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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 네스뵈 - 헤드헌터
    #크레마 샤인 2016. 10. 23. 00:12

     

    해리 홀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주인공인 소설, 헤드헌터.
    헤드헌터? 헤드헌팅하는 그거? 라고 생각을 하며 첫 장을 읽기 시작했고 헤드헌터의 말이 가지는 두가지 뜻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헤드헌터>의 주인공은 낮에는 업계 최고의 헤드헌터, 밤에는 고가의 미술품 절도를 일삼는 범죄자다. FBI의 9단계 심문 기법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속내를 기가 막히게 읽어내고 비즈니스 업계 상위 1퍼센트의 자리에 자신이 추천한 사람을 어김없이 채용시키는 로게르 브론은 외관상으로는 부족할 것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다.

    작가는 마초의 전형 같은 남자를 그리면서 그의 강함 이면에 있는 불안한 내면세계를 보여 준다. 최고의 직업에다 아름답고 똑똑한 아내, 호화스러운 집, 값비싼 갤러리까지 소유한 남자 로게르 브론. 그러나 그 이면에는 미모의 아내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분수에 넘치는 호화로운 삶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고, 그 삶을 계속해서 영위하기 위해 불법적인 부업에 손대는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못난 남자가 있다.


    요 근래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작품을 세 편 보았다.블러드 온 스노우, 미드나잇 선, 헤드 헌터. 해리 홀레 시리즈가 취향이긴 했지만 뭐든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그 가수의 다른 음악을 찾아보고, 어느 배우가 좋으면 역시 다른 출연작들을 찾아보고 하듯 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는 것 또한 필연적인 것 같다.

    이 헤드 헌터는 막 한국어판으로 번역이 되었을 때 학교 도서관 신작 거치대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표지가 특이하기도 하고 헤드 헌터? 무슨 내용이지.. 이렇게 내 관심을 잠시 끌었고 나중에 봐야겠다. 했지만 결국 이렇게 5-6년이 지나서 보게 되었다. 그 때 이 책 대신 보았던 것이 빅 픽처.


    표지가 비슷해서 뭐 같은 작가 시리즈인줄 알았는데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표지 일러스터가 같은건가.. 당시 이런 표지가 유행이었던가?
    여튼
    오히려 지금 이렇게 요 네스뵈의 여러 작품들이 번역되어 한 번에 정신없이 파고 들 수 있게 되어서 더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은 장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처음에 소갯글을 봤을 때 그저 헤드 헌팅 업체에서 유능한 헤드 헌터이지만 실은 명화를 털이하는 잡범과 그를 쫓는 유능한 경찰, 혹은 수사관과의 쫓고 쫓기는 내용이리라 생각했데 그건 뒷전이고..고삐풀린 미친 망나니 같은 의외의 인물과의 사투를 벌이는 생각보다 더 처절하고 극적이기도 한 나름 막장 내용이었다.
    내용이 진행이 될수록 와 저렇게 숨기지도 않고 숨길 의도도 없이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달려드는 미치광이 살인범이라니..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호전적이어서 놀람
    ..ㅋㅋ

    그리고 요 네스뵈 소설을 보면서 와 씨 뭔 불륜이 이렇게 많아. 역시 결혼은 안 돼. 누구를 믿어야 하냐. 이런 생각도 자주 하게 된다. 역시 북유럽은 다른가봐....

    어쨌거나 인터넷 서점이나 책에 쓰여져 있는 소갯글에서 알려주지 않는 이 소설의 내용은, 헤드 헌터로서 능력을 인정 받고 승승장구 하고 있는 주인공, 로게르 브론은 화랑을 운영하는 아름다운 부인까지 둔 능력자. 능력있는 인재들을 업체에 소개해주고 그 인재가 채용이 되면 연봉의 일부를 개런티로 받는다.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능력은 어떠한지 상세히 그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요리하기 좋은지 아니면 만반의 준비가 다 되어있는지 파악한다.

    하지만 로게르 브론의 다른 모습은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레 얻은 정보로 그들의 집에 은밀히 둔 명화들을 털이하는 명화 도둑범이다. 어느날 클라스 그레베라는 인재에 관한 소문을 듣고 그를 만나본 뒤 그가 매력적이며 본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타 기업의 CEO로 추천하려는데... 자신도 모르게 한 번 떠본 질문에 의외로 그의 집에 엄청난 명화(무려 루벤스의 소실된 작품이라 여겨지는 그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털기로 한다.

