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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07 크라스노야르스크 2일차, 니콜라이 증기선 박물관.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9. 2. 16. 17:22

     

     

    10루블 지폐의 그 곳에 가는 것으로 오전을 다 보낸 나는 스톨비 국립공원을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 소소한 볼거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성당인 것 같은데 트립 어드바이져를 찾아 봐도 도통 찾지를 못하겠다.. 청록색과 살구색의 조합이 신선해서 사진을 찍다가 어라.. 우연히 누군가의 엉덩이를 마주쳤다! 어떤 일을 하고 계셨던 걸까..

    짧게 지나치듯 외양만 슥 훑고 목적지는 뭔 들어본 적도 없고 흥미가 있던 것도 아닌 '니콜라이 증기선 박물관' 이라는 곳을 목적지로 정했다.
    트립 어드바이져에서 보면 타이타닉 같은? 약간 엔틱한 느낌의 근대 증기선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름 궁금했다.
    그리고 평가를 보니 가이드가 러블리하다. 친절하다. 열정적이다. 라는 글이 있어서 가이드가 있어? 하는 궁금증도 추가..

    이건 크라스노야르스크 375주년을 기념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는 각 도시마다 개척된 연도나 그 중요 인물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땅이 좁아서 그런가 역사 공부하다보면 매번 같은 곳이 나오는데 러시아는 땅이 넓어 그런가 '개척' 이라는 단계를 거쳐야만 도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서 그런가 하고 생각해봤다.

    뭐 그동안 봐온 제독이나 장군 뭐 그런 사람 아닌가? 했는데 찾아보니 이름은 니콜라이 레자노프 Nikolay Rezanov, 모험가였던 사람이라고 한다.

    소련시절 미국에 팔아먹은 알래스카 땅도 이 사람이 발견했고 일본 나가사키까지 갔던 이력이 있다. 심지어 미대륙을 넘어 남미까지 식민지로 삼고자 했던 야망이 큰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사람과 얽힌 일화가 유명해서 신혼 부부들이 여기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던데..
    알아봐보니 캘리포니아까지 진출한 뒤 스페인 장관의 딸과 사랑에 빠진 그들... 종교차이와 나이차(당시 레자노프 42세 장관의 딸 15세..;)로 결혼이 어려웠지만 딸과 예비사위 레자노프가 존버해서 결국 승낙을 받아낸다.
    그러나 일을 해야 했던 레자노프..  '님, 기다리셈. 제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가서 할 일이 있음. 2년만 기다리셈! 다 처리하고 옴!!' 하고 이르쿠츠크를 지나 이곳, 크라스노야르스크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정신없이 가다
    낙마사로 이 곳에서 죽어버린 것이었다.....
    지금이야 40대가 그렇게 죽음이 가까운 나이가 아니겠지만 그 당시에는 진짜 바람만 불어도 아프고 노인 대접을 받던 나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젊었다면 어떻게든 살았었을 수도 있겠지만 당시 40대 나이로는 견디기 힘든 충격이었을지도...
    그리고 비록 정식 결혼이 아니고 약혼식까지만 한 사이였지만 장관의 딸은 수녀원에서 독신으로 살다 갔다고 한다.
    흐음..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데 강변이라 그런지 뜬금 없이 선유도 공원 다리 같은 곳을 건너게 되었다.
    주변 분위기는 여의도 공원 같은 느낌이었다. 자전거나 전동 휠 등등을 대여하는 곳도 있고 간단한 음료를 파는 푸드 트럭 같은 것들도 보였다. 지나가는데 간혹 머라머라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가격도 나와있는 게 없고 말도 안 통하니 덤탱이 쓰지 않겠나 싶어서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그런데 왜 강변에 있다던 그 증기선 박물관은 도통 보이지를 않는지... 같은 곳을 두세번 왔다갔다 하며 아무리 살펴봐도 지도에서 있다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한참 전에 지나왔던 크라스노야르스크 기념물? 근처까지 나와서 사람들 다섯명정도 물어봤는데 다들 모른다고 했다.....
    이게 뭐라고 내가 30분 넘게 서너번 왔다갔다 하면서 길을 헤매고 다녀야 하나 하고 현타가 왔다.

