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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05 올혼섬에서 나와 크라스노야르스크로. 버스비 호구가 갱신!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8. 12. 18. 16:33


    드디어 바이칼에서의 3박 4일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올혼섬에서 이르쿠츠크로 다시 이동한 후 기차를 타고 크라스노야르스크로 가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므로 말이 마지막 날이지 눈 뜨자마자 먼 길을 나서야 했다.

    며칠 전에 이르쿠츠크에서 올혼 올 때 800루블에 싸게 타겠다고 터미널까지 가서는 1,000루블을 준 호구짓을 만회하고자 이번에는 숙소에서 예약을 했다.

    시간은 9시 반이 처음이라고 되어있는 것 같던데 나는 가서 기차를 바로 타야하니 좀 더 이른 시간이 없냐니까 7시 반을 말해줬다.
    보통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는 첫 차가 8시라고 했던 것 같은데.. 뭐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하고 7시 반으로 예약했다.

    가격은 850루블, 숙소에서 150루블을 선불로 줬으니 기사에게 남은 700루블을 주면 된다고 했다.


    3박을 머무른 니키타 리셉션에 적힌 이르쿠츠크 가는 버스 안내.
    분명 인당 850에 150 리셉션, 700 기사님 지불이라고 적혀있고 나도 그렇게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아늑했던 2인실도 안녕.


    설명을 들었던 대로 숙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

    그리고 날이 밝고...
    나는 버스가 7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해서 혹시라도 놓칠까봐 20분부터 나와있는데 차는 보이지도 않고 옆에 있는 건 퍼질러 누워버린 큰 개 한마리뿐이었다 ㅠㅠ

    나처럼 아침 일찍 나가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 많던 숙소 사람들은 다 무엇을 하는지, 마을 사람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30분이 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와 망했다 이거 말짱 9시 30분 차 타야하는 각 아닌가.. 라고 절망적인 생각을 하면서 서서 기다리던 나의 자세도 그냥 길바닥에 털부덕 혼을 잃은 부랑자처럼 주저 앉아버렸다.
    그냥 다시 방에 들어가서 자다가 9시 반 차를 타야하나.. 했는데 그러려니 어? 너 왜 9시 반 차에 끼어 타려고 함? 하면서 트러블이 생길 것 같았다.

    그렇게 8시에서 2, 3분 모자란 시간이었을까, 내가 타고 왔던 버스같은 봉고차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덜컹덜컹 오더니 숙소 앞에 섰다.

    내가 운전사를 보면서 기웃거리니 타라는 제스쳐를 보이길래 냉큼 탔다.

    그러더니 나에게 1,000루블을 달라고 했다.

    ?
    뭐소리여? 분명 850에 난 선불 150까지 줬는데;

    그래서 니옛. 하면서 700을 핸드폰으로 찝어보니까 아저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나는 이 때 기사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봤는데
    아니, 이 사람은 전에 내가 올혼 들어갈 때 흥정했던 몽골 강호동이잖아;;;;;; 왜 하필 이 아저씨를 여기서 또 만나냐 와 진짜 개 어색하게..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아니.. 올혼섬에서 만난다더니..

    일단 이 차라도 타지 못하면 이르쿠츠크에서 탈 기차를 놓치기 때문에 나를 기억하는지 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800루블을 줬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는 9시만 넘어봐라, 내가 숙소에 전화해서 왜 700받을 거 더 받았는지 물어본다... 라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고통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내 돈을 받고 10분쯤 되었을까, 갑자기 또 어딘가에 차를 세우더니 100루블을 더 달라고 한다.

    아니, 왜;
    왜.. 왜에에에!!!! 

    뭔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탄 현지 올혼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종이에 800을 적고 100을 더 적어서 나에게 보여줬다.

    아마 그 돈을 내야하나보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냥 그러라고 했다.
    내가 돈을 주지 않고 혼파망이 되어있으니 빨리 내라는 식으로 자꾸만 여기저기서 재촉을 했다....

    그리고 100을 더 줬는데..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잠깐, 나 북부투어에서도 이렇게 입장료로 100 더 줬던 거 같은데!?

    이거 혹시 투어버스?? 나 이렇게 또 비릿한 생선 국 먹고 기차타러 가지도 못하고 그러는거야!?! 하고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프고 혼란스러웠다.

    나는 정신없이 구글번역기를 켜서 이 것은 투어 버스입니까? 나는 이르쿠츠크로 가야합니다. 를 눌러서 보여줬다.
    그러니까 이르쿠츠크? 하길래 다. 했더니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 하길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나는 유난히 나를 챙겨주던 옆자리 현지 주민분에게
    나는 숙소에서 150을 냈고 남은 요금 700만 기사에게 주면 된다고 들었다. 고 전하며 의문점을 풀고자 했다.

    그 주민분은 숙소가 어디냐고 묻고 숙소에 전화했는데 한창 러시아어로 얘기하더니 나를 바꿔줬다.

    나 150 미리 내지 않았냐, 그리고 700만 기사님한테 내면 된다며? 라고 물어보니
    요금은 800이 맞고 너 100 더 내는게 맞다는 말이었다. 뭔 개소리여 시벌... 왜 그렇냐고 하니까 계속 기사에게 800주고 100은 뭔 입장료인가 그렇다고 했다.

    와 씨 뭐라는거야. 분명 리셉션에서 850이고 150선불 700드라이버 라고 적힌걸 봤는데..

    골치아프기도 하고 자꾸 나를 개진상 100루블도 없어서 구질거리는 외국인 취급을 하기에 그냥 알았다고 하고 끊었다.