    항상 명화 털이를 하는 동업자와 함께 무사히 털었으나 그 과정에서 클라스 그레베의 집에서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고 아침 출근길에 차고에 들어서니 동업자가 차 안에서 죽어있었다. 그의 죽음에 놀라 은폐하려 간 동업자의 창고 인근의 주민도 올 때에는 살아있더니 잠시 후 누군가에게 살해 되었다. 헤드 헌터이자 절도범인 로게르 브론을 쫓는 이는 누구인가? 무엇 때문에 그를 죄여오는 것일까?

    뭐 이정도?

    적어놓고 보니 거의 뭐 해리 홀레 시리즈 급으로 엄청난 미스테리이지만 의외로 금새 의문의 살인범이 밝혀지고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쫓기는 과정이 숨가쁘게 진행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리 홀레가 매 작품 말미에 처절하게 난투를 벌이고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급의 막장급의 처절함이 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헤드 헌터가 더 원초적이고 자극적이라고 해야하나... 비위가 약하면 보다가 우욱.. 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해서 봤는데 그 우욱.. 하는 장면은 상당히 순화가 되었고 덕분에 자이메 라니스터의 명예는 실추되지 않았다;;

    이하 영화 캡쳐와 원작 속 구절을 함께 기록해 본다.


    이 사람이 소설 속 화자인 로게르 브론. 168의 키에 외모도 출중한 편이 아니라 남모를 열등감이 있지만 금발쭉빵 부인으로서 상쇄한다.
    헤드헌터로 인재들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꽂아주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 그를 홀린 클라스 그레베. 헤드헌터로서 분석한 클라스 그레베는 완벽한 인재였다.

    나는 그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는 단지 몸에 잘 맞는 고급 맞춤 정장을 입은 게 아니었다. 몸 자체가 좋아 보였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대단히 훌륭해 보였다. 그렇게 말하는 게 정확할 것 같았다. 울룩불룩한 근육은 없었지만 목에 불거진 혈관, 전체적인 자세 그리고 차분한 심장박동과 손등에 푸르게 도드라진 힘줄에서 은근히 야무진 건강과 정력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다가 양복 안에 숨겨져 보이지는 않지만 강한 근육마저 느껴졌다. 스태미나. 지치지 않는 스태미나. 바로 그거였다. 난 이미 마음을 정했다. 이 머리를 따내야겠다.

    디아나가 다가가 내 쪽을 가리키자 그가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이리로 다가왔다. 나는 너무 활짝 웃지 않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가 도착하기 조금 전에 한 손을 내밀었다. 나의 몸 전체가 그를 향했다. 나는 시선을 그의 눈과 맞췄다. 바디 랭귀지 78퍼센트.

    로저 브라운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내 이름을 영어식으로 발음했다.

    클라스 그레베입니다.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인사는 노르웨이식이 아니었지만 그의 노르웨이어 실력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건조했으며, 악수는 전문가가 추천하는 것처럼 더도 덜도 말고 정확히 3초간 지속되었다. 그의 눈은 침착하면서도 명민하고 호기심이 가득했다. 미소 또한 억지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상냥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 가지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면 내가 바란 만큼 키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윗 사진이 첫 만남인데 엥? 저거 혹시 왕겜 라니스터 아니냐?? 했더니
    와............ 역시 어디 안가네.... 싶더라. 소설 속의 남자답고 잘생기고 모두에게 호감을 주는 상에 딱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


    그가 뻣뻣하게, 거의 군인처럼 내게 목례한 뒤 빙글 돌아 문 쪽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디아나가 옆걸음으로 다가왔다
    .

    어떻게 됐어 자기?”
    환상적인 사람이야. 걷는 것 좀 봐. 마치 고양이처럼 우아하지. 완벽해.”
    그럼...?”
    관심 없는 것처럼 굴기까지 하더라고. 세상에, 저 머리를 꼭 따서 날카로운 이를 온통 드러낸 모습으로 박제해 벽에 걸어야겠어.”

    그녀가 마치 어린애처럼 신난다며 손뼉을 쳤다.

    그러니까 내가 도움이 된 거야? 정말로 도움이 된 거야?”

    나는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화랑은 천박하게 그리고 환상적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 있었다,


    “... 혹시 예술품을 수집하시나요?”

    조그맣게 시작했습니다.”

