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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머스 H. 쿡 - 채텀 스쿨 어페어
    #크레마 샤인 2017. 8. 7. 16:32

     

    독일 작가 토머스 H 쿡의 채텀 스쿨 어페어.

    분명 한국어판 커버인데 양서 같은 느낌이 난다.
    미니멀하고 영어 글자가 많아서 그런가.

    채텀 스쿨 어페어.... 어페어라는 단어는 주로 영화나 이런데서 많이 봤는데 대체로 사랑에 관한 내용이었다.
    구글에서 검색해도

    이렇다...

    그러니 채텀 스쿨 어페어란, 채텀 스쿨에서 벌어지는 이런 느낌이구나~ 하면 되겠다.

     

    소설 속 배경은 1920년대 한 시골 마을.
    누군가의 회상으로 시작되는데 그 과거의 일이 초장부터 영 좋지않게 끝났다는 느낌을 아낌없이 주다 못해 퍼붓는 정도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길 바라던 아버지에게 길러진 독특한 배경의 젊은 여선생님.
    그리고 교장인 아버지를 둔 주인공 헨리가 새로 부임한 젊은 여선생님 채닝에게 가지는 애착과 관심.
    그 후에 부임한 가정을 둔 남선생 리드와 채닝의 관계가 중심이다.

    채텀 스쿨이라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어서 제목이 채텀 스쿨 어페어.

    기본적으로 소설은 헨리가 보고 생각한 것을 위주로 서술이 된다.

    그런데 현재의 헨리와 과거의 헨리가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나이가 든 헨리는 늘 과거의 그 일을 통틀어 부정적으로 회상하는데 
    어린 헨리는 그저 그 상황의 서술자다.

    예를 들면 현재의 헨리는 '난데없이 다시 그 여자가 떠오른다.' 하면서 응? 뭐야 뭐? 무슨 여자? 하면서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하거나 비극적인 과거의 일을 드러내기 위해 등장하는 것 같다.
    반면 회상 속의 어린 헨리는 담담하게 -했다. -해 보였다. 라는 투로 현재의 상황을 서술한다.

    보다보면 좀 햇갈리기도 하는 와중에 심지어 증인과 피고인의 문답도 자주 등장한다.
    뭐야 이거 나중에 뭐 큰 일이 나는거야? 이렇게 재판까지 하게? 근데 왜 이사람은 저렇게 됐어?? 하면서
    처음에는 좀 당혹스러웠지만 몇 번 접하고 나면 금새 익숙해져서 작가의 강약조절에 자연스레 따라가게 된다.

    내가 토머스 H 쿡의 소설을 읽는 이유는,

    이 사람의 책이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고 자극하고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장르는 추리, 스릴러 이쪽이지만..
    냉혹한 심리 소설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채텀 스쿨 어페어도 마찬가지인데 뭔가 끊임없이 의심하고 의구심을 가지고
    등장인물들을 믿을 수 없게 한다.

    내용은 그냥 시골 학교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 젊은 여선생과 유부남의 불륜,
    그리고 그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학생. 이정도인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학생이 애정을 가진 사람을 지켜보고 그 주변 관계를 탐색하는 흐름이 지루하지 않다.
    사실 지루해질 즈음~이 되면 의도적인지 또 뭔가
    이 결과는 파멸이다!! 뭐가 죽는다!!! 잘 봐라 이게 나중에 뭔가 의미가 있을 거다!! 이런 식의 재판 문답이나 회상이 꼭 나오기 때문에..
    다시 책을 부여잡고 보게 한다.

    "네, 아무래도요. 하지만 앞으로 몇 주 동안..." 채닝 선생님이 적절한 표현을 떠올리려는 듯 잠시 머뭇거렸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선생님이 다시 말했다. "모든 걸 쏟아 부을 작정이에요."

    아버지가 몸을 살짝 기울이고 선생님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아버지가 채닝 선생님의 심적 고통을 똑똑히 들여다보았다는 것을. 훗날 법정에서 파슨스 씨가 물었다. 알고 계셨죠, 그리스왈드 씨? 파티가 열렸던 날 밤, 채닝 양이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걸 말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망설임 없이 답변했다. 네.

    하지만 그날 밤 밀토드 별장에서 아버지는 이렇게만 말했을 뿐이다. "좋아요, 좋습니다. 채닝선생님. 그 작품을 완성하면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겁니다."  

    이런 식이다...

    아무튼 다 읽고 느낀 점은,
    서술자가 아무리 악의가 없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한들 그 것은 아무도 모른다. 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화자조차도 한 사람인데 자신의 시선이 있고 분명 편향성이 있을텐데 무조건 믿을 수 만은 없지!!!!

    이런 생각을 일깨워준 책이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왠지모르게 다 읽고나서 흐어어.. 하고 힘이 쭉 빠지고 저런 ㅆ..!!! 개..!! 이런 말이 나올법하지만
    어, 나름 신선했다.... 토머스 아저씨... 오늘도 저는 이렇게 하나 더 깨우칩니다...

     

     * 총평
    트릭이 있거나 연쇄살인이 나서 추적하는 내용이 아니라
    담담하게 주변의 인물과 그들간의 관계를 서술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이다.
    어떻게 그 상황이 파국을 향해 가는지, 천천히 침몰하는 배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통쾌함이나 뭐 범인을 잡아서 뚜까 팬다거나 너 이 새끼, 정의로움으로 널 파괴한다! 이런 것을 원한다면 영 찜찜하고 재미없을 것이다.
    반면, 사람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감정의 굴곡과 변화,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관심이 있다면 상당히 괜찮게 볼 수 있는 책.

    제 점수는요 7/10.

    마지막으로 몇 구절 기록!

     

    리드 선생님은 의자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전날 오후, 채닝 선생님을 노려보던 리드 부인의 성난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는 내가 리드 부인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가여운 채닝 선생님과 리드 선생님을 그 여자의 앙상하고 억센 손으로부터 풀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인생은 원래 부당한 거란다, 헨리." 아버지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가 가장 후하게 주거나 받을 수있는건 바로 신뢰야." 그러곤 몸을 살짝 기울여 내 다리를 토닥이더니 천천히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 그 조언에 대한 추가 설명은 듣지 못했지만, 아버지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갈망은 우리의 운명이며, 그 끔찍한 고통을 달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게 믿음이라는 것을. 

     

    "뭘 좀 태우고 있었어." 선생님이 어색한 목소리로 말핶다. 이마와 윗입술 가장자리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긴 손가락은 블라우스 깃을 산만하게 만지고 있었다. "떠나기 전에 처리하려고." 선생님이 덧붙였다. (..중략..) "더 이상 원치 않는 것들 말이야." 선생님이 다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난감했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죠?"

    비탄에 젖은 눈에서 선생님의 모든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 선생님이 말했다. 두 눈이 촛불에 반짝였다.

    나는 선생님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뭐든 말씀만 하세요. 채닝 선생님, 꼭 도와드리고 싶어요."

    선생님이 고개를 저었다. "네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어, 헨리."

     

    바로 그때, 그 지대한 게시의 순간, 내게 해답이 찾아들었다. 누군가는 그걸 대신 해줘야 했다. 누군가가 나서서 그들에게 자유를 주어야 했다.

     

    "네 아버지를 닮도록 해, 헨리." 선생님이 말했다. "좋은 사람이 되라고, 네 아버지처럼."

     

    "가끔 그 여자가 죽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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