    심지어 큰 길가에서는 차를 타고가던 러시아 현지인 너댓명이 큰소리로 저 멀리서부터 나를 부르더니 쳐다보니까 막 머라머라 카메라를 가리키더니 지들끼리 크게 웃던 일도 있었다.
    마침 신호가 걸려서 바로 옆에서 마주쳤는데 이 당시에는 그냥 인종차별하고 나를 놀리는 건가? 싶어서 그냥 해꼬지 당할까봐 빠르게 지나쳤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흔치 않게 누가봐도 저 관광객이에요. 하고 커다란 DSLR을 메고 다니니 신기하기도 해서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덩치 알차게 차있고 딱 달라붙는 티셔츠에 머리 박박 민 남자 너댓명이 차에 꾸겨져서 타있는 그 모습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어려워서 다음에 같은 상황이 또 있더라도 같은 행동을 할 것 같다.

    왠지 기분나쁜 일도 있었고 지도는 맞지도 않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다 모른다고 하는데 내가 여기서 뭔 이런 난리 부르스를 치고있냐.. 싶어서 그냥 어디 강가라도 잘 보이는 곳 가서 한번 훑어보고 없으면 가자.
    하고서 보니 ??? 뭔가가 보였다...
    그런데 공사현장이기도 하고 아래로 내려가는 방법이 전혀 없어서 대충 위치가 저기니까 내려가는 곳을 근방에서 찾아보자. 하고 마지막 힘을 짜내서 움직였다.

    이런 조형물인지 아니면 그냥 뭐 부수다 남겨둔 무엇인지를 모를 것을 지나서 직진..

    공사장이 나오고.. 뭔가 던젼 입구 같은 것이 보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테지만 왠지 모르게 저기를 내려가면 될 것만 같은 느낌에 가까이 가봤다.

    박물관 입구. 라고 쓰여진 무언가가 있다.... 이거 Hoxy..?

    ㅡㅡ....

    나는 큰 길가에서 내려왔는데 아마도 공원있는 쪽에서 강변으로 내려와서 쭉 걷다보면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대체로 러시아 남자들은 이 사진의 두명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게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더 빡빡 깎으면 스킨헤드.. )체형은 오른쪽 아자씨처럼 좀 슬림하거나 저기서 더 맷집이 있거나 한테 대체로 스타일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증기선 박물관이지만 강 위에 있지는 않다. 그냥 강이 보이는 곳에 있다.

    힘들게 찾아왔지만 외양을 보니 그렇게 큰 것 같지도 않고 볼 것도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아까 들어왔던 입구쪽 계단에 앉아 동향을 살피기로 했다.
    저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연령은 어떨까, 들어갔다가 얼마만에 나올까, 볼 게 많으면 늦게 나오겠지? 라는 나름 두뇌 풀가동을 한 결과였다.

    계단에 앉아 탐색을 하는 동안 나와 비슷하게 도착한 열공하는 듯 두꺼운 책을 품에 안고다니는 러시아 누나가 먼저 들어갔는데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호오.. 생각보다 볼 게 좀 있나봐? 하고 나도 그곳에 발을 디뎠다.



    뭐라고 입구에 50루블부터 어쩌고 여러 금액들이 적혀있긴한데.. 도통 뭔지는 모르겠고; 돈 받는 사람도 없고 매표소 같은 것도 없어서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번역기 돌려보니 사진찍는 비용이나 입장료가 따로 있었다....)

    배에 올라 조심스럽게 이곳 저곳 눈을 돌리고 있는데 3분도 안되어서 어떤 할머니가 기척도 없이 닌자처럼 스윽 다가와서 어디서 왔냐, 내가 소개해주겠다. 난 영어 조금한다.며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니며 문을 열어주고 구경을 시켜주셨다.

