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80625 볼고그라드 1일차, 그땐 스탈린그라드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22. 10. 11. 08:00

    지난 이야기) 로스토프에서 자기위해 들렀던 노보체르카스를 가볍게 둘러보고 옆동네(기차로 11시간) 볼고그라드로 떠난  나즈귤..

    볼고그라드에 도착하니 새벽 4시, 보통 숙소 체크인은 12시 근처인데 어제 열차탈 때 나는 너무나도 힘들어서 평소처럼 역에 앉아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릴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새벽 체크인이 가능한 숙소를 잡아서 체크아웃때까지 조금이라도 자자... 라는 것이었는데, 12시 체크아웃에 2만 5천원이었다.
    보통 러시아 물가를 생각하면 다인실치고는 꽤나 비쌌는데 월드컵 경기가 있는 도시이기도 하고 진짜 좀 편한 곳에 누워서 자고싶다는 일념에 그냥 내질러버렸다.

    역에서 내리고 바로 택시 10분정도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나와 같은 기차를 타고 온 건지 독일인 청년 몇명이 이미 그 새벽에 리셉션에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사실 독일, 한국 모두 맛탱이가 가버린 위기 상황에 독일은 토니 크로스의 극장골로 스웨덴을 이겼다. 우리나라를 꼭 이겨야만 16강 진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이넘들 다음 우리나라 경기에서 죽을 듯이 하겠구나.. 몇대 몇으로 질까.. 하... 이런 생각만 하던 차였는데 그 독일인과 한국인이 만난 어색함이란..
    앗..; 하고 서로 어색한 시선을 주고 받고 양쪽 모두 헬로 한 마디도 하지 않은채 그들은 먼저 방으로 떠나갔다..ㅎ

    외나무 다리=리셉션

    리셉션 직원이 너 지금 체크인하면 이따 12시에 나가야 한다. 정말 괜찮냐 몇번이나 물어봤다.
    하긴 새벽에 와서 잠만 자고 나간다고 하면 이상하긴 해...
    그래서 나 진짜 너무 피곤하고 씻고 자고싶다고 괜찮다고 했다 ㅠㅠ

    숙소는 깔끔했다. 다음 숙소는 뭔가 비지니스 호텔 같은 곳으로 예약해서 옮겨야했지만 궁디 붙이니 그냥 여기서 구경이고 뭐고 하루 그냥 푹 자고 싶었음.. 
    단점은 이런 방이 몇개나 되는데 성별따로 화장실1, 샤워실1개씩이었다.. 덕분에 체크아웃할 때 샤워줄 기다리다 힘겹게 씻었다.

    전날 혼자 편하게 쓴 에어컨 달린 방이 너무 호사스러워 에어컨을 켜고 잤는데 그래서인가 목이 붓고 콧물이 나고 병들 징조가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피곤한 느낌이 있었다.

    체크아웃할 때 본 숙소 냥이.. 좋겠다 나도 너처럼 오래 자고 싶었어. 힐링하고 싶어서 만졌더니 앙칼지게 화냄.

    숙소 나와서 버스타러 나가는 길. 이런 곳에 숙소가 있었다.. 큰길 나가서 택시타려다 트램이 있길래 그냥 트램을 타고 제대로 된 오늘 잠자리로 이동했다. 다행히 위치는 기차역 도보 5분정도로 좋은 곳에 위치해서 이동할 때 편했다.

    그리고 편안한 숙소를 기대하며 체크인... 외양은 그럴듯한 호텔 느낌이었는데..?

    낡은 로비에 뜬금없이 앵무새가 있다.. 그것도 장 밖에 나와있었음; 만져보려다 눈알 쪼일까 무서워서 사진만 찍음.

    그리고 체크인을 할 때 여권 보여달라길래 줬더니만 여권을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스캔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왜;
    심지어 속도도 느림.. 나 10년짜리라 장 수도 많은데 그걸 왜 하나하나 스캔하는데요 ㅠㅠ 체감상인지 실제 그런지 10분은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이동을 하는데...

    워낙 어두워서 밝기 조절을 하다보니 노이즈가 심하게 끼긴 했지만 아무튼 이렇게 낡디 낡은 엘리베이터 처음 타봤다....
    1950-70년대 냉전시기에 이런 엘베 타다가 암살당하는 씬, 아니면 중절모를 쓴 사람들이 서류더미 잔뜩 들도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 핵 위기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그런 씬에서 많이 본 장소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복도... 엄청나게 빈티지 of 빈티지의 느낌; 잘나가던 호텔이었나 뭔 방은 또 이렇게 많은지 ㄷㄷㄷㄷ
    층마다 정수기가 있어서 물을 빈 생수병에 따라서 마셔봤는데 우리나라의 냉/온수가 나오는 정수기가 아니어서 실온 그대로의 물이었다.
    그리고 볼고그라드는 진짜 말도 안되게 더운 곳이었는데 물이 이상하게도 누가 입에 머금다 뱉어놓은 것만 같은 왠지 기분나쁜 온도여서 뱉을뻔했다. 이게 진짜 미지근한 물? 약간 따스한 물? 그런 느낌이 아니라 진짜 누가 뱉은 것 같았다 ㅠㅠㅠ

    1차 뿜

    그리고 리셉션에서 알려준 방으로 들어가니 왠 웃통을 까고 반 헐거벗은 남자 셋이 있는 것이 아닌가!?

