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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16-17 드디어 무료열차 타러 모스크바로! (모스크바 1트)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1. 7. 30. 03:29

    이번 포스팅은 다소 쉬어가는 시간!
    (썸네일의 모스크바 1트는 앞으로 모스크바를 수번 다시 방문하기 때문에 카운트하는 것인데 아마 5까지 숫자 올라갈 것으로 기대중)

    그동안 블라디보스톡에서 예카테린부르크까지 다소 촘촘하게 오다보니 3주걸려 모스크바까지 2/3을 왔다.
    다행히도? 예카테린부르크부터 모스크바까지는 딱히 들르고 싶은 곳도 없었고 곧 우리나라 예선 1차전 경기인 스웨덴전이 가까워져서 여차저차 모스크바로 직행을 해야 했다.

    그래서 6월 16일 예카테린부르크에서 11시 36분 열차를 타고 다음날 16시 58분에 모스크바에 도착해서 숙소 도착하는 것 외에는 이틀간 아무 일정도 없었다.
    이제는 24시간 열차는 암것도 아니야. 러시아는 이렇게 거리와 시간감각이 무뎌지게 한다.

    틈틈이 마트에 갈 때마다 샀던 자비바카 피규어. 여러 모양이 있었지만 이게 뭔가 골 넣은 세레머니 느낌이라 좋았다.

    이건 전날 저녁 먹으려고 했던 나의 처절한 기록이다..
    일단 빵 봉지를 뜯다 빵을 떨궜다. 먼지 털고 먹었음.

    도시락 봉지 라면을 샀는데 Квисти 라고 적힌걸 김치맛인가? 하고 샀는데 김치가 아닌가...

    이건 물 조절에 실패해 한강이 되었다. 그냥 마셨음 ㅠ

    방울 토마토를 씻으려고 꺼냈는데 다 쏟았음ㅋㅋㅋ 별거 아닌데 왜이리 울고 싶었는지..ㅜㅜ

    러시아특) 이런 월드컵 관련 판넬?에도 영어가 거의 없다. 영어 표기는 사실상 경기장 근처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돌아온 기차역. 러시아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트레인 스테이션 이런 영어는 잊어버리고 이 러시아어를 기억하십시오.
    '바끄잘'

    역 앞에 있던 러시아 열차 특산품. 여행다녀와서 나눠준 선물 중 이게 가장 평가가 좋았으니 선물로 추천!
    열차 내에서 산다고 하면 차장의 표정이 매우 환하게 바뀐다. 가격은 1,300루블로 약 2만5천원정도인데 퀄리티는 굉장히 좋다. (수저는 미포함)

    열차를 탈 때 주의할 점은 의외로 러시아 열차 시간은 정확해서 연착이 없고 그 시간에 바로 출발한다.
    그리고 내가 이 날 열차 출발 시간이 11시 36분이었는데 이때 도착해서 사람을 태우고 수분 후에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와있다가 정차시간이 끝나 출발하는게 그 시간이다.
    이 열차의 경우에는 11시 36분 출발이지만 사실 11시에 도착해서 36분간 정차하다 그 시간이 되면 칼같이 떠나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미리 여유있게 도착해서 대기타고 있어야 한다.
    경험한 바로는 출발은 표에 적힌 시간보다 문을 조금 일찍 닫아버려서 국제미아 될 뻔 했었음;;

    규모가 큰 역인 경우 이렇게 굴다리 같이 내부에서 트랙 번호를 찾아 이동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차역은 대체로 지상으로 나가는데 이점이 다르다.

    그리고 대체로 에스컬레이터 없음^^ 짐 많으면 아마 고생 꽤나 할 생각을 해야한다.
    작은 역의 경우에는 지상역에서 바로 나온 후에 바깥 육교를 건너 이동함.

    내가 타는 열차는 모스크바가 종착역이라 기절해서 못깨어나도 더 멀리가지는 않겠구나 안심되었다. 

    이건 예카테린부르크에서 타고다닌 버스와 트램표. 요금은 대체로 20루블대었다. 500원정도? 

