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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606 크라스노야르스크 1일차, 간단히 시내 둘러보기.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8. 12. 18. 17:10


    밤새 나를 괴롭히던 코골이 3인방 중 내 윗 청년은 새벽에 내렸고, 맞은편 어머님은 오전중에 나보다 먼저 내렸다.
    그리고 맞은편 위의 중국인같은 아저씨는 역시나 중국인이었다. 그런데 러시아어 개 잘해.

    아랫층이 비자 2층에서내려와서는 나한테 뭐 하고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던 것 같다. 자꾸 흘깃 흘깃 보면서 말을 걸었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자 아저씨는 자리잡고 해바라기씨를 햄스터처럼 끊임없이 까서 드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윗충에서 뭔 비니루를 꺼내더니 그 안에 절여져있는 생선과 고기를 맨손으로  뜯어가며 찹찹찹 폭풍 흡입했다.

    아무래도 1층이 2층보다 편한 이유가 2층에서 허리 좀 피거나 식사를 하려면 1층으로 내려와 앉아서 테이블을 써야 한다.
    그런데 이게 테이블이 긴 편이 아니라 1층사람이 창가쪽으로 붙으면 진짜 모서리 쪽만 간신히 쓸 수 있을 정도니 불편해서 많이 참으셨던 것 같았다.

    심지어 1층 사람이 자고 있거나 누워있으면 내려와 앉을 수도 없고.. 그런데 난 자고 있어도 위에서 밤새 내 옆에 잘 앉아있던데!?

    하지만 이 아저씨는 나처럼 조금 민폐끼치는걸 싫어하는 타입이었는지 그동안 식사를 못했던 것 같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아저씨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내린다고 했다.

    내가 슬슬 짐을 싸려고 시트를 벗기고 한쪽에 곱게 개어놨더니 차장 어머니에게 가져다주라며 손짓을 해서 가져다 줬는데

    차장 어머니가 오더니 막 나에게 뭐라뭐라 했다.

    중국인 아저씨가 내가 아까 쓰고 올려놓은 모포를 가리키며 뒤져보라고 해서 들춰보니 수건이 거기 있었다. 아저씨가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그걸 가져다 주라는 손짓을 했다.

    열차 침구는 원래 티켓 예매할때 자동으로 체크되어서 표 값과 함께 결제가 되는데 베개, 수건, 아래 시트, 이불로 쓸 수 있는 시트 이렇게 4개가 셋트다.

    반납을 할 때에도 이렇게 4개를 챙겨서 줘야지 모자르면 차장 어머니가 찾으러 오는 모양이었다.

    오.. 이렇게 또 하나 배웁니다..

    역이 가까워지자 중국인 아저씨는 창 밖을 손짓하며 뭐라뭐라 설명을 해주셨다. 솔직히 뭔 말인지  어쩔때는 러시아어, 어쩔때는 중국어라 알 수가 없었지만 다. 다. 하면서 최대한 상황에 맞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릴때가 되면 차장 어머니가 처음에 걷어갔던 표를 다시 주는데  내 표를 보더니 너 나이보다 어려보인다. 는 듯이 손으로 얼굴을 슥슥 훑고 내 생년월일을 짚고 나를 가리키고 그랬다. 아닌가.. 너 왜 생김새가 그렇게 이목구비가 엉망진창이냐는 뜻이었을 수도...

    서로 손짓 표정으로 대충 하는데도 얼추 뭔가 말이 통하는 걸 보니 정말 바디랭귀지는 대단하구나 싶었다.

    그렇게 오후가 되어서야 드디어 크라스노 야르스크에 도착해 느릿느릿 여유롭게 열차에 내렸는데 먼저 내렸던 아저씨가 기다리고 계셨다.
    따라오라며 손짓을 해서 따라가니 역 밖으로 나왔는데 가는 도중 아저씨는 계속 뒤를 돌아보며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셨다.

    역 앞에서는 나는 배가 고파서 뭐라도 먹으려고 나는 저쪽으로 간다고 손짓으로 파닥거리니 아저씨는 난 버스타러 저기 간다고 하길래 쎼쎼˜ 하니까 아저씨가 웃었다.
    그래서 짜요! 하고서 짜이찌엔˜ 하고 아는 중국어 다 풀가동하니 껄껄 웃으며 떠나가셨다.

    내 나이또래의 자녀가 있었던 것일까. 낯선 이에게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니 이것이 인류애인가 괜시리 마음이 훈훈해졌다.

    이번 열차에서는 먹을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채로 와서 배가 너무 고팠다.
    그래서 역 바로 옆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주린 배를 채우기로 했다.

    이거는 진짜... 음료가 일회용컵에 담긴게 신기해서 빵이랑 같이 마셔야지, 하고 같이 샀다가 식도가 설탕 범벅으로 절여지는 줄 알았다.
    도대체 뭘 넣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뭔 양송이 버섯 썰어놓은 것 같은 것도 있고.. 과일인지 뭔지 아무튼 뭔가가 둥둥 많이 떠있고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도 빵 2개, 의문의 음료 모두 90루블, 1,800원이 안 되는 가격이라 가성비는 좋았다. 파리바게트면 저거 빵 하나당 1,800원이여...