    2차 뿜

    와 뭐야 여기 혼성이었어????
    하고 잠깐 문을 닫고 로딩중이었는데 지나가던 직원분이 보고서는 문 다시 한번 열어보고 내 손목을 잡고 다시 리셉션으로 좀 화난듯한 발걸음으로 이끌고 갔다;

    영문도 모르고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자. 하고 따라갔는데 어머니 또래정도로 보이는 그 분이 마구 샤우팅을 했다. 뜻은 모르지만 아마도 얘를 왜 남자 방에 데려다놨냐! 뭐 이런 느낌? 아무튼 감사합니당 ㅠ
    그렇게 어찌저찌 다시 다른 방 키를 받고 방문을 열어보니 여기는 또 아무도 없었다.

    다른 두명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건 참 다행.

    이 침대로 말하자면 분명 침대인데 매트리스는 장수돌침대보다 딱딱했다.차라리 돌침대가 낫지, 이건  엉덩이 부근은 푹 꺼져서 분명 나는 누웠는데도 누운 것 같지 않게 척추가 뒤틀려 이건 누운 것도 아니고 강제로 몸이 폴더로 된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발쪽에 베개를 두고 누웠는데 엉덩이 꺼진 부분이 달라지니까 좀 더 나아져서 이렇게 잤다.

    애증의 장소지만 이렇게 보면 뭐 좀 빈티지 느낌도 나고.. 꽤나 그럴싸해보인다.
    참고로 에어컨도 없어서 저 선풍기 틀고 지냈음. 70년대 럭키스타 선풍기 느낌?

    나름 테라스? 근데 뭔 창이 2중으로 되어있긴 한데 부실하고 복잡하고..

    천장은 페인트가 벗겨져서 떨어지고 갈라지고 ㄷㄷ

    욕실이다. 아담하고 귀여운 욕조가 신기했다. 그래도 여기는 낡았지만 깔끔하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나라 낡은 세면은 형광 에메럴드 색이나 체리색이 많은데 이런 하늘색은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던 듯?
    3단 수건걸이 나름 괜찮아보였다. 아마 3인실이라 이렇게 걸려있은 것 같기도.
    웅크리고 앉아야하지만 욕조가 있음에 감사하며 잠시 뜨신 물에 몸을 지졌다
    전체적으로 나무로 된 가구는 다 이렇게 니스칠을 얼마나 했는지 번쩍번쩍하니 빛났다. 어릴때 국기함 만들다가 니스 한통 다 바르면 이런 느낌이 나던데!?
    에어컨 없는 불지옥 볼고그라드에서 선풍기 한대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었음.. 그래도 있으니 없는 것보단 훨씬 낫긴 했다.

    감기, 몸살 기운에 약국에 가서 감기약 달라고 하니까 이해를 못하길래 콜록 콜록! 하고 콧물 들이키는 시늉을 해서 받은 약이다.. 하나는 코에 넣고 뿌리는건데 효과 거의 없었음..

    그리고 하나는 뭐 사탕같은 건데 목캔디 느낌? ㅠ 아니 이걸로 감기 나을 수 있는거 맞냐고...
    며칠동안 썼지만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박하맛?의 그 느낌이 목에 걸려서 켁켁거리다 토할뻔..ㅠㅠ

    아무튼 이렇게 짐을 풀고 숙소 구경도 하고서 이 숙소의 장점인 볼고그라드역 5분컷을 체험하고자 역으로 나가봤다.
    역에는 이 지역의 상징인 분수대가 있다.

    이 분수 중앙부에 하얀색으로 어린이들이 악어를 둘러싸고 손잡고 있는 조형물이 유명한데,

    에너미 앳 더 게이트라는 러시아 저격수 바실리에 대한 영화에 나오기도 했다.
    이건 스탈린그라드 전투. 하면 상징적으로 꼭 나오는 분수다. 

    실제 당시 사진은 이렇다. 뭔가 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 폐허가 된 도심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있어 이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역설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만 이 장소가 지금처럼 실제로 역 앞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건 다음에 갈 장소에도 또 하나 더 있는데 뭐가 오리지날인지는..?

    아무튼 이것은 볼고그라드의 상징으로 역 앞에 이렇게 자리하고 있다. 예전 사진처럼 다시는 포화 속에 그을리지 않기를.. 했지만 러시아 지금 전쟁중;;;

    러시아 우체국 건물. 뭔가 엄청나게 크고(특히 문이;) 오래된 느낌이었다. 내부도 궁금했지만 들어가진 못했음.

    역시나 곳곳에 소련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없으면 섭한 2차 세계대전 기념 공원. 타오르는 불꽃은 꼭 있다는 것이 특징.

    여기는 뭐하는 곳일까.. 공공기관인가.