    그래서 나는 총 1,050루블을 내고 최고가로 이르쿠츠크 가는 버스를 타게 된 것이다.
    올혼 올 때도 숙소에서 그냥 예약했으면 900루블이었는데.. 이렇게 호구가를 갱신하다니... 심지어 버스도 30분이나 늦었잖아...ㅡㅡ

    니키타에서 머무는 분들, 이 의문점을 풀어주십시오.


    몽골 강호동 아저씨의 미니 버스 내부.

    아침부터 정신이 피폐해져서 이르쿠츠크 가는 버스에서는 내내 혼절상태였다.
    전에는 덜컹거려서 힘들었는데 이미 올혼 섬 북부투어의 버스를 경험한 나에게 이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역시 인간은 극한 체험을 하면 무뎌지는구나..

    계속 자니까 생각보다 이르쿠츠크는 금방이었다. 낯선 길을 처음 갈때는 너무나도 멀지만 돌아올때는 절반도 안 걸리는 것처럼.

    아, 팁이 있다면 올혼 이르쿠츠크 오고 가는 길목에 들르는 휴게소에 화장실은 바깥쪽에 있는 짙은 갈색의 푸세식이다.

    하지만 음식 시켜먹는 식당?에는 제대로 된 화장실이 있다. 대신 줄이 긴 것은 감안해야하고.. 대체로 30분정도 머무는 걸  생각해서 맞는 쪽으로 이용하면 된다.


    야외에 이 뚜알렛(화장실) 화살표를 따라 가면 이런 화장실이 있다.


    휴게소에 있는 식당. 주문하는데 꽤 오래걸리고 영어로 하면 좀 싫어하는 것 같았다. 네깟놈 주문 안 받아도 어차피 여기는 장사 잘 되나까 썩 꺼져! 이런 기분을 느꼈다..


    배고프니 피자빵. 50루블로 1,000원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다. 나름 주문하면 렌지에 돌려줌.

    내 걱정과는 달리 몽골 강호동 아저씨와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버스 요금으로 내가 자꾸 돈 안주려고 하고 아저씨는 이 간나새퀴 보게나? 하는 표정으로 허허허 하면서 웃었지만...

    여차저차 이렇게 고생 끝에 이르쿠츠크에 와서는 KFC가 있어서 주문하는데 아니, 왜 셋트가 없지..? 뭔 파이를 끼운 이상한 피크닉 박스같은 것은 있는데 한국처럼 상하이스파이시 셋트 (상스치콤!?) 이런 게 없었다.

    그리고 콜라가.. 뭔.. 미니미한 사이즈로 나옴ㅋㅋ 진짜 주먹만한 크기였다. 마음먹고 세번 쭈우욱 하면 다 없어지는 양이어서 몹시 화가 났다.


    크기 비교... 손바닥으로도 다 가려진다.

    이르쿠츠크 기차역은 규모가 꽤 큰 편이다.
    단거리와 장거리 창구가 달라서 단거리로 가서 티켓 발권을 하려고 하면 다른 곳으로 썩 꺼져라 이 마귀야!! 라는 식으로 손짓으로 훠이 훠이 보내버린다.

    타는 것도 지하로 내려가서 승강장을 찾은 뒤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는 형식. 제법 긴 여정이니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가지는 것이 좋다.
    이후에 모스크바나 다른 도시에서 많이 접해 익숙해졌는데 이 때는 처음이라서 많이 허둥지둥 했다.

    그리고 이 곳 기차역은 규모가 커서 입구가 여럿인데 1번 입구로 들어가면 그곳이 장거리이므로 그리 가면 됩니다..

    이 때가 6월 5일이라 아직 월드컵 개막식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었는데 이르쿠츠크 기차역에서 처음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관련 상품을 발견했다. 뱃지와 털모자..
    개중에 털모자가 너무나 탐이 나서 나중에 모스크바 가면 많을테니까 꼭 사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월드컵 기념품은 모스크바, 상트가 제일 비쌌고 카잔, 이르쿠츠크가 제일 쌌다.. 여기서 그냥 싹 쓸어버렸어야 했다 ㅠㅠ

    이르쿠츠크에서 다음 행선지인 크라스노야르스크는 오후 5시에 타서 다음날 아침 10시 반쯤에 내리는 그냥 야간기차정도라 부담이 없었다.

    내 맞은편에는 덩치가 좀 있는 5-60대 러시아 어머니와 그 위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있었다.
    윗자리는 젊은 러시아 청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코를 골며 자기만 했다..

    그리고... 밤 10시가 되어 열차에 불이 꺼지면서 지옥이 시작되는데...

    3등석은 사실상 다 오픈되어 있어서 64인실이나 다름없는데
    이 칸에서 코 제일 시끄럽게 고는 사람 3명이 내 맞은편, 그 위, 그리고 내 위에 있었다. 나 말고 다 탱크 같은 소리를 냈다.

    대박 뭐야 이거 코 고는 데시벨로 자리 배정해둔거야??

    쾌적한 열차 생활을 하려면 근처 사람들이 시끄러운가, 냄새가 나는가,  코를 고는가, 무엇을 먹는가. 이게 제일 중요한 체크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다음, 다음 블럭에서는 뭔 중국인인지 동남아인인지 약간 느낌은 베트남어 비슷하긴했는데 밤새도록 깔깔거리고 열차를 그들의 소리로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들이 조용해지니 내 자리쪽에서는 뭔 지옥에서 뛰쳐나온 지옥의 마견 케로베로스가 뭘 잡아먹을 듯이 크르릉 그르릉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진짜 어떻게 사람의 코와 흉부에서 저런 소리가 울려 나올 수가 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러시아인들의 비강구조는 진짜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어떻게 잘못됐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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