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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08 크라스노야르스크 3일차, 스톨비 국립공원. (찾아가는 방법)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9. 2. 23. 15:45

     

    드디어 내가 크라스노야르스크라는 낯선 곳에 온 이유인 스톨비 국립공원에 가는 날이 밝았다.

    사실 북한산이나 지리산도 안 가본 내가 러시아의 커다란 숲 속을 걸어도 되는걸까? 길은 어떻게 하지. 우리나라 산 속에서도 조난당할 수 있는데 정말 가도 괜찮은거야? 하는 불안함이 있었다.
    그래서 러시아로 떠나기 전 대략적으로 갈 곳을 정할때 투어를 진행하는 곳이 있어서 그럼 거기서 조인하고 가면 되겠다. 하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전날 숙소에 도착해서 직원에게 나 스톨비 가고 싶은데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어봤다. 믿을 건 현지인이자 이곳을 잘 알고 있을 직원뿐 ㅠㅠ
    그러니 너 가이드 할거냐, 혼자 갈거냐고 해서 혼자가고 싶은데 거기 혼자 다녀도 되냐. 길 잃어버리면 어떻게 하냐. 위험하지는 않냐. 물어보니 노노노노노노 그냥 길거리 다니는 것처럼 편하고 사람들도 많기때문에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

    분명 구글에서 본 사진은 굉장히 울창한 숲이었는데.. 정말?

    대답을 듣고나서 나는 스톨비의 절경을 보고 싶은데 혼자로는 못 갈것 같으니 괜찮은 곳 추천해달라고 했다.
    곰을 닮은 푸근한 인상의 직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대화를 한동안 했다.

    그리고서는 나에게 바꿔줘서 통화를 이어갔는데 어느정도 코스를 원하냐고 해서 7, 8시간 코스면 좋을 것 같다고 하니 15키로 정도 걷는 코스가 있고 영어 가이드가 있고 숙소까지 픽업해주고 가격은 9,000루블.

    9,000루블?! 우리돈으로 18만원이 조금 안되는 가격이었다.

    뭐? 왜 그렇게 비싼건데; 하고 깜짝 놀라서 두뇌 풀가동을 해보니 분명 전에 봤던 투어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는 인원이 많아지면 가격이 낮춰졌던 표를 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 아, 나는 혼자 말고 다른 그룹에 참가해서 같이 가고 싶다. 라고 했더니

    내일은 너 하나뿐이야. 다른 그룹은 없어.

    노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ㅠㅠㅠㅠㅠㅠ 아니 왜! 스톨비 국립공원 하이킹을 하지 않는 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어.. 그러면 홈페이지 주소를 이쪽 번호로 보내줘라. 그럼 내가 다시 살펴보고 할거면 연락 줄게.. 하고 전화를 끊었다.

    5명만 모여도 5, 6만원 선이라 좋은 구경 한다고 생각하고 괜찮았는데 혼자서 18만원은 넘모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혼자 길을 나서게 된 것이다.

    http://www.sayanring.com/excursions/stolby_tours/

    이곳이 내가 연락했던 크라스노야르스크 투어를 진행하는 곳이다. 스톨비 외에 크라스노야르스크 시티 투어, 근교 투어 등등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상기 표는 17km를 걷는 영어 가이드 가격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

    다행히 스톨비 국립공원은 크라스노야르스크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냥 강건너면 바로 보인다고 해도 될 정도로 가까웠다.
    찾아가는 길은 당연히 구글에서 Stolby national park로 검색해서 간건데 구글이나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검색하면 이곳을 안내한다.

    오 그래 여기를 가면 되겠구나. 하고 나도 나오는대로 버스를 탔는데 가는 도중에 생각해보니까

    지도상에서 보면 숲은 저 아래인데 왜 저기로 되어있지? 아. 입구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행복회로를 돌려서 저곳에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저기는 국립공원 입구가 아닌 전혀 동떨어진 곳이었다. 절대 저기를 기준으로 하고 가면 안 됩니다!!!!!!

    저기서 안내하는대로 갔더니 뭔 시골마을 같은 집들이 띄엄 띄엄있는 골목이었다.
    근처를 기웃거리니 뭔 스톨비라고 적힌 곳이 있긴 했는데 그곳의 정체는 관리사무소였다.

    와 씨 망했다. 여긴 아무리봐도 공원 입구는 아닌 것 같다.. 싶어서 입구에 있던 러시아 아저씨 두분에게 길을 물었다.
    외관은 얼굴에 털이 수북하고 눈매도 날카로워서 옆에 엽총 하나씩 끼고 곰 좀 잡아보셨을 것 같아서 좀 무서웠지만 수가 없었다.

