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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11 톰스크 2일차, 목조 건축물 보러 여기까지 온거 실화임?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0. 11. 20. 02:20

     

     

    한국을 떠난 것이 5월 31일이었는데 고작 한달도 되지 않아 병걸린 것 같이 무기력해졌다.
    하바롭스크까지는 그래도 뭔가 익숙했고 블라디보스톡에선 한국사람들이나 동양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크라스노야르스크부터 아. 나는 확실히 이곳에서 이방인이구나.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어딜가도 사람들이 힐끗 힐끗 쳐다보는데 처음에는 그러려니 싶다가도 이쯤부터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아 왜 또 쳐다봐. 뭐 어쩌라고? 이런 식으로.
    그런데다 부랑자 같은 사람들은 자꾸 뭔 심산인지 시비털려고 하는데다 먹는건 짠 거, 퍽퍽한 빵, 익숙치 않은 음식들만 접하다보니 아 그냥 김밥천국 가서 김밥에 라볶이 먹고싶다.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날도 전날 밤새 버스타고 왔다가 체크인 과정에 기력이 다 빨려서 기절하듯 자고서는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도 해야지. 하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나왔다.

    여기는 사실 뭐하는 곳인지 모른다.
    전날 기차역에서 숙소가는 버스를 잘못타서 지나가다가 창 밖을 보는데 뭔 수상한 로켓같은 것이 보여서 지도에 체크해두고 무작정 온 곳이다.
    사실 나에게 러시아 하면 구소련, 우주항공. 이 두가지가 키워드였는데 그 목적에 충실하게 와보았는데 그냥 저렇게 조형물 하나 있고 자그마한 공원으로 꾸며놓은 곳이었다.
    코스모스라고 적힌 것을 보아서 아마 인공위성과 관련된 무엇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근처에 뭐 없나 하고 살펴보니 무슨 성당이 있다고 해서 버스타려고 했는데 버스가 또 오지 않아..
    남아도는건 시간뿐이고 할 것도 없는데 걷자.. 하고 걷기 시작했다.

    뭐지 이 분위기는..?
    어느 공원에 도착하니 마라톤 복장을 한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가고 걸어가려 하니 노란 조끼 입은 사람들이 막아섰다.
    알고보니 무슨 마라톤 대회를 하고 있다고 함 ^^ ㅋ..?
    그래서 어제부터 버스도 오지 않았었나보다.. 
    갑자기 맥이 탁 풀려서 의자에 앉아서 여러분 힘내세요. 건강을 위해 고생이 많으십니다.. 하면서 구경했다. 그러다 질리면 또 터덜터덜 구글지도에서 뭔가 볼만한 곳으로 보이는 곳으로 의식의 흐름대로 움직였다.

    갑자기 길에 뜬금없이 뭔 탈을 쓴 사람이 있어서 사진 찍어도 되냐고 하니까 다. 다.(ㅇㅋ) 해서 찍었던 말.
    이때는 몰랐는데 상뜨가서 보니 이렇게 탈 쓴 사람들은 관광객들에게 들러붙어서 같이 사진찍고 돈을 뜯어내는 극악무도한 무리들이었다.
    그래서 행사가 있다보니 돈 벌러 왔었던 듯?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오히려 사진을 찍어버린 것이었다. (아마..그 때 저는..미쳤었죠..)

    뭔가 볼만한 곳을은 죄다 마라톤 코스로 되어있어서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지만 쉴새없이 사람들이 뛰어다녔다.

    내가 지금까지 러시아. 하면 기억하는 분위기.
    넓찍하고 붐벼봤자 서로 어깨를 치지않을 정도로 한산한 도로의 느낌. 좀 부대끼네~ 싶었던 곳은 솔직히 말하면 상뜨뿐이었던 것 같다. 

    뭔가 색상의 편견도 없이 민트색, 분홍색, 여러가지 색상의 건물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하늘색 지붕에 분홍색 외벽의 조합도 신선하고 예뻤다.
    이 건물은 교차로 중심에 있어서 교통 통제를 위한 사무실 같은 곳인줄 알았더니 나름 성당이었음;
    여튼 중심부는 마라톤으로 교통 통제가 되어있어 한산했으니 돌아다니는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성당. 뭔가 포근포근하고 예쁜 곳이었다. 
    서유럽쪽 성당은 뭔가 커다랗고 육중해서 위압감을 주는 느낌이라면 러시아는 아기자기하고 그 속에서 또 나름의 고유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안에 들어가면 또 금색으로 번쩍거리고 시니컬해보이는 이콘이 잔뜩이라 또 다른 느낌도 있고.

