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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03 바이칼 올혼섬 2일차, 북부투어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다.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8. 11. 27. 18:30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전날은 아침부터 짐 다 매고서 20분도 더 걸리는 터미널로 걸어간데다 올혼섬 들어가는 버스에서도 잠을 거의 못잤고 피곤에 쩔어서 뭘 하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숙소 위치가 정말 좋았던 덕에 뒷 동산 올라갔다가 바이칼 전경을 봤던 것이었다.
    다른 곳이었으면 구경도 못하고 그냥 퍼졌겠지.

    올혼섬에서 총 3박을 하는 내 계획은

    첫날은 이동하느라 아무 것도 못하겠지?
    둘째날은 그래도 투어를 하자.
    셋째날에도 기력이 남으면 투어를 하던가 아니면 하이킹을 하자! 였다.

    전 날 할것도 없겠다 다음 날 투어 예약이나 하자, 하고 리셉션으로 가니 여러가지 투어가 있었지만 북부투어를 추천했다.

    숙소에서 선불 300루블, 기사님에게 후불로 700, 그리고 국립공원 입장료 100은 따로.
    총 1,100루블의 비용에 점심은 기사님이 제공해주고 7-8시간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어 올혼 섬의 둘째날이 밝았다.

    투어에 나서기 전에 숙소 내 식당에 가서 제공되는 조식을 먹었다. 뷔페식인데 나름 종류가 다양하다.
    단점은 우리는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힘이 나지! 이런 생각이어서 아침도 배불리 많이 먹지만 대체로 가볍게 먹는 분위기라... 메인 접시 두개 이상이면 겁나 눈치보인다 ㅎㅎ 그리고 음식 남기는 것도 눈치 보임. 
    주의할 점이 있다면 케잌인 줄 알고 펐던 빵? 같은 게 있는데 진심 난 살면서 그렇게 달아서 미각 상실하고 장기까지 범벅이 되는 듯 한 거 처음 먹어봤다. 알고보니 러시아식 간식?이라고 하던데 그런거 보이면 조금만 가져다 먹어보고 입에 맞으면 더 가져가서 먹으시길.. 억지로 먹다 토할 뻔 ㅠㅠ

    신청한 북부 투어는 아침 10시에 출발한다고 해서 긴장되는 마음으로 10분 전에 도착하니 색목인/동양인을 나눠서 차량을 배정해줬다.
    나는 일찍부터 가서 기다려서 먼저 온 차를 타려고 했는데 야이놈아 넌 저기다! 하고 다른 차로 가라고 해서 보니까 동양인만 있었다. 이건 그냥 각자의 편의를 위해서인지 뭔지... 쓸데없이 그냥 기분이 좀 상했다.

    약간 상한 기분으로 차에 타고 보니 달갑지 않은 낯익은 얼굴이 보이는데...

    사실 나는 전날 옆 방의 중국인 5명 파티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웃어대는 소리가 너무 심해서 참참못 11시에 문 두들겨서 조용히 해달라고 말을 하고 잤었다.
    근데 그 중 3명이 나랑 같이 버스 탔네 ^.^

    서로를 확인하고 굉장히 뻘쭘했다...
    그렇게 나는 그들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즈음까지 함께 했지만 말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음. 물론 한국인 두 명도 있었는데 그냥 다들 본인과 일행 말고는 없는 사람 취급해서 나는 끝날 때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숙소에서는 아침 저녁을 제공해서 밥을 먹다보면 확실히 서양애들은 쉽게 자기들끼리 말도 걸고 어울리는데 동양인들에게는 접근하지 않더라.
    그런데 나도 뭐 아무래도 친근한 한중일 출신의 사람이 있다면 말을 걸겠지만 일단 혼자 온 사람이 없었다.
    해외에 나와서 동행이 있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고 내가 있는 그곳이 곧 고국인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내가 말 건다고 반갑기나 하겠나. 워낙 동행이 있으면 뭐 다른 사람이랑 얘기할 마음도 없으니까.


    익싸이팅 우아즈!


    어쨌거나 투어 차량은 출발했다.


    마을에서 국립공원에 들어갈 때 기사님이 차를 멈추고 돈을 수거해서 지불하고 돌아온다.  사냥하지 말라고 그려진 장총 그림이 무서웠다.

    차는 진짜... 이르쿠츠크에서 올혼올때도 차가 심하게 흔들린다 싶었는데 거의 디스코팡팡 급으로 흔들렸다.