    마약. 그 마약이 아니라 알고보니 뜻이 등대라고 한다. 음식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배가 꼭데기에 달려있었다

    걸어서 볼고그라드 팬페스트 장소에 가보기로 한다.

    가림막에도 이렇게 지역을 상징하는 그림이 있어서 같은 걸로 다 찍어내는게 아니라 나름 신경을 많이 썼구나 싶었다.

    입구까지 왔는데 기껏 온 수고가 있음에도 나는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이유는..
    볼고그라드의 미친 모기 때문이었다. 이게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진짜 뭔 날벌레같은 것들이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달라붙고 정말 숨을 쉬면 벌레 다섯마리씩 먹을 것 같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고문이었다.

    이 볼고그라드에서 잉글랜드, 튀니지 경기가 있었는데 그 때의 사진을 차용해 알리고자 한다.

    저 벌레들이 사람을 보면 다 달라붙는다.
    얼굴에 달라붙어서 자꾸 셀프 싸대기를 때리게 되고 정신이 피폐해진다.
    이 사진엔 잘 나오지 않지만 정말 눈뜨면 눈앞에 수십마리가 한번에 나를 향해 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벌레는 이렇게 생겼다. 평소 내가 아는 모기의 생김새는 아니지만 이넘들도 뭔가 빨아먹는 것 같이 생겼다.
    벌레가 눈치가 있어야지 사람을 보면 달려들고 들러붙어서 정말 화염방사기가 있으면 다 태워죽이고 싶을 충동이 들었다. 원인은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볼가강 때문이라고 한다. 워낙 물이 많으면 고인 곳도 생기기 마련이라 이런 모기, 벌레들이 많다고 하는데.. 
    팬 페스트 장소는 그 볼가강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갔다가는 정신공격만 당하다 여기가 싫어질까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도망쳤는데 이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얼마나 극혐이었으면 급기야 아니 독일은 도대체 이런 불지옥, 벌레 지옥인 도시를 왜 가지고 싶어서 싸운거야? 라는 생각까지 했다. 이걸 알았다면 히틀러도 질색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한 벌레에 대한 것은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현장감을 살려 올려보기로 한다..

    강 바로 옆에 있는 행사장 입장을 거부하고 도망쳐서 2차 세계대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야외에 많은 탱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 사용했던 듯 한 열차도 있었는데 마침 해가 떨어질 때라 뭔가 분위기 있게 예쁜 사진이 찍혔다

    짜잔- 나는 이것을 보러 여기 온 것이었다!
    그 때 그당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폐건물.. 오랜 세월에 그을음은 사라졌지만 도시 전체가 이런 느낌이었다면 얼마나 참혹했을까 하며 상상해보기도 했다.
    베를린의 카이저 빌헬름 교회나 우리나라 철원의 노동당사가 떠올랐다.

    독일 베를린 카이저 빌헬름 교회, 사진 출처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
    철원 노동당사, 사진 출처 : 국가문화유산포털 http://www.heritage.go.kr/
    굉장히 높은 탑이 있었다
    이런걸 박격포라고 하나?
    장갑차도 많이 있었다

    전경을 살펴보면 이렇게 또 그 분수대가 또 있고 당시 사용했던 군용트럭 같은 것도 전시되어 있었다.

    왠지 이게 진퉁일 것 같다는 생각..
    이건 역 앞에 있던 건데 가까이에서 찍어서 그런가 이게 더 크기가 큰 느낌?

    이렇게 잠시 전쟁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당시 직접 경험했을 여러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했다. 
    전쟁이라는 것이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당장 내가 사는 곳이 모두 황폐화 되고 알던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너무 슬펐다.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내 생애는,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도 절대 경험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데 전쟁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수천년동안 다 경험해 다 알고 있음에도 이시각 여러 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했다.

    전쟁에 대한 참상을 알리고자 남겨둔 이 건물을 보니 러시아는 여기에는 이것을 놔두고서 왜 우크라이나에 이런 건물들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싶고..  이건 또 언제까지 남아있을까, 또다른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지는 않을까 생각해봤다.

    이런걸 대공포라고 하던가?

    뭔진 모르지만 일단 러시아에서 별 모양을 보면 다 소련에 관련 된 것으로 보임; CCCP글자가 있는걸 보면 그런 것 같기도?

    여기까지 다사다난하고도 긴 볼고그라드의 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다.. 힘들었어...

    숙소 가는 길 기차역. 역사 하나는 정말 크고 아름답게 잘 만드는 러시아답게 역시나 멋있었다.

    방에서 창문을 바라보면 보이는 이 역이 오래 기억에 남기도 했고, 소련의 비지니스 호텔 느낌이 나던 숙소도 다음에 러시아로 다시 오면 빈티지 체험이라고 생각하며 재방문해볼까 했는데 월드컵이 끝나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곳은 숙소 예약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너무 과하게 빈티지해서 나처럼 왔던 사람들이 리뷰 평점을 안 좋게 줘서인가 알 수는 없지만 조금은 아쉽다.

    다음날은 또 다른 볼고그라드의 상징을 찾아 떠난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