    시계 숫자가 로마자나 숫자가 아닌 문자였는데 키릴문자로 숫자를 표기하던 방식이 있었던 모양이다.

    리락쿠마도 날이 갈수록 나처럼 찌글찌글해지는 것 같다..

    흔한 러시아의 교통 통제.
    트램으로 도로를 틀어막아놨다. 으음~ 러시아 답다! 라는 생각뿐이었다.

    여기는 뭔 강가가 있어서 갔더니만 딱히 별건 없었고 이 지역을 가로지르는 톰강을 볼 수 있었다.
    넓기도 넓고 길이를 따져보니 한국 땅덩이의 세로 길이정도는 되던 것 같다.. 한강이 의정부에서 부산까지 흐른다고 생각하면..ㄷㄷ 지도를 다시보니 너비도 한강은 비벼볼 수도 없는듯;

    트램. 이런 것들을 참 많이 타기도 했는데 사실상 내가 러시아 다니면서 간 곳 중에 가장 시골스러운 곳이 톰스크였던 것 같다.
    이렇게 낡은 트램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다음 목적지는 톰스크를 찾아온 이유, 목조건물이었다.
    너댓개정도 굉장히 예쁘고 화려한 목조건물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들이 대체로 한곳에 몰려있어서 가장 유명한 불새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래. 나는 이런 목조건물들을 보러 왔던 것이다....

    다시 힘내자! 하고 구글 맵으로 열심히 경로 검색을 하고서 버스를 탔는데 노란색 루트로 가야하는 버스가 이상한 곳으로 가고있었다.
    아니야, 곧 다시 제대로 방향을 틀겠지..하는데 어림도 없지. 점점 더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뭔 버스가 정류장에 좀 서야하는데 이게 변경된 코스여서 그런가 사람들이 어디에 내리겠다. 하면 거기서 내려주는식으로 되어가는 것 같았다; 세상에 만상에 이게 무슨일이야 나는 러시아어 벙어리인데;;
    심지어 그래도 한 2,3분마다 한번씩 서야하는 버스가 멈추지 않고 빠른속도로 계속 달리기만 할 뿐이었다..
    5분동안 눈알을 쉴 새 없이 굴려가고 지도를 계속 새로고침하며 위치를 봐도 이건 늦어질수록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는 급으로 폭망할 것 같아서 결국 나는 이 문장을 준비했다.

    내려주세요 제발....

    지금까지 내가 탔던 트램이나 버스에는 어지간해서는 요금을 걷는 직원분이 따로 있어서 출입문 근처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분에게 이걸 보여주니까 자꾸 뭘 물어보긴 하는데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ㅠㅠ
    어디 가려고 하는거냐? 이러는 것 같았는데 그냥 다른사람들처럼 근처에서 바로 내려주기를 원했던 나를 포기하지 않고 5분동안 붙잡아두셨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고 있는 그 느낌,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 뿐인데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를 대하는 듯한 측은한 눈빛들..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워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아. 진작 이럴걸! 하면서 가려고 했던 곳 사진을 보여주니까 또 직접 종이에 지도를 그려서 러시아어로 열심히 설명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어딘지도 모르는 한참 떨어진 곳에서야 겨우 내릴 수 있었다. 늦게 내려주긴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도와주려해서 고맙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행오기 전에 러시아어 열심히 공부해서 올걸.... 후회가 많이 되었다.

    그리고 또 걷는다... 나는 걷는 것 뿐이 할 줄 모르는 뚜벅초 그자체..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 즈음부터 내가 보고싶었던 목조주택들이 주변에 툭 툭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히이이이잌!!! 이게 다 뭐람!!!! ㄷㄷㄷㄷㄷ
    이르쿠츠크에서는 좀 뭔가 절제된 화려함을 느꼈다면 여기는 잔뜩 '내 인생을 걸고 개 쩔게 만든다!' 하는 패기가 보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에요 왜 어디 하나 밋밋한 곳이 없어...

    둘러보면 이런 집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있었다. 이런 집들은 몇년 된 것들일까 궁금했다.

    이 정도면 좀 소박한 느낌?

    불곰국의 민들레다. 이렇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쥐라기 시대도 아니고 이게 뭐야... 갈대 아님. 민들레 줄기임.