    어느정도였냐면 안전벨트를 원래 매는대로 크로스로 하는 게 아니라 어깨에 끼워서 잡고 매달려야 할 정도로...
    안그러면 앞으로 튕겨나가거나 바닥에 꼬꾸라질 정도였다. 그렇게 했는데도 천장에 머리 박거나 창문에 얼굴이 짓눌림ㅋ

    용케도 차가 땅이 움푹 패여서 바퀴 절반이상 빠질 정도로 된 길도 꾸역꾸역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가기는 잘 가기는 갔다. 아니, 이런 길을 어떻게 이런 고물 차 같은 게 다니는 거지? 라는 생각만 들었음.


    어떻게 이걸 타고 멀미 안했나 궁금하다; 나는 그저 안전벨트에 매달릴 뿐이었다..


    올혼섬 비포장도로를 꾸역 꾸역 잘만 다니는 우아즈 (정확히는 우아즈 부한카라고 함). 투어 차량은 다 이 차인데 사륜구동에 군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확실히 2차 세계대전에서 봤을법한 외양이긴 하지만 장점 : 빈티지하고 예쁨. 단점 : 타보면 정말 빈티지함. 


    본격적인 올혼섬 투어.

    대충 투어는 이렇게 진행된다.

    기사님이 어디에 도착하면 내리라고 한다.
    대충 눈치보면서 차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을 맴돌며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기사님이 차에 타는 것 같다, 혹은 우리 일행이 없다. 하면 후다닥 다시 차로 돌아간다.
    근데 이건 나중에 짬이 좀 생겨서 내릴때 기사님에게 시계를 가리키면 언제오라고 말을 해줘서 그때 맞춰서 돌아왔다.

    이게 계속 반복이다ㅋ

    그리고 우리 버스 기사님이 다른 기사님보다 한 타이밍 빨리 도는 편이라서 우리가 가서 자리잡고 사진찍고있으면 다른 팀들이 속속 줄이어서 도착했다.
    기사님 체고!


    나와 얼굴을 붉혔던 중국인 3인.. 항상 누구보다 앞 쪽으로, 혹은 높이 가는 것을 좋아해 내 사진 대부분에 걸려있다.
    여기는 그냥 경치 보라고 풀어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저기 우측 중간에 보이는 바위 두 개가 사자바위, 악어바위라는 말이.... 


    소나 말이 방목되어 풀 뜯는 풍경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방바닥에 배깔고 누워 읽던 백과사전에서 본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 바이칼에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딱 이런 풍경이 내가 어릴 적에 생각했던 바이칼의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동 중에 만난 하이킹하던 중국인들. 근성 인정합니다... 


    이 곳은 포로수용소였다고 들은 것 같다. 왜 저런 돌 무더기 같은 것이 있는지 (선착장이었다는 듯?), 왜 하필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런 어려운 곳에 포로 수용소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문명과 떨어진 낯선 오지에서 고생하다 죽으라는 의미였을까.
    민족, 국가, 종교, 이념이 달라서 일어나는 전쟁에서 싸우다 낯선 곳에 끌려와 하루 하루 지내는 기분을 생각해보면 참 힘든 삶을 살았겠구나 싶었다. 괜히 이 곳에서 사그러지고 지나갔던 사람들을 생각하다보니 조금 짠해졌다.
    안내판에 보면 뭔 나무 판자가 대충 걸쳐져 있는데 이건 뭐 옆에 있다가 부서진건가? 했더니 생각해보니 포로 수용소 막사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건 어떤 기구인지 감도 안 잡혔다. 어떤 쓰임새가 있었던 걸까..


    버려진 것인지, 쓰는 것인지도 모를 배도 있었다.


    바다처럼 파도?도 밀려오고 물도 맑고 호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이 푸른 물결이 있었다.


    어느 바위에는 이렇게 동전을 던져 놓은 곳도 있었다.
    어디 좁은 곳에 사람이 바글거려서 아 저기 가기 싫다.. 하고 주변만 맴돌았는데 알고보니 거기가 삼형제 바위라고... 이런... 제대로 사진 찍은 것도 없고 흔적이라고는 고작 저 동전 있는 바위가 그 바위라는 것 뿐이다. 

    투어의 단점이라면 역시 가이드 설명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딘가에 내려주면 어디지? 뭐 하는 곳이지? 그건 외국인으로서는 알 수가 없으므로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을 살펴보는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안내판이라거나 그런 것도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러시아어 뿐이라 그냥 가면 어 이쁘다. 오 경치 좋네. 꿈뻑 꿈뻑.. 하다가 그냥 하루가 날아간다. 사실 나도 이 글을 적느라 새로 알게 된 것들도 많다.


    모래바람 날리는 구불거리는 흙길. 어딜 봐도 다 비슷 비슷한 길인데 차를 운전하는 기사님들은 용케도 귀신같이 다 길을 알고 다니신다. 