    용기를 내서 이즈비니쩨~ 끄제 스똘비? 하니까 막 손짓으로 머라머라 설명해주시는데 여기 사람만나기도 어려운 동네도 확실하게 알아들어야겠다 싶어서 구글맵으로 찝어달라고 부탁했다.
    덩치 큰 무서운 아저씨 두분이서 작은 내 핸드폰 손에 쥐시고 지도를 요리조리 찾아보시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다행히 내 말을 잘 알아듣고 어느 위치를 찝었는데 뭔 강을 따라서 7키로미터라고.. ㅎㄷㄷ..전에 내렸던 버스에서 한 10분정도 더 타고 가야하는 곳으로 완전 다른 곳이었던 것이었다. 구글 뒤지고 싶냐...

    참고로 스톨비는 그냥 영문을 그대로 한글로 적은 것이지 실제 발음은 '쓰똘-븨'에 가까웠다.
    스 톨 비. 스 톨 비. 해봤자 알아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 스똘-븨, 혹은 쓰똘-븨로 말을 해보시길.

    스톨비 국립공원의 입구는 Turbaza라는 정류장에서 내려 약 10분정도? 걸어야 했다.
    그러므로 절대!!! 구글에서 스톨비 내셔널 파크로 검색하지 말고 Turbaza 정류장으로 찾아서 가야한다. 진짜 중요함.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면서 넋나간 미어캣처럼 여기저기 힘없이 둘러보는 신세가 될 것이다.

    힘겹게 찾아온 Turbaza 버스 정류장....

    나도 러시아어 개뿔 모르고 기본적인 말 몇가지와 글자만 읽을 줄 알았는데 러시아 여행에서는 글자까지는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뭐 대도시가면 괜찮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영문이 죄다 없다보니.... 그리고 내가 유독 좀 여기저기 다닌 탓도 있고 ㅠㅠ
    여기서 세번째가 스톨븨라고 적혀있어서 저 표지판을 따라서 계속 찻길 옆으로 이동했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이 잘 안되어 있었지만 다니는 차들도 없고 같이 이동하는 학생들도 있어서 안심하고 따라다녔다.

    드디어 만난 스톨비 입구.

    시크하게 넓고 잘 정돈된 길이 이어져있었다. 내가 간 코스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길이 잘 되어있고 계단까지 만들어서 무난하게 다녀올 수 있는 가벼운 코스였다. 하지만 길이가 길어서 돌아올때 넘모 힘들었음.... 

    저 QR코드를 이용해서 다운받으면 코스도 나오고 설명도 들을 수 있다는 것 같았지만 이미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는 상태여서 포기.
    스톨비에는 유명한 기암괴석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인 바위가 사진에 있어서 대리만족..ㅠㅠ

    푸르고 초록초록하면서도 나무가 대체로 얇고 길게 쭉 쭉 뻗어있는 특징이 우리나라에서 보는 구불구불한 소나무나 아카시아 나무 등의 익숙한 숲이 아니어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나라마다 흙의 색상이나 숲의 형태가 다른 것도 꽤나 흥미로운 것 같다.

    가는 도중에 다람쥐나 새를 정말 가깝게 많이 볼 수 있고 숲 속에서 나는 새소리, 숲의 냄새 모든 것이 다 좋다.

    유의사항에 뭐 캐가지 말라 시끄럽게 하지 말라 동물 꽃 납치해가지 말아라 등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 총이요....???????? 역시 차 트렁크에 도끼나 빠다를 싣고 다니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는 러시아의 다른 주보다 크기가 넓다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것 같았다.
    좌측 하단이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깃털바위.. 물론 이것도 못 봤다.

    열심히 운동하는 형들.

    이 지역의 라디오 방송 광고인 것 같았다. 곰이랑 다람쥐 귀여워....

    한참을 가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웬 아주머니가 품에는 사슴 위에는 부엉이를 얹고 있어서 인형도 얹어줬다.
    이거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는데 스톨비 국립공원 계정에서 태그걸었었음 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왜 이런 걸.. 뭔가 의미가 있는 것이었나?

    역시 산은 산불 조심. 러시아 어린이들이 그린 공익 포스터.. 역시 불곰국 아이들이라 그런지 곰, 여우, 뿔이 커다란 사슴 등등이 친근하니 그림에도 이렇게 많이 그릴 수 있구나 싶었다.

    날씨도 좋고 길도 잘 닦여져 있고.. 걷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외국이고 와본 적이 없는 곳이다보니 계속 이것저것 둘러보고 신경쓸 것이 많아서 쉽게 지쳐갔던 것 같다.

    도중에 휴식 공간인지 벤치가 있어서 자리잡고 주섬주섬 전날 사뒀던 빵을 먹었다.
    사실 너무나도 배고팠는데.. 물, 빵 세덩이, 요거트뿐이었다.

    이 근처에 매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전체 코스의 1/3 정도 지점에 매점이 하나 있어서 거기서 물을 하나 샀는데 나를 신기하게 봐서 뻘쭘했었다.

