거쳐야하는지..^^ㅎㅎ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런 말도 안되는 이동 거리를 가는 불편함을 줄여주기 위해서 러시아에서는 해당 경기를 예매한 사람에 한해 열차를 무료로 풀어줬다.

    그런데 모든게 내 뜻대로 잘 풀릴리가 없지. 그 무료 열차는 무조건 모스크바에서 출발했다. 
    국내를 예로 들면 내가 강원도 경기가 있고 그 다음이 포항이다 하면 강원도>서울>포항/ 다시 포항>서울>대구 이렇게 다녔어야 했다는 것!

    그리고 저 러시아 남부의 로스토프 근처는 러시아 휴양지로 유명한 소치가 있다. 소치가 왜 휴양지일까? 그 옆의 로스토프를 멕시코전 덕에 가본 내가 말하자면
    덥다. 그냥 덥다. 여기는 불지옥이다. 

    이런 것들을 이날 이후 약 2주간에 걸쳐 알게 된다.
    이 때의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이후 썰을 풀어보기로 하자..

    아무튼 예카테린부르크에 도착했고, 역도 내가 다녀본 도시 중 가장 컸다.
    그리고 바로 옆에 버거킹!!!! 고맙읍니다 고맙읍니다 ㅠㅠ 자본주의에 잔뜩 쩔어사는 나에게는 그저 이 미제 음식점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러시아어 못하는 찐따라 패스트푸드점을 가면 키오스크가 있으면 100% 이 기계를 통해 주문했는데 요상하게도 한국어가 있었다.
    보통 자국어,영어, 중국어, 기타 다른 언어가 있긴할텐데 그 나머지 두개가 일본어와 한국어인 것이 신기했다. 

    그렇다고 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러시아에서 한글보는게 쉽지 않다보니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너무나도 소박한 나의 식단..
    불곰국 형님들이 이 사이즈에도 별 말이 없단말야? 의문이었다. 이정도면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고!! 하면서 싸움붙고 크기를 키웠을 법도 한데..

    예카테린 숙소는 3인실. 가방이 있는 자리가 내자리, 발 빝과 맞은편에 침대가 더 있어서 3인실이었다.

    침대와 이불은 포근했고 추운 느낌이 없었다. 놀랍게도 6월 초였지만 아침저녁으로 추움.. 

    짐을 풀고 숙소 근처에서 요거트며 과일, 빵, 라면.. 늘 사오는 먹을거리들을 사와서 끼니를 해결하고 몸이 영 뻐근하고 기력도 딸려서 숙소에서 푹 쉬기로 했다.

    그러다 주방에서 어떤 청년을 만나게 되는데..
    보통 러시아 사람들은 나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흘깃거리거나 처음엔 보다 나중엔 없는 사람 취급하는게 대부분인데 나에게 말을 거는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청년은 나를 보자마자 말을 걸어서 신기했다. 이름은 안톤, 상트에서 왔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나누었는데 안톤은 차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 차는 남자라면 다 좋아하지. 혼다 좋아하냐 뭐 이런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기다리라하더니만 뭔 커다란 스덴 빠께스를 가져와서는 이것들을 잔뜩 풀어놨다.(왼쪽 상단의 초록색 철제함)

    번역기는 차.라고 해서 당연히 그 차라고 생각했는데 부릉부릉 차가 아니라 마시는 차였어!?

    무슨 한약방처럼 여러가지 이파리들이 종이에 싸여서 빼곡히 있었는데 자기는 이거 좋아한다면서 수북히 넣더니만 우려내기 시작했다.

    뭔 해적 보물함처럼 생긴 것이 있어서 관심을 가졌는데 이것도 다 찻잎이었다. 중국차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이반차이를 추천해줬는데... 이반차는 정말 맛있고 최고라며 꼭 마시라고 적극추천해줬다. 감기걸리면 러시아에서 마시는 차라면서 건강에 정말 좋다고 했다. (차이가 러시아말로 차.라는 뜻)
    설명에 의하면 거의 뭐 만병통치약이었다.
    그래서 약 한달 뒤 나는 이반찻잎을 500그람정도 사서 한국까지 가져왔는데 다 부스러기가 되었고 두번 이사하는 와중에 남아있던 절반은 사라져버렸다... 아직도 잊지 못해 이반차...

    혹시 한국에서 살 수 있나 싶어서 이반차이. 로 검색하니까 뭔 게이와 이반의 차이 이런것만 나오고 ㅠㅠㅠㅠㅠㅠㅠ
    이반차이 구할 수 있는 곳 아시는분...

    뭔가 이런 차를 우리는 전문 도구같은 것들도 다 챙겨다닌다는 것이 신기했다.

    안톤이 정성스레 제조해준 차를 마시는 나. 안톤이 매우 만족해했다.

    사진찍으니 차를 마시고 향을 맡는 차 매니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침 안톤이 상트 출신이라니 이후 일정에도 상트가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우선 사실 상트에서 꽤 떨어진 곳에 이런 어마어마한 목제 성당이 있는 키지(키쥐에 가까운 듯)섬에 가려고 했는데 도무지 교통편을 찾기 힘들어서 상트에서 여기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어봤다. 

    상트에서 내가 가려는 그 문제의 키지섬은 저 페트로자보츠크에 있는데 이걸 보더니만 나한테 매우 쉽고 간결하게 그냥 가지 말라고 했다.
    그거 보러 가기에는 멀고 힘들거라며... 차타고도 6시간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간결하게 응 그래. 안가야겠다. 라고 대답했다.

    사실 이후 상트에 머무는 일정이 촉박하기도 했고, 저기 다녀오는 시간에 상트에서 보고 싶은 것들을 포기해야한다고 하니 비효율적인 것 같기도 해서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ㅠㅠ

    이것저것 이야기 하다보니 시간도 어느정도 흘렀고 다음날은 드디어 월드컵 개막일.
    그리고 개최도시에는 팬테스트라고 해서 월드컵 주최 단체관람 장소가 있어서 개막전인 러시아vs사우디전을 보러갈 계획을 세웠다.

    이제 쉬러가야한다고 하고 안톤과 사진 한장.

    그리고 안톤은 상트에서 쓰는 코인이라며 동전같은 것을 하나 줬는데 지하철 탈 때 쓰는 토큰이었다.

    월드컵 경기 보러 가면 해외 팬들도 그렇고 자원 봉사자들도 슬쩍 혹시 너네 나라에서 가져온 코인 있냐며 물어봤는데 10원 한톨도 없어서 나눠주지 못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다른나라 팬들은 자국의 동전을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기 위해 일부러 많이 챙겨오던데 그러기에는 장장 5개월 예정의 여행짐에 동전을 들고다니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안톤과 인사를 나누고 방으로 돌아오니 다른 침대의 두명도 자리에 있던데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밤새도록 공부를 하고 있었다.
    대학생들 시험 기간인가? 아니면 입시생들인가? 수능 일주일 전의 수험생처럼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서 궁금했다.
    그러다 자다가 배가고파서 새벽에 깼는데 내 배에서 나는 꾸륵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때 둘이 웃어서 넘모 창피했다.. 주방가서 꾸륵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간단히 배를 채우고 다시 잠들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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