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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04 바이칼 올혼섬 3일차, 개와 소와 갈매기..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8. 11. 28. 02:21


     

    멍멍이, 소와 함께한 샤먼바위 일대.

    전 날 정신없이 북부 투어를 하고나니 딱히 내가 고생한 건 없지만 이상하게 너무나도 피곤했다. 그래서 잘만큼 푹 자다 일어나서 아슬하게 아침 제공시간에 맞춰 식당에 도착했다.
    밥 먹으면서 오늘은 뭘할까 생각하다가 숙소 뒷동산 너머를 가보기로 했다.


    러시아에서는 큰 개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길을 다니다 만나는 강아지들이 최소 이정도 크기인 게 90% 이상이었던 듯.


    올혼 섬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전경을 본 숙소 뒷 동산. 날이 맑으니 마치 다른 곳 같다. 

    이 날은 해질녘에 석양 투어를 하려는 생각이어서 그 때까지 시간이 많으니 멀리서 바라만 봤던 샤먼 바위를 가보기로 했다.
    호수 물이 보이는 갓길에서 내륙쪽으로 나있는 길을 가려니 이런 출입문 같은 것이 있었다. 신성한 곳을 가기 위한 절차 같아 보였다.


    때만 해도 뽀송했는데 5개월간 가진 풍파를 겪다보니 나중에는 인형이 털이 뭉치고 솜이 죽어서 얼굴이 찌그러지고.. 너무 상해버렸다. 미안해..ㅜㅜ



    저기 언덕 위에 이쑤시개처럼 나있는 기둥이 세르게라고 하는 신성시 되는 기둥이다. 저 곳을 가보기로 한다. 은근 광활하다.. 

    드디어 가까이 접근했다. 뭔 큰 개가 한마리 감시하고 있는 것처럼 있길래 가면 막 짖으면서 쫓아내나? 하고 쫄았는데...

    ???

    그냥 아무 생각 없는 순둥이였다.... 


    진정해 임마;;; 


    이렇게 보면 듬직해 보이는거 같기도.. 

    고개를 돌려보니 여기는 또 뭔 소들이........ 뭐야 여기.... 


    처음엔 이 개가 소몰이? 양치기 개인가 싶었는데 그냥 지 맘대로 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영혼의 강아지인 것 같았다..

    뜬금없이 만난 동물들에 정신팔려있다가 드디어 세르게에 도착.
    세르게는 3개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신성한 기둥으로 지하와 땅 하늘 신이 말을 묶어두는 용도로 세웠다고 한다. 기둥이 망가질때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하는데 묶여진 천이 관리를 하는 건가 새 것이 많이 보였다.
    바닥에는 뭐라뭐라 한문으로 적은 나무 패가 널부러져 있는데 누가 봐도 중국인들 것이었다. 신성한 곳이니 소원을 이뤄달라고 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구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에도 또 다른 개가 다가온다..... 

    내가 알기로는 이 세르게는 굉장히 신성한 것이라고.. 그랬는데.... 저 기둥 옆에 서있는 개는 그 기둥에다 쉬를 갈겼다..... 쉬하기 몇 초 전의 사진; 


    가만히 있으면 좀 듬직해 보이는데..

    이왕 샤먼바위가 바로 코 앞에 있으니 그 쪽으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이쪽 언덕에 올라서 지나온 쪽을 보니 내가 그제 있었던 곳이 보였다.

    중간에 어떤 기둥이 있는데 불에 그을린 흔적이 만연했다.
    보통 이렇게 천을 두른 것들은 신성하게 여겨지는 게 아니었나?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내려와 보면 그냥 해변가 같다. 샤먼 바위는 멀리서 보면 모양이 예뻐보이는데 코 앞에서는 그냥 울퉁불퉁한 큰 바위덩어리 같았다.
    그래서인가 사진도 안 찍었네... 그거 하나 찍는게 귀찮았냐 이 망청아..ㅠㅠ 아무래도 가까이에서 보니 러시아어로 잔뜩 긁히고 낙서가 된 모양이 보기 흉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동영상으로라도 찍어서 다행.. 중간에 커다란 바위가 샤먼 바위.

    참고로 샤먼바위로 오르내리는 길은 이렇다. 슬리퍼나 미끄러지기 쉬운 신발은 조심! 