    불곰국의 흔한 다리. 나같이 균형 못잡고 비틀거리는 사람은 추락사할 듯.

    다리위를 보니 꼬마아이 둘이 앉아있었다. 왠지 보기 좋은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러시아니까 춥겠지.. 나무 틀로만 된 창문이 안그래도 추워보였는데 여기는 샷시를 해놓았다. 확실히 춥긴 추운가보다.

    그 외의 다른 집들.
    솔직히 내부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많이 궁금했지만 지인도 없고 여기서 인사 나눈 사람들도 없고해서 수가 없었다.
    처음에 봤던 겁나 화려하고 큰 건물은 가게 같아 보였는데 거기라도 들어갈걸 그랬다.

    그리고 슬슬 고급진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곳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높은 담장과 이어진 문이 꼭 꼭 닫혀있었다..
    저렇게 예쁜 색인데 ㅠㅠ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본 House with a Hipped Roof의 모습. 고상해.. 예뻐.

    여기는 House with Dragons. 용의 집? 
    왜 용이냐 하면 지붕 끝마다 하늘을 향해 치켜올라간 모양을 보면 이해가 된다.

    엄청나게 리얼한 모양의 용이 아니라 오래된 책 속의 전설 속의 용을 표현한 것 같았다.
    집도 전체적으로 남성적이고 정갈한 느낌? 그런데도 지붕은 붉고 창문과 일부분을 흰색으로 해서 예쁘게 보였다.

    여기도 범상치 않았는데 어떤 이름을 가진 집인지는 모르겠다. 용의집과 비슷한 것 같은데 좀 더 화려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보고 싶어했던 이 집!! 불새의 집!!!! 노란색과 흰색 장식, 선명하고 맑은 빨강 지붕!
    이건 정말 아무리 지도를 보고 똑같은 길을 서너번 헤집고 다녀도 도통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 다섯명정도에게 물어보고나서야 찾아감 ㅠㅠ

    트립어드바이져 지도에 이것도 맞지 않으니 조심하시길.. 트립어드바이져가 아니라 트랩어드바이져임..

    아무튼 다리도 아프고 배고프고 진짜 나와서부터 계속 걸어다니고 아 힘들어 뒤지겠네 그냥 다 때려칠까 하다 정신 부여잡고 꾸역꾸역 간건데 그 곳에 도착하니 그 힘든 마음이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히이이잌....ㄷㄷㄷㄷㄷㄷㄷㄷ
    뭐야 이거 인형의 집인가? 아니 뭐 이런 집이 있을 수 있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유럽.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양의, 그동안 티비나 영화에서 봐온 유럽의 건축물.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있는데 이건 그냥 그런 편견을 다 때려 부수는 것 같았다.
    색상도 그렇고 형태도 그렇고.. 정면과 측면이 베란다처럼 나와있는 모양도 범상치가 않았다.

    일단 정신차리고 기념샷..

    디테일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흰색 나무장식을 모서리나 귀퉁이 비는 곳이 없도록 발라놓았다. 지붕 꼭데기 가장 윗쪽 보면 그것도 이중으로 되어있다.. ㅁㅊ..
    레이스같은 것도 이중인게 참 신기한데 가운데 있는 장식이 또 안쪽 벽에 붙은게 아니고 떨어져있다.
    그리고 더더욱 놀라운건 붉은색의 파이프?를 보면 상단 꼭데기까지 섭섭찮게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음. 미쳤다 미쳤어..

    나는 이걸 보러 굳이 이 곳에 왔던 것이다 ㅠㅠ 버스타고 15시간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
    전날은 또 어떻고 ㅠ 

    놀랍게도 이곳은 박물관이 아니라 누군가가 실거주하고 있는 집 같았다.
    그냥 뭐가 있는게 아니라 길 다니다가 쓱 골목 들어와서 집 주변 서성거리며 구경하면 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커텐 못 치고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렇게 꼭 꼭 모든 창문에 커텐이 쳐져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 근방은 아무래도 뭐 북촌처럼 보존 지구로 되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반짝반짝 하는 느낌의 집들이 많았다. 몇몇은 신축한 느낌?

    숙소 돌아가는 길에 본 또다른 건물.

    솔직히 불새의 집 보고 기력이 다했는지 어떻게 숙소로 돌아왔는지 어떻게 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돌아올 때는 나 이제 소원성취 했다. 할만큼 다 했다. 톰스크 이정도면 알차게 봤다.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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