    그때 내 속의 무언가가 여전히 그만하라고 속삭였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벌써 질문을 던지고 말았으니.

    가지고 계신 것 중에 최고는 뭔데요?”

    유화가 한 점 있어요. 부엌 뒤 숨겨진 방에서 발견한 겁니다. 할머니가 그걸 갖고 계신 줄은 아무도 몰랐어요.”

    흥미롭군요. 무슨 작품인데요?”

    호기심으로 가볍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까의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일까.

    그는 한참 동안 나를 응시했다.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그가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나는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강력한 천치가 날아오는 것을 본 순간 권투 선수의 복근이 그 충격에 대비해 미리 잔뜩 움츠리는 것 같은 예감 말이다. 하지만 그때 그의 입술이 모양새를 바꾸었다. 그리고 아무리 뛰어난 예언가라 해도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

    칼리돈... 멧돼지 사냥 말씀입니까?”

    순간적으로 입이 바싹 말랐다.

    그 그림을 알아요?”

    화가가... 화가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죠.”

    이 질문을 던지고나서 로게르 브론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사실 이 즈음부터 소설도 탄력이 붙기 시작하고 흥미진진해진다.

    여기에서 위험에 처한 건 당신뿐입니다, 세케루드 씨. 그 이름이 맞다면 말이죠.”

    뭐라고요?”

    순데르가 거울을 쳐다보며 병원에서 내게 보여 줬던 신용카드를 들어 보였다.

    당신은 여기 사진에 나온 세케루드처럼 생기지 앟았다 이거죠. 그리고 셐루드의 기록에 의하면 그는 키가 173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165?”

    이제 차 안은 완전히 적막에 휩싸였다. 나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먼지 구름을 노려보았다. 그건 보통 차가 아니었다. 트레일러가 뒤에 달린 대형 트럭이었다. 이제는 너무나 가까워 옆에 쓰인 글자도 읽을 수 있었다. 시그달 부엌가구.

    “168.”

    내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 도대체 누구요?”

    순데르가 으르렁댔다.

    내이름은 로게르 브론입니다. 그리고 왼편에 칼센의 도난당한 트럭이 있어요.”

    모든 사람의 머리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순데르가 소리 질렀다.

    무슨 일이냐 하면요, 저 트럭은 (스포일러)라는 작자가 모는 겁니다. 그는 내가 이 차에 탄 걸 알고 날 죽이려 해요.”




    두뇌 세포가 하나씩 닫히면서 머리가 멍해지고 감각이 사라진다. 생각이 멈추고 그와 함께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진다. 어떤 면에서는 마치 독한 술을 몇 잔 들이키는 것이나 똑같다. 그래, 그렇게 죽는 거라면 기꺼이 받아들여 주겠어.

    그런 생각을 하니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평생 아버지와 반대로 살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내가 아버지와 똑같이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하다니. 그래, 그래서 내가 얼마나 아버지와 다르게 살았나? 나이를 먹어 그 망할 주정뱅이가 더 이상 날 때릴 수 없게 되자 내가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렸던 것처럼 눈에 띄는 자국을 남기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것 말고 또 있다. 아버지가 운전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운전면허를 딸 생각이 전혀 없다고 예의바르게 거절했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매일 학교에 모셔다 주는 못생기고 버릇없는 대사의 딸을 꼬드겼다. 그 애를 집으로 데려가 아버지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가 나오기 전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 나는 곧 그 일을 후회하고 말았다.


    보다보면 뭔가 설정상 구멍이 많아보이고 엥? 그게 그렇게 되냐? 뭐야 이 개막장은ㅋㅋㅋㅋㅋ 이라며 실소할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꽤 즐겁게 봤던 소설이다.

    영화로는 아무래도 시간상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있다보니 상당부분 쳐내고 어느 장면은 영상으로 차마 보여주기 뭣해서 생략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냥 봐도 꽤나 괜찮게 볼 수 있다.
    왕좌의 게임에서 자이메 라니스터를 좋아했고, 배우를 좋아한다면 상당히 굿. 그렇지만 소설에 비해 너프 먹은 건 좀 아쉽다.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이 다소 있으니 그 점은 생각해두고 보는 것이 좋다.


    결론: 요 네스뵈 소설 중 중상? 정도의 재미. 설정구멍 싫어하면 피하시오. 미친개 같은 살인범 좋아하면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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