    여기도 낙서가 많았다. 진짜 이런 사람들은 한겨울에 얼음 낚시하는 것처럼 구멍 뚫어서 얼굴 집어넣어 고통을 줘야하는데..
    샤먼바위에서 약간 우측에 있는 언덕이라 보다시피 경치가 좋다. 여기서 사진을 많이 찍겠지만 쉽게 이 곳에 발을 내딛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는 온통 이 날개달린 검은 벌레들이 빼곡하게 있기 때문이다. 위에 전경 사진을 보면 바닥에 까만 점들이 많은데 그게 다 이 벌레들이다.
    그러므로 샤먼바위 바로 옆 언덕은 기는 벌레 싫고 무서워하는 사람이면 정말 비추.

    진짜 벌레들이 어느정도 눈치가 있어서 도망도 가고 해야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그냥 밟으려면 밟으세유~ 이러고 그냥 바글거린다. 소름끼쳤음.

    난데없는 벌레의 습격에 혼파망이었는데 갑자기 소가 언덕을 타고 올라와 나타났다. 여기는 도대체 뭐야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바이칼에 방목되어 크는 소라니... 호주 청정우는 뭐 명함도 못 내밀겠네.. 이렇게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알프스 산맥 소도 얘네가 다 이겨먹을 듯. 

    숙소 뒤 언덕과 샤먼바위 사이의 해변가처럼 되어있던 곳도 내려가봤다.
    세르게에서 봤던 개가 여기 내려와서 첨벙거리며 발을 담구고서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소도 막 내려와서 물마시고 올라감......

    러시아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롤 케잌.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통기한이 무려 6개월이다...
    처음에는 가격도 저렴하고 배 많이 차겠지 싶어 몇 번 사서 먹었는데 뭔가 좀 더부룩하고 몸에 좋지 않은 맛도 나는 것 같고 크림이 너무 느끼해서 포기했다.
    여기서 따스한 햇살을 받아가며 철푸덕 앉아 이 빵으로 점심을 떼웠다.


    뭔지 모를 나무로 된 철길 비스무레한 것이 물 속에 길게 놓여져 있었다. 뭐지...



    2차 원정길.

    나름 열심히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리셉션이 들러보니 지도가 있었다. 일출/일몰 명소와 슈퍼, 약국, 기본적인 명소 표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들른김에 일몰 투어가 있냐고 물어보고 신청을 했다. 가격은 숙소에서 일괄 지불 800루블. 

    방에 들어가려니 새끼 고양이가.. 전에 내 침대를 차지하고 있던 고양이는 엄마 고양이였다. 
    숙소 오며 가며 문 앞에 서서 문 열어달라는 듯이 있으면 도어맨처럼 셔틀했었는데.. 같이 데리고 다니지 왜 혼자 그렇게 다녔어ㅠ

    시간이 또 남아서 숙소 뒷편은 많이 가봤으니 반대쪽으로 가는건 어떨까? 하고 마실을 나가본다.
    이런 나무로 지은 집에 모래 날리는 비포장 도로... 전에 TV에서 러브인아시아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많이 나오던 중앙아시아의 흔한 시골 동네와 비슷한 것 같았다.


    이 언덕을 올라가면 바이칼 호수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겠지? 하고 열심히 걸었는데..

    반대쪽으로 가려면 한참을 더 가야하는 것 같았다. 계속 가자니 사람도 안보이고 대낮인데도 또 나는 겁을 먹어서 머릿속에서 올혼섬에서 실종된 한국인 관광객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또 끝까지 가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뚜벅거리면서 가기에는 꽤나 먼 거리였던 것 같다.
    이건 그냥 숙소쪽으로 뒤 돌아봤을 때 보이는 후지르 마을 전경.

    후지르마을 학교.
    이르쿠츠크에서 여기까지 오는 버스에서 만난 옆자리 꼬마도 이 학교에 다니겠지. 
    러시아 학교는 철문으로 높게 여닫히는 문이 아니라 이렇게 회전문처럼 해놓은 곳 대부분인가보다. 초등학교만 그런건가?  

    또 다른 슈퍼. 나름 채소 과일 공산품 생필품 다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저렇게 마을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다 일몰 투어 시간에 맞춰 리셉션에 가니 누군가가 여러 사람을 이끌고 선착장으로 인솔했다.


    갈매기와 일몰 투어.

    마을의 성당과 놀이터.
    놀이터는 호수쪽으로 그네타면 진짜 풍경 하나는 최고일 것 같아서 나도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뭔 다 큰 외국인이 가면 애들이 싫어하고 사람들이 뭐야 저 븅신새키는.. 이럴까봐...