    열차에 올라서 이 분위기를 보고 와, 빈티지하네! 예쁘다. 라고 생각했는데... 러시아에서 탔던 열차중 가장 최악이었다.
    콘센트 가뭄에 콩나듯 있고 냉난방 잘 안되고 그냥 러시아에서의 전 여정을 통틀어 환경이 가장 열악했음ㅠㅠ
    분명 다 새것 같고 분위기도 있고 예쁜데 시설이 좋지 않아... 이제보니 2층 침대는 끈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네ㅋㅋ 

    자리잡고 빠르게 열차 시간표 사진을 찍어둔다. 
    도착시간/정차시간/출발시간/총 이동거리/도착지가 적혀져 있는데 1. 도착지 시간을 확인하고 2. 오래 정차하는 역을 기억해뒀다가 가끔씩 나가서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여기서 10분 이하는 밖을 나가지 않아야 국제미아가 되지 않는다. 나는 20분 이상인 경우에만 나가서 돌아다녔다.

    이 열차에서는 손자/할머니가 맞은편에 있었다. 손자는 미샤라고 했는데 화장품 가게 이름과 같아서 기억에 남는다.
    미샤는 부끄러움이 많은 귀여운 아이였고 할머님도 굉장히 온화하고 좋은분이셨다.

    할머님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구글 번역기를 통해서 나누었는데 성당을 다니며 보았던 남녀노소 경건함을 보이는 태도가 신기해서 종교에 관한 것도 물어보고, 러시아 사람들이 외국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도 했던 것 같다. (후자의 질문은 후에 생각이 바뀌었음. 러시아 사람들은 츤데레였다..)

    그 때 나누었던 대화 중 일부가 스샷으로 남겨져 있다.

    종교와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것도 러시아인에 대한 내용이었던 듯..

     

    그리고 내가 러시아에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 이렇게 전화번호와 메일을 알려주며 도움이 필요하면 이쪽으로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ㅠㅠ

    여행을 다니는 도중부터 지금까지도 메일을 한번 보내볼까 했는데 뭔가 좀 오지랖인가.. 나를 기억하실까 이런 생각에 지금도 고민중이다.

    미샤와 할머님은 다음날 아침 일찍 열차에서 내렸는데 나는 비몽사몽하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고 있었다. 사실 열차가 섰을때 미샤가 인사하려고 나를 깨우려는데 할머님이 그러지 말라고 하며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뜨는 뒷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을 일으킬 기력이 없어 인기척을 내며 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진것이 못내 아쉽다. 

    드디어 도착했다 모스크바!
    역 밖 풍경. 뭔가 지금까지 봤던 러시아의 느낌과는 다른 엄청난 건축물의 외양에 많이 놀랐다.

    16일 오전에 출발해서 17일 오후 늦게 모스크바에 도착했는데 당장 다음날이 스웨덴 경기;;

    결국 이곳은 스웨덴 경기가 있는 니즈니 노브고로드에 가는 무료열차를 타기 위해 들르는 곳이었을 뿐. 구경은 진심으로 하나도 하지 못하고 바로 역 근처의 숙소로 갔다.

    내가 모스크바에 오는데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었다.

    1. 앞서 적은 것처럼 니즈니 노브고로드에 가는 무료열차를 타기 위함
    2. 월드컵 티켓

    나는 5월 말에 러시아로 떠나버렸는데 사실 월드컵 티켓은 받지 못한 상태였고, 배송지는 한국주소였다. 출발 전에 오겠지 오겠지 했는데 결국 마지막까지 출발 전에 티켓은 오지 않았다. 
    FAN ID라고 월드컵 관람자가 꼭 신청하고 달고 다녀야하는 ID 카드는 일찍 와서 어 그럼 티켓 없어도 되는거 아닌가? 하고 알량한 미친 생각으로 훌쩍 와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확신은 없어서 늘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월드컵 티켓 없이 월드컵 보러 온 나의 심정

    그런데 예전에 월드컵 티켓을 구매하는 과정을 적은 글에 어떤 분이 가족과 함께 멕시코전에 티켓이 당첨되어 보러 가려는데 숙소가 걱정된다며 조언을 구하는 댓글을 남기셨고, 이메일로 그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던 일이 있었다.