    오후 1시가 넘어 배가 출출하고 '그러고보니 점심 준다고 했는데..' 라고 생각될 즈음 이 곳에서 내려주고 한시간 정도 돌아보다 오라고 한다.
    물론 이쪽 경치가 예뻐서 구경만 해도 되긴 하지만 시간 떼울겸 우측으로 길이 나 있길래 다녀와보기로 했다.

    가는 길은 그렇게 험하지 않다. 나름 정비도 잘 되어있고 지면도 부드러운 편이라 잘 걷기만 하면 된다.
    도중에 색색의 천으로 꾸며진 나무나 기둥 등이 종종 보였다. 바이칼이 한 층 더 신비로운 이유로는 이런 토속신앙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넓은 호수를 질주하는 유람선? 들도 종종 보였다. 


    도중에 이정도 오르막 길이 있긴 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땀이 나기 시작해서 패딩을 벗어야 했음.. ㅎㅎ


    언덕 끝에 기둥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올라왔다. 이 사진의 좌측에 있는 기둥이 윗 사진의 그 기둥이다. 

    이 커다란 바위가 갈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이 곳을 하보이 곶이라고 하는데 이 곳에 살던 부랴트인들의 말로 송곳니라는 말이라고 한다. 바이칼 호수 안 올혼섬의 가장 북쪽이다.


    올혼 섬의 북쪽 끝.


    돌아가는 길.. 발 헛딛으면 바로 바다 같은 호수에 추락사 할 것 같은 길도 있지만 살짝 아랫쪽에 이런 숲길 같은 길이 있어서 이쪽으로도 가봤다.


    내가 생각했던 바이칼 풍경 2


    먹고 싸던 문제.

    얼추 돌아오라는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기사님이 어디론가 오라고 해서 가니 뭔가가 차려져 있었다.
    오. 이제 점심을 주시는구나! 해서 내심 기대가 많아 되었다.

    아침에 차에 타기 전, 기사님이 트렁크에 투명한 비닐에 핏국물이 떨어지는 생선을 한봉다리 싣는 것을 봤는데.. 나는 아. 저게 오물이라는 바이칼 생선이구나. 저걸 먹겠구나.. 싶었다.

    상 차려주신 곳에 가보니 거칠거칠한 빵을 잘라 안에 치즈를 넣은 것 각기 두 개, 그리고 주먹 반만한 검은색 빵, 생선과 감자가 둥둥 떠있는 맑은? 국같은 것을 끓여서 주셨다.

    오물.... 꽁치랑 맛이 비슷하다고 하던데 평소 고등어나 방어 같은 가시 적고 담백한 생선만 먹던 나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일단 가시가 많고.. 비려서 먹기가 정말 힘들었다...
    고추가루랑 파가 없어서 그런가 ㅠㅠ 허브를 많이 넣긴했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먹고싶었는데 도중에 헛구역질하면 너무 실례인 것만 같아서 서너번 먹다 감자만 골라먹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겁나 잘 먹음.. 역시 중국의 비위는 이정도로는 끄떡하지 않는건가.

    그리고 일단 이 오물(생선이름임ㅠ)국?은 기사님이 스덴 빠께스에다 끓인건데 난 그 빠께스 보고 무슨 한 50년은 쓴 건 줄 알았다ㅋㅋㅋㅋ (위에 사진 보면 기둥 옆에 보이는 까만 빠께쓰)
    영화에서 보면 그 뭐야 오크나 이런 애들이 쓸법한 비주얼의 곳곳이 거뭇거뭇하게 색이 변한.. 곳곳이 아니지 거의 모든 부분이 검은.. 그런 스덴 빠께스...

    하지만 피크닉 장소 풍경은 정말 기똥찼다. 이런 천혜의 자연 속에서 이런 멋진 풍경을 보며 여유롭게 있을 수 있음이 너무나도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정리하는데 놀랍게도 야생의 여우가 나타났다!

    처음엔 뭔 바짝 마른 누런 개인가.. 했더니 아니, 뭔 얼굴이 저렇게 빼쪽하고 귀가 저래? 하고 보니까 여우였음....
    기사님이 남긴 오물 국을 버리는데 와서 생선 덩어리를 날름 몇개씩 긴 주둥이에 꾸역꾸역 집어넣고서는 호다닥 사라졌다.
    꼬리가 정말 통통하고 보드라워보여서 여우는 어떻게 꼬리를 흔들까? 하고 궁금했는데 강아지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거나 고양이처럼 리드미컬한 무브먼트가 있지는 않았다. 