    여기 화장실도 있다. 물론 배수시설은 되어있지 않다.. 왼쪽이 여성용 오른쪽이 남성용.

    다람쥐나 새들이 쉬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것들이 많았다. 보면 해바라기씨나 여러가지의 견과류가 놓여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번호가 매겨져 있던데 아마 코스 번호나 길 방향을 알려주는 그런게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걸은 곳은 평지거나 약간 오르막 느낌의 길이 80%였다면 남은 20%는 이런 계단식 길이었다.

    스톨비 국립공원 탐방 지도? 같은 것 같은데 지도 가장 윗쪽 좌측이 Turbaza정류장이고 거기서부터 쭉 내려오는 코스가 내가 걷는 코스였나보다.
    여러 코스가 있어보였는데 저기 외측 하단에 빨간색으로 사람 모양이 있는 지점이 현재 지점이었던 듯. 

    뭔가 이제서야 스톨비에 왔다는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여기는 입산료를 안 받았네? 그냥 맨 몸으로 다니면 된다.

    저 스톨비 나무 현판 밑으로 난 계단을 힘들게 쭉 오르면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커다란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쯤에서는 많이 힘들었는데 헉헉거리면서 위를 바라보니 뭐 괴상하고도 큰 바위가...

    호에에에엑 뭐야 왜이리 와일드하면서도 웅장하지?

    아래에도 여기저기 바위가 많다.

    위로 열심히 올라가서 이렇게 굵은 바위들 위로 올라가보면 보이는 풍경은

    거친 날 것 그대로의 느낌? 이런 암벽이 있고 바위가 쌓인 산 풍경은 실제로 보는 것이 처음이어서 정말 멋지고 신기했다.

    여기서 두 갈래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는데 한쪽은 뭐 북쪽?머라하고 아래는 코끼리 바위라고 했다.
    사실 더 가보고 싶었는데 이미 여기까지 오는 여정에 쓸데없이 힘이 다 빠지고 먹을 것도 없고 배고프고 이러다 산속에서 울면서 다리 질질 끌고 다닐 것 같았다.
    그래서 아쉽지만 여기까지만 오고 하산...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더 갈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을런지 ㅠ

    어딜가나 이렇게 낙서하는 축생들이 있다...

    열심히 내려와서 스톨비 현판이 걸린 곳까지 금새 도착. 공원 관리 차량인 듯? 뭔가 아프리카 동물 다큐같은 방송에서 많이 본 차 같다.

    그리고 이렇게 아예 캠핑할 작정으로 짐을 잔뜩 싸들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은근 꽤 있었다.
    나야 마실가는 셈치고 가볍게 왔다갔지만 저렇게 하루 산에서 지내며 정상에서 보는 일출이나 일몰은 얼마나 환상적일까.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 딱다구리는 못 봤지만 우측의 두마리는 만나봤다.

    돌아오면서는 허벅지와 허리 아랫쪽이 너무 아파서 손으로 계속 주무르거나 퍽퍽쳐가면서 왔다. 찜질방 생각이 계속 나고 배도 고프니 맥반석 달걀도 생각났다.
    하지만 한켠에는 나름 이곳을 위해 방문한 크라스노야르스크인데 앞에만 깔짝 맛만 보고 가려니 많이 아쉬워서 계속 아, 좀 더 가볼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동안 내가 봐왔던 숲과는 다른 모양의 형태, 나무들. 그리고 식물들이 뿜어내는 기분좋은 냄새와 소리, 푸르른 색상을 접해서 고생했던 몸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느낌?

    가이드가 부담되고 코스도 따라가기 어렵다 싶다면 이 코스를 추천한다. 진짜 소문난 길치인 나도 허튼수작 부리지 않고 가라는대로만 가니 도착함..
    스톨비는 숲 깊숙히 들어가서 며칠 지내는 것이 묘미라고 하던데 그래도 스톨비의 향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코스라고 생각한다.

    숙소가는 길.. 따로 이곳을 들를 목적으로 온 것 같지는 않지만 워낙 찌들은 상태여서 그런가 기억도 없다.

    숙소 앞에 있는 레닌 동상.

    숙소에서 기념품 정리를 해봤는데 증기선 박물관에서 모범생 누나에게 받은 달력, 하바롭스크, 뱃지는 이르쿠츠크 가는 길에 강아지를 데리고 탔던 청소년이 준 뱃지인데 저 종목의 선수라고 했었다. 어떤 대회? 기념으로 만든 뱃지였던 듯...
    그리고 이르쿠츠크에서 샀던 바이칼 마그넷, 이르쿠츠크를 상징하는 바르브였나 그 동물의 마그넷이다. 러시아는 마그넷이 나무느낌이라 엔틱하고 느낌이 항상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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