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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01 이르쿠츠크 2일차,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이 곳을 둘러보겠습니다.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8. 11. 22. 23:03

     

     

    5월 28일에 하바롭스크에서 탄 열차에서 31일 오후 늦게 탈출하고 가볍게 휘 돌아보고 전날 일정을 마쳤다.

    그리고 이르쿠츠크 2일차..

    내가 가져간 가이드북에서 다루는 몇 안되는 도시 중의 하나인 곳이기도 했다.
    60퍼 지분을 모스크바, 상뜨가 먹고 나머지 40에서 20이 뭐 러시아 문화 소개. 그리고 남은 20을 블라디보스톡과 이르쿠츠크가 나눠먹는 분량..

    다음날은 올혼섬에서 3박을 하는지라 이르쿠츠크를 둘러보는 것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아침일찍 숙소를 나서야했다.

    회색 빛 세상에서 빛나던 카잔 성당



    이 곳의 명소를 찾아보니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카잔성당이 있어서 먼저 들러봤는데 분위기가 매우 신-성.

    왜 어딜가도 종교 건축물들은 항상 가장 화려하고 공들이고 바깥 일반 사람들과의 삶과는 달라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그만큼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을 주면서 보통의 삶과는 다른 곳이라는 것을 표출해 보는이로 하여금 고개를 숙이게 하려는 걸까, 아니면 종교의 힘이라는 것이 워낙 평범한 이들의 삶 위에 자리한 것이라 그런 것일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성당이라기보다는 어디 이슬람이나 힌두교의 사원스럽기도 하고.. 어디와도 다른 러시아만의 독창성이 대단했다.


    성당만 다른 세상의 건물 같아서 이렇게 근처를 지나다 보면 내가 보는 장면에 그것만 합성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러시아식 판자집... 조금 외곽지역이라 그런지 다 쓰러져 가는 집들이 많았다.


    이르쿠츠크의 간판이나 마스코트에 물개가 많았는데 아마 바이칼에서만 사는 네르파. 라고 하는 물개인 것 같았다.


    데카브리스트의 부인상이다.
    남편들이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로 쫓겨나서 노역할 때 걸어서 따라왔다고 하는 엄청난 분들이다. 참트루 사랑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서는 전 날에 둘러봤던 성당들을 다시 봤는데 이 날은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힘들었다.
    바람이 강하고 비도 오고 기온이 전에 있던 하바롭스크보다 10도 넘게 떨어지는 바람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분명 6월인데 왜 패딩을 입고다니는거야...

    지나가다 뭔 공터에서 펄럭이는 국기 사이에 태극기가 보여서 가보니 이르쿠츠크와 자매결연을 맺은 나라의 전시가 있었다.

    넓은 공간에 해당 국가에서 보내온 조각?이 투명한 함 안에 각기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 강릉시는 그냥 평범했고 특히 중국이 스케일이 굉장히 커서 뭐여; 역시 중국;; 했던 기억이 있다.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는 데카브리스트를 떼 놓을 수 없는 곳이다. 그들은 나폴레옹 전쟁 승리 후 파리를 다녀온 금수저 청년장교들이었는데 위로부터의 혁명에 실패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먼 오지 시베리아로 유형을 온다.
    이르쿠츠크는 유배지 중 하나로 데카브리스트가 문화, 예술을 발전시켜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블라디보스톡과는 다른 뭔가 샤방한 느낌의 건물들이 많이 보였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 곳은 이르쿠츠크에서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우리츠코보 거리. 여기 문명의 혜택인 KFC도 있다.
    전에도 적었지만 러시아는 공간을 아끼지 않는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어깨에 맞닿을 일이 거의 없었다. 
     
    관광지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버스 정류장.


    화려한 장식을 한 목조 주택들이 신기했다. 보통 화려한 건물들은 다 석조인데 한껏 레이스를 두른 알록달록한 목재 건물이라니~


    이것도 가는 길에 본 박물관이나 그랬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장식이 아기자기하니 예뻤다.


    개인 자택이었던 유럽 하우스. 지금은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파리는 석조 건물로 웅장하고 단단한, 그리고 왠지 모르게 절제미가 있는 차가운 느낌의 건물들이라고 하면 이 곳은 음 어떻게 예쁘게 해볼까.. 이런 장식 어떨까? 하고서 하나 하나 붙여 만든 것 같은 따스한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9일 후 러시아에서도 오래된 목조 건물이 많다는 한국인들이 거의 가지 않는 톰스크로 가게 되는데... (왈칵..)


    이르쿠츠크에서 붓싼의 향기를 느끼다..

    데카브리스트 볼콘스키 박물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속 주인공의 모델이 된 볼콘스키 자택이다. 10년동안 노역을 마치고 한참 뒤 이 곳에 터를 옮겨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같은 무지렁이에게는 집 색 예쁘네. 독특하네. 정도.. 미안해요, 전쟁과 평화 다 못 읽었어..ㅠㅠ


    중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중국어로 된 지도가 시내 곳곳에 있었다. 그 중 호랑이 그림의 동물원 표시가 귀여웠다. 우측 상단의 탱크 그림을 보고 흠칫했지만 보러 가지는 않았다.