    게다가 자리마다 콘센트가 있어서 밤새 배터리 부족했는데 충전 많이해서 만족.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그 도시의 문양이나 상징이 되는 동물들을 찾아보며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크라스노야르스크는 삽과 낫을 든 사자였다.. 공산주의 느낌이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겁나 밭일하는 농부 사자 같은... 

    숙소 체크인 시간도 되었겠다 가서 좀 쉬자 하고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는 총 3박 4일에 하루는 6인실, 이후 2일은 3인실이었다. 왜냐면 예약할때 3인실이 하루가 안 돼서 나눠서 했기 때문.
    리셉션 누나가 영어가 굉장히 유창하고 웃는 얼굴로 안내를 잘해줘서 첫 인상부터 기분이 좋았다.

    일단 자리를 풀고 좀 자다가...씻고 어디라도 가야지.. 하고 추적거리며 나오는데 엥! 이르쿠츠크에서 엇 한국인이다! 했던, 나보다 일찍 떠났던 분이 있었다.이따 저녁에 기차타러 간다며 밥먹으러 가려는데 같이 가도 되냐고 해서 동행했다.
    늘 나보다 며칠 앞서 다니는데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크라스노야르스크까지 무려 3번이나 만났다. 많고 많은 숙소 중에 이렇게 세번이라니 정말 놀라웠다.

    구경을 나서기 전 어디가 좋은지 리셉션에서 식당을 추천받긴 했는데.. 한국은 그냥 걷는대로 식당이 발에 채이도록 있는데 여긴 겉으로 봐서 뭐가 식당인지 구분도 잘 안되고 너무 드문드문 있어서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가까운 식당 찝어서 갔다.

    이게 나의 제대로 된 식사 두번째.... 일주일에 한번 제대로 먹는 것 같다..



    식당에 들어서니 매장 들어가는 입구에 언니가 자꾸 뭐라고 말 걸어서 뭐야, 영업 아직 시작 안했다는 말인가? 싶어서 혼란스러웠는데 내가 야 니 가바류 빠 루스끼 (러시아에서 제일 유용했던 말: 저 러시아어 못하는 찐따에요..) 하니까 안쪽으로 안내를 해줬다.

    죄다 러시아어로 적혀서 번역기 돌려가고 있는데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해서 몇 가지를 추천 받았고 그 중 선택한 메뉴가 저 고기 패티와 소보루 가루가 뭍혀진 잔뜩 부푼마시멜로우였다.

    난 진짜 처음에 자르기 전에는 소보루 빵인줄 알고 진짜 감동의 눈물 좀 뽑을 뻔 했는데 마시멜로우였어.....

    그래도 오랜만에 고기를 먹고 마음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마음의 여유와 평화가 이렇게도 사람의 삶에 중요하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고기의 육즙을 다시 되새기며 간단하게 시내 구경도 하고 크라스노야르스크를 지나는 예니세이강변을 구경했다.

    한강 양화지구 공원같은 느낌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거닐며 즐기는 것을 보니 여의도에 가서 돗자리 깔고 치킨 시켜서 먹으며 뒹굴고 싶은 생각이 차올랐다.
    왜 나는 한강공원에서 치맥을 하고 뒹구는 호사를 더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온거지.. 친구들끼리, 가족끼리 편하게 웃으며 즐겁게 보내는 모습들을 보면 나는 왜 낯선 이 먼곳에서 뭐하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굉장히 정갈하게 잘 꾸며져 있었고 나들이 장소로는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내년에 어떤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한다며 숙소 누나가 여기는 외국인이 잘 오지 않지만 내년에는 많이 올 거라고 들떠있었다.

    크라스노야르스크 시내 중심가에 있는 크라스노야르스크 빅벤. 왜 빅벤인지 모르는데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 영국 본토의 오리지널에 비하면 참 작고.. 홈플러스 시계가 생각나ㄴ.... 앗, 아앗... 미안합니다..

    근방의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저정도 붐비는 버스는 타기 싫지만 외국에서는 나를 쳐다보고 신경쓰는 시선과 행동에 더더욱 불편해 만원 버스는 가급적 피했다.

    육교를 건너가는 길에도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러시아인들의 자국사랑은 대단한 것 같다. 아니면 강제로 조장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보니 동행한 분의 기차시간이 다 되어서 숙소로 돌아와 인사를 하고 씻고 잤다.

    진짜 한 거 없네 ㅋㅋㅋㅋ

    그래도 도시를 이동할때마다 하루 있고 다음날 이동하고 이런 일정이 아니라 나름 여유가 있어 만족했지만 그래서 2주가 지나도록 러시아 절반도 못 지나고 있었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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