    가는 길에 본 곰가죽. 이건 진짜 곰가죽이라고 확신한다.
    혹시라도 이 집을 노릴 도둑에게 너 여기서 개수작 부리면 이렇게 쏴죽여버린다. 라는 경고처럼 보였다.... 어디서 곰을 잡으셨나요......... 

    10여분 걸었을까,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름 유람선은 그럴듯해 보였...는데... 

    여기 덩케르크인가요...?

    언제 쓰다 버려진건지도 모를 낡은 배와 나무로 얼기설기 되어있는 이 선착장은 뭐지 ㅋㅋㅋㅋㅋㅋㅋ
    거의 반년이 다 지나가지만 아마 이 곳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배는 넓은 실내 좌석이 있고 한층 올라가서 야외 뒷편에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바람이 차고 세서 실내에 있는 모포와 극세사 이불을 챙겨서 둘둘 감싸야 얼어죽지 않는다. 
    나는 추울 것 같아서 긴팔, 바람막이, 패딩, 레깅스, 바지 이렇게 입었는데도 나중엔 얼굴이 터질 것만 같고 손가락도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6월이었지만 핫팩이 간절했다.. 

    처음에는 선장 아저씨로 보이는 분이 열심히 보여는 풍경 이곳저곳을 설명해주신다. 입담이 좋이신가 주변 사람들은 들으며 꺄르륵 웃기도 하고 일사분란하게 설명하는 포인트를 사진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배에 탄 시간은 8시인가 그랬는데 여기는 해가 10시쯤 되어야 지니까... 그리고 호수라고 하지만 바다같은 곳에서 바람을 맞다보면 춥다. 뒤진다.

    모포 속에서 극세사 이불 하나 챙겨서 있던 나를 보고 진 속 검정 잠바를 입은 러시아 아저씨가 자신이 덮고있던 모포를 줬다. 뭔 외국인이 추운데 혼자 앉아있으니 굉장히 추워보였나보다.

    시간이 지나 해가 지기 시작하고.. 구름이 많이 낀 날이라 일몰이 그렇게 선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것만으로도 눈알 파이는 것 같았다.

    해가 지기 시작하니 뭔 갈매기 바위 같은 곳으로 가는데 빵을 뭔 바가지채로 받아서 사람들이 갈매기에게 뿌려준다.


    어찌나 치열하게들 받아먹던지..



    일단 꾸겨 넣어 먹고 본다. 저러다 목에 걸려서 죽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30분정도 갈매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덧 해가 거의 다 져간다. 
    날이 맑은 편은 아니었지만 반쯤 구름에 가려진 해가 멋진 풍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네가지 색을 볼 수 있었던 바이칼의 일몰.

    정신없이 아랫층 복도에서 사진찍느라 정신을 놓았다 올라왔을때 이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순간 눈물이 핑..돌면서 슬퍼졌다. 역시 나는 혼자였어..
    다들 객실 안으로 들어가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대충 보아하니 30분정도면 다시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돌아갈 것 같고 내가 또 언제 바이칼을 보겠나 싶어서 도착할때까지 바깥에서 풍경을 눈에 담았다.

    고작 3일있었을 뿐인데 왜이리도 아쉽던지..

    아쉬움을 잔뜩 품은채로 선착장에 배가 도착하고 몇시간동안 찬 바람을 맞아그런지 얼른 따스한 물에 씻고 이불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두리번거리면서 출발할때 숙소에서 우리를 이 곳으로 안내한 인솔자?를 찾아봤지만 그런 거 없었다.
    갈 때는 함께지만 올 때는 알아서 오라는 여행자도 강하게 길들이는 러시아인들의 의도가 느껴졌다.
    그래서 제일 먼저 뛰쳐나와 숙소로 향하는데 왠지 같은 숙소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내 뒤만 믿고 따라오는 느낌이라 두뇌 풀 가동을 해서 숙소까지 안내했다. (사실 소문난 길치임ㅋ)

    돌아오니 꽤 늦은 시간이었고 룸메는 낮에 체크아웃을 해서 혼자 방을 썼다.

    전날 밤하늘을 찍은 별 사진이 아쉬워서 더 찍으려다가 내일 아침 일찍 가야하는데 불안해서 그냥 자기로 했다.

    아. 그리고 누구나가 칭찬하는 니키타 숙소의 또 다른 단점은 날파리가 개 많음. 숨쉬면 최소 열마리씩은 먹을 것만 같았다. 
    숙소 바깥에 가로등이나 불빛이 없다는 건 이미 많이 써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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