    데카브리스트 트루베츠코이 박물관.
    데카브리스트 혁명을 주도한 트루베츠코이의 생활상과 행보 등을 이 곳에서 알아볼 수 있다고 하지만.. 외국인이 김옥균 가옥에 가서 한글로만 된 전시물을 보는 것과 같은 심정이 될 것만 같아서 입장은 하지 않았다.
    우리와 함께 이 곳을 찾던 러시아 어머니가 박물관 입구로 들어가며 자꾸 여기가 입구라며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지만 가지 못했다.. 미안해요! ㅠㅠ


    엘레강스한 그네가 길거리에 뜬금없이 있었다.
    그런데 도통 약해보여서 효도르 같은 러시아 형들이 앉아 단오 그네타기처럼 하다가는 끊겨서 그대로 저세상으로 날아갈 것 같았다.


    모스크바 개선문. 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로 드나드는 길목?에 세워졌다는 것 같다.


    전 날 봤던 이르쿠츠크 개척자 동상. 좀 더 가까이에서 봐 보았는데 야성미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키로프 광장. 여기도 영원의 불꽃이 있다. 흰/파/빨의 러시아 국기가 여러 종류의 꽃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전쟁 영웅인것 같았다. 뒷편으로 가면 앙가라 강변이 나오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웠다.

     

    이르쿠츠크의 마스코드, 네르파를 만나러 가자.

    이렇게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또 뭘 봐야하나 고민하다 네르파 쇼를 보러 가기로 했다.

    네르파는 바이칼에 사는 물개인데 이르쿠츠크에서 마스코트처럼 사랑받는 동물이다.
    바이칼에 가는 사람들은 네르파를 보고싶어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듯? 실제로 나도 올혼섬에서 네르파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떤 동물이길래 이렇게 좋아하는거지.. 하던 차에 뜬금없이 가이드북에 네르파리움이라는 곳 정보가 있기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왜 물개 쇼 하는 곳에 이런 게 있는거야.... 역시 러시아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으려는, 그리고 자랑스러워 하는 흔적들.



    쇼 도중에 사진 촬영이 금지라서.. 네르파는 이렇게 생겼다. 까만 털에 눈이 굉장히 크고 흔히 봐왔던 물개들에 비해 짧고 땅글땅글한 체형이다.

    쇼는 영상을 찍거나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동물원에서 보는 물개쇼와 비슷했다.

    다른 점 있다면 수조 크기가 몹시 작고 관람하는 방식도 많이 달랐고..

    보통 물개쇼는 커다란 원형의 수조에 한쪽에 좌석이 층층으로 만들어져서 앉아보는 것이 보통인데 여기는 들어가는 한 15미터 5미터? 정도 되는 공간의 한 가운데에 직사각형의 수조가 있고 위에 턱이 있다.

    그 수조를 따라 펜스가 있고 좌석같은 건 없어. 그냥 서서 봐야 함. 대신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더 자세히 보고싶다면 여기저기 자리를 옮기며 봐도 된다.

    그런데 같이 본 일행들은 동물이 좁은 곳에서 쇼하는거 보고 불쌍하다고도 하고, 네르파가 묘기 하나씩 보일때마다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데 말 잘듣게 하려고 평소에 밥을 잘 안주는 것 같다고도 했다.

    사실 동물쇼가 학대라는 말이 많아서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쇼는 한국인 세명과 러시아 모자 두명, 총 다섯이서 봤는데 쇼 도중에 네르파에게 숫자 덧셈 뺄셈도 시키는게 있어서 그 러시아 모자 없었으면 큰일날 뻔..
    사육사 아저씨도 굉장히 난감했었겠지..
    내용은 네르파가 고리 받기, 공 몰고 오기, 농구 골대에 공 넣기, 심지어 그림 그리기까지 여러 묘기를 끊임없이 보이는데 아니, 저게 정말 다 돼? 어떻게? 라고 생각될 만큼 영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격은 300루블에 공연시간은 30분 정도, 끝나면 네르파와 사진을 찍고 인화해주는 게 있는데 150루블 했던 것 같다.
    주로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들이 많이 사진을 찍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고 종일 시달리다가 버스타고 꽤 나와서 네르파 쇼까지 보니 체력이 방전되서 이날은 숙소로 일찍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얼추 저녁시간대였음.

    숙소에 도착하니 하루를 함께 보낸 다른 일행들은 주방 겸 거실에서 영화를 본다고 하던데 나는 그냥 들어와서 일찍 잤다.

    너무 추워서 바람막이를 입고 자려니 옆 침대 2층의 러시아 언니가 방 구석에서 히타를 끌고와서 틀어주면서 이거 틀면 덜 추울거라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해주길래 고맙다고 했당.

    은근 러시아 사람들 친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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