    그러다 내가 티켓을 못받고 출발한다고 하니 그분은(이후 K님으로 지칭) 현재 유럽에 현재 거주중인데, 한국에서 근무하는 회사 동료가 곧 이쪽으로 출장을 올 예정이라고 하셨다.
    후에 내가 한국 주소로 티켓을 받아서 K님이 알려주신 한국에 있는 회사동료에게 보내면 유럽 현지에서 K님이 받아서 그 티켓을 내가 러시아에서 받을 수 있도록 러시아 숙소 주소로 보내주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티켓을 다 보내기에는 혹여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K님이 보러 오는 멕시코전은 미리 연락해서 따로 만나서 건네주면 나머지 티켓이 잘못되어도 한 경기만큼은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훌륭한 전략까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부탁을 하게 된 감동실화....

    사실 6월 초에 내가 크라스노야르스크의 산을 타고다니기 전에 티켓은 한국에 도착했고, 나는 이걸 모스크바 민박에 숙박 예약을 하고서 받을 계획이었다.

    그래도 민박은 한국사람끼리니까 우편물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경위를 설명하기도 편해서 그렇게 하려 했는데 민박은  카톡으로 예약하려는데 가능한가요? 라고 아무리 문의를 해도 잠시만요. 라고 말하고서는 대답이 없었다. (잊지 않겠다.. 다음에도 그곳은 결코 이용하지 않겠어..)

    그렇다보니 운에 맞겨야겠다. 하고서 부킹닷컴에서 말도 안통할 것 같은 숙소를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가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있을 때였는데 직원에게 부탁해서 내 사정이 이러이러하니 그쪽과 직접 설명해줄 수 있냐고 부탁도 하고, 주소를 영문으로 쓰는 것, 키릴문자로 쓰는 것 모두 몇번이고 확인하고서 그 주소를 K님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모스크바의 숙소에서 내 이름으로 우편이 왔다고 해서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모스크바의 숙소에 도착하면서 물어보니 금세 찾아다 나에게 건네주었고 나는 정말 이 과정이 대단하고.. 이런 생면부지의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끝끝내 티켓을 받게 된 것에 감동받아서 눈물이 찔끔 났다. 

    바로 이게 러시아-한국 도시 2개를 거치고-다른 유럽국가-모스크바를 떠돌다 받게된 티켓.. 나중에 액자에 넣어서 거실에 걸어둔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K님.
    제가 도움을 드린 것은 정말 별 것 아닌, 심지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었는데 도움을 주신 덕분에 경기 잘 보았습니다. K님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생판 모르는 타인의 일이었는데도 자신의 일인 것처럼 발벗고 나서 큰 도움을 주셔서 이후로도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 월드컵 여행을 생각하면 이 일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모쪼록 저도 누군가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이 큰 사람이 되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며 도와주신 일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여행기를 적자면... 결론적으로는 FAN ID만 있으면 경기장 출입 안 됨. 티켓 없었으면 독일 이기는 것도 못 볼뻔 했지 뭐야 ㅠㅠㅠㅠㅠㅠㅠ

    혹시 이후 월드컵 가려는 분도 유의하십시오. 티켓은 꼭 지참해야 합니다. 저처럼 이러면 진짜 먼 해외까지 갔다가 경기도 못보고 자괴감에 접시물에 코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 들지도... 저처럼 무지성으로 행동하지 마십시오.....

    기껏 모스크바 와도 먹는건 늘 비슷.. 요거트, 탄산, 빵..
    저 빵들은 러시아 슈퍼에 가면 늘 있는 건데 먹으면 방부제 맛이라고 해야하나 내 몸이 점점 썩지 않게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고 크림도 뭔가 기름지고 잘 녹지 않는 느낌이라 그냥 싼맛에 먹었다.

    그리고 식당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고 다음날 니즈니 노보그라드 가는 열차가 아침 7시15분이라 한국과 스웨덴 경기를 기대하며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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