    사실 몇 마디의 대화 뒤에 바로 내가 한국사람인걸 알고부터는 몇년 전에 한국인이 여기 왔었는데 이름은 뭐고 나이는 몇이고 미혼이다. 직업은 뭐다. 아주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칭찬을 자꾸 하셨다.
    속으로 저는 그 분 몰라요... 한국이 러시아보다 좁긴하지만 우리 동네 사람도 잘 모르는데 그 아저씨 저는 잘 몰라요 ㅠㅠㅠㅠㅠ 하면서 이후로도 다섯번 이상을 똑같이 되풀이하시는 말을 들었다.

    할머니가 제일 처음 보여주신 엔진실..

    한층 아래로 내려가니 뭔 전시실 같은 것들이 있었고 할머니는 나를 만난 순간부터 거의 쉬지 않고 나에게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가셨다.

    여기서부터 나보다 먼저 들어간 우등생 느낌의 러시아 누나도 자꾸만 마주치게 됐는데 할머니가 나에게 설명하다가 막혀서 고민하면 시크하게 자기가 보던거 보면서 나를 한번 쳐다보는 것도 아니면서 그대로 한마디씩 거들었다. 포인트는 절대 이쪽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뭐지.. 이게 러시아 누나들의 매력인가.. 근데 왠지 모르게 시크해..

    예를 들면 왕비인지 아니면 무슨 귀족의 부인이었는지 아무튼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설명해주는데 그녀가 20세에 결혼을 했는데.. 라고 하면 그 누나는 '18세' 라고 이쪽을 보지도 않으면서 말하는 그런 식이었다.
    혹은 할머니가 이 사람이 000하는 일을 했다. 고 하면 000 아니고 @@@지 않아요? 라고 말하고서는 할머니와 둘이 열띤 토론을 하고나서 다시 할머니가 나에게 정정해주는 그런 식이었다.

    여기는 증기선으로 이용을 할 때의 객실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 박물관에서는 이 곳을 제외한 다른 공간은 온통 전시관으로 쓰고 있어서 유일하게 근대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러시아인들이 좋아하는 그 레닌과 예전 황제 니콜라이(1세인지 2세인지는 모르지만 2세 느낌!?)도 이것과 같은 증기선을 타고 이동했다는 것 같았다. 레닌은 귀양갈 때 탔다고 했던가... 다른 이들의 사진도 근대 유명인사로 보였다.

    객실 안 출입문쪽에는 레닌의 복장이 있고 내부는 당시 모습 그대로 재현을 해두었다. 안쪽애는 증기선에 탑승한 레닌의 그림도 있다.

    객실로 내려오는 계단은 상당히 가파랐는데 이건 아랫층에서 바라본 모습. 그닥 위험해보이지 않지만..



    윗층에서 보면 이정도의 경사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만들어놨나 싶었다.. 노약자를 보살필만한 시대가 아니었나 ㅠ

     한켠에는 이런 뭔지 모를 전시가 있었다. 현지 아이들이 그린 그림 전시인지 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이거랑 증기선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건데..

    증기선이 현역일 당시에 시간을 보내며 배 안에서 여성들이 수를 놓거나 그림을 그린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 옷의 경우에는 그 옷을 입은 아이의 사진과 기증자의 사진이 함께 있기도 했다.
    자수의 경우엔 종교와 관련된 것들, 스탈린에 관한 것들도 많아서 놀랐다.

    또 어딘가에는 뭔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군복과 그 옷을 입었던 듯한? 젊은 이의 인생을 알려주는 것이 있었다.
    정말 이거 뭐지.... 흑백인걸 봐서는 2차 세계대전때 미담을 가진 이의 사연인지, 뭔지 궁금했지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 외에도 무슨 레스링 선수도 있고 다른 종목의 운동선수도 있고; 별의 별 것들이 있어서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강 추측해보자면 우리지역을 빛낸 인물들. 이정도였지 않았을까 싶다. 횡성의 자랑 김희철! 이런 것처럼.