    이 곳이 점심 스팟이어서 이곳 저곳에서 각기 식사를 했다. 주차되어 있는 차들만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지는 짐작이 되리라..


    아.....

    그리고 당연한거지만 천혜의 자연, 그것도 국립공원으로 들어온 이상 화장실은 없다.
    오로지 이 여러 기사님들이 식사를 차려주고, 먹을 수 있게 마련된 이 장소에서만 화장실이 있는데 그냥 푸세식임. 푸세식도 진짜 구멍 요상하게 뚫어놓아서 어떻게 조절을 하기도 힘든 그런...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걸쇠가 고장나있다.
    밖에서 누군가가 내가 들어간 것을 알고있지 않은 이상 문이 열릴 위험이 있는 것이다.

    는 바로 나.

    볼일 보고 바지 올리는데 누가 문 열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걸쇠 고장난거 보고 아, 설마..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현실이 되었었다.

    독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문을 벌컥 열더니 내 얼굴을 보고, 바지와 속옷을 올리는 내 하체를 보고 정적이 흐르고...
    내가 으어어어어어어어얽!!!! 하니까 오우! 쏘리!!!!!! 하고 고개를 돌리고 문이 부서져라 문을 닫았다.

    그러면 뭐해 다 봤잖아...

    바지를 올리고서도 나는 한참 서서
    내가 이런 곳에서 이런 모양새로...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수치스럽다... 라는 생각에 차마 문 밖으로 나갈 용기가 쉽게 생기지 않았다.

    그래. 뭐.. 어쩌겠어. 저 아저씨가 보고 싶어서 본 것도 아닐거고. 라는 생각을 하며 용기를 내서  상처뿐인 애증의 푸세식 화장실을 나서니..
    왜 그 아저씨는 다른 일행과 멀찌감치 서서 나를 보는거 같았을까.. 쟤야, 내가 봤던게. 이런 식으로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진짜..후.... 흑역사...


    문제의 그 화장실.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


    북부투어 후반전.

    이 곳은 사랑의 바위라고 부르는 곳인데 하트 모양이라서, 혹은 여자의 다리 벌린 모습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흠...
    불임 부부가 이 곳에 찾아와 하룻밤을 자면 아이가 생긴다는 속설이 있는데 왼쪽이 아들, 오른쪽이 딸이라고 한다. 


    사랑의 바위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모래 대신 자갈이 가득한 이 곳이었는데 역시 설명은 없었다. 짐작컨데 아마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때가 6월 초였는데 추워서 패딩을 입고 있던 나는 손을 담궈보는 것에 만족했다. 한 여름이었으면 신나게 놀 사람들이 많겠구나 싶었다. 확실히 지중해나 여러 아름답다는 바다보다는 정말 유니크하고 멋진 경험이니까. 


    뒤 돌아보니 소 떼가 있었다.

    이 곳을 마지막으로 숙소로 돌아가며 투어는 마무리 지어졌다. 얼추 10시 출발에 오후 5시 반 쯤 도착했다.
    호수 안의 섬 북쪽만 도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리다니, 도대체 바이칼은 얼마나 넓은건지..


    바이칼의 밤 하늘, 용기를 더 냈어야 했나?

    다시 숙소로... 비틀비틀 들어와서 저녁을 먹고 방에 틀어박혀있었다.

    침대에서 뒹굴다가 자고 올혼섬에서의 밤하늘이 그렇게 예쁘다고 해서 해가 지고 나가봤는데.. 겁이 너무나도 많은 쫄보에게 숙소 밖 세발자국 이상은 무리였다...
    진짜 이건 뭐가 좀 불 빛이 보이던가, 그래야하는데 칠흙처럼 깜깜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니 어디 길을 나서기가 무서웠다. 누군가가 닌자처럼 내 뒤에서 슥 나타나 입을 틀어막고 어디론가 끌고가서 회 뜨는 그런 생각만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마음은 숙소 뒷동산에 올라 바이칼에 비치는 달을 찍는 게 목표였는데 거기까지 가기는 커녕 무슨 숙소 안에서도 폰 플래쉬 켜지 않으면 못나가게 생겼더만... 밤이 되니 또 상당히 추워서 그래도 별 사진은 찍어보자 ㅠㅠ 해서 패딩입고 떨면서 사진찍다 들어와서 잤다.
    별은 정말 쏟아지듯이 검은 하늘에 뿌려진 것 같았고 은하수는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아마 밖에 나가서 다른 방향으로 봤으면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중에 드니 그게 참 아쉬웠다.. 
    아마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시도해보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또 올일이 있기나 할지..ㅠ

    다행히도 룸메는 그새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는지 놀러나가서 들어오지를 않아 잘 때까지 편하게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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