    군복을 보다가 나를 가이드해주던 할머니가 70대 후반이어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해 물어보려고 하는데 러시아에서는 월드 워 세컨드.라고 해도 아무도 모르고 뭐 그쪽에서 쓰는 용어가 있는 것 같은데 번역으로 더 월드 워 2. 라고 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두번째 전쟁. 이라거나 세계 전쟁. 이렇게 나오면 보통 눈치를 채실텐데.. 러시아어로 번역이 잘 안 됐는지 아무튼 궁금증을 풀 수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국전쟁이라고 했어야 했나 싶다. 

    그래서 막 대화를 나누다 할머니가 그 시크한 러시아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니까 그제서야 나를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이 때가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로 본 거였음....

    그래서 씨울(서울)˜ 했더니 그 누나가 갑자기 뭐 연예인 본 것처럼 막 표정이 환하게 웃으면서 적극적인 제스쳐로 손뼉을 두어번 치더니 아 유 프롬 씨울?! 캔 유 스피크 러시안? 이러길래
    니엣. 저스트 리틀. 야 니 가바류 빠 루스끼(러시아어 몬 합니다)ㅠㅠ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기는 한국에 놀러가고 싶다면서 서울에서 사냐고, 그래서 나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고 했다.
    왜 서울 가고 싶냐니까 베리 뷰티풀 시티라면서 내가 난 서울 사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복잡하다고 하니까 아니라고 했다. 뭐지. 외국인들에게 서울은 최첨단 미래도시 같은 느낌인가;

    그래서 혹시 서울 오면 내가 좋은 곳 추천해주겠다고. 그러니까 가면 연락하겠다며 메일 주소 받아감..ㅋㅋㅋㅋㅋ
    뭔가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해서 가져간 기념품 하나 주니까 굉장히 좋아하면서 나에게 크라스노야르스크의 마그넷 달력을 선물로 줬다. 이때가 2018년 5월이었는데 그걸 한 번도 안썼으니 2025년에는 맞는 달력으로 쓸 수 있으려나...ㅜ  

    그것을 계기로 이것저것 대화를 하고 언제 떠나냐, 오늘은 어디를 갈거냐, 앞으로 어디 갈 예정이냐 등등을 묻다가 둘이 다시는 만날 스케쥴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다.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의 학생이 아니고 어디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잠시 들른 느낌이어서 여기서의 스케쥴도 바쁘게 잡혀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니 자꾸 시계를 확인하다가 나는 좀 더 둘러보다 공연을 보러가야 한다며 아쉽다고 떠나간 러시아 누나.. 안녕.. 공부 열심히 해..

    아랫층에서 다시 상층으로 올라와서 계단을 하나 더 올라 선장실 등등을 구경했다.
    햇볕도 들지 않는 아랫층에서 밝은 윗층으로 올라오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도 답답한 느낌도 덜해졌다.



    앞의 치마 입으신 분이 가이드 해주신 분, 내부를 보고 있는 것이 나와 대화를 한 열공하는 시크한 누나다.

    이렇게 보면 강 위에 있는것 같지만 그냥 그렇게만 보일 뿐이다.

    슬슬 볼 것도 많이 봤고 느긋하게 보려고 했지만 뜻하지 않게 많은 대화를 하자니 금새 피곤함이 느껴져 이제 가봐야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가이드 할머니도 너무나도 열정적이게 나를 전담마크하며 거의 한시간 반을 열심히 설명해주셔서 기념품을 드렸다.

    할머님은 나에게도 이름, 결혼 여부, 사는 곳, 직업을 물어보셨는데 몇년전에 들렀던 한국인 관광객 얘기를 이름은 뭐고 몇살이고를 나에게 해주신 것처럼 아마 다른 한국인이 여기를 방문하게 되면 내 이름을 듣게 될 것이다...

    내 노트에 메세지를 정성스레 적어주시는 할머니.

    그리고서는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핸드폰을 건네주며 사진을 찍어달라하셔서 사진 몇장을 찍었다. 그리고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뭔가 뜻하지 않게 훈훈한 만남을 가지고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말 딱히 뭐 볼 것이 없고... 전시되어 있는 것도 도무지 외국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 대부분이라 추천하지는 않는다 ㅠㅠ

    이렇게 크라스노야르스키 2일차도 마무리.

    돌아오는 길에 본 언덕 위의 인상이 강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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