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16 제주도 올레길 - 3월 9일 7일차 8코스 (제주는 바람바람바람)
    #제주 올레길 2017. 8. 5. 21:24

    드디어 일주일차가 되었다.

    처음엔 하루 이틀 정말 돌아가는 비행기 타고싶었는데
    아니야, 그래도.. 하면서 이 악물며 하다보니 어느새 일주일이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힘든게 줄어들었거나 무료함이 줄었다거나 갑자기 득도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전보다 이 상황에 익숙해졌다. 이 정도?

    코스는 중간에 중문단지를 거쳐서 간다는게 좀 특이점.

    전날 지냈던 숙소는....

    도착하니 장기 투숙을 하는 분이 사장님 잠시 안 계신다며 대신 숙박료를 받았고
    뭔가 모던하고 깔끔한 느낌을 추구하는 요새의 게스트 하우스라기보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었다.

    근처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이상한 박물관인지 뭐 쇼핑 스팟인지가 있어서
    거기서 사람들이 내려와서 게하 문을 열어보고 근처에서 담배피고를 많이한다고 한다.

    그래서 문 달린 곳 여기저기에 중국어로 들어오지 마라, 여기서 담배피지 마라. 가 적혀 있었다.

    간밤에 언제나 그랬듯 비가 오고 아침도 오락가락 하더만 비 그치기를 숙소에서 1시간정도 기다리다 나왔다.
    비가 그친 후로는 해가 간만에 비추더라.

    딱 10년 전에 친구들과 왔을때 가봤던 주상절리,
    고딩때 한국지리에서 봤던 주상절리가 마침 가는 길목에 있어서 입장료 2000원을 주고 입장.

    오오.... 여전히 신기했다.
    날이 좋아서 사진도 잘 받고 ㅋ

    뭘 자꾸 사람들이 던지나 했더니

    ????? 왜 저기다 동전을 던져여??;;;;;

    이 곳은 내가 일주일동안 걸으며 사람을 가장 많이 봤던 곳이었다.
    중국인들... 정말..... 힘들었다..........

    일단 중국인들은 마주치면 절대 비켜주지 않는다. 계단이고 길이고 가리지 않고 일관적임.
    뭔가 멈칫. 하면서 너가 절로 갈래? 내가 일로 갈께. 라는 무언의 눈빛 교환조차 없고 그냥 무슨 불도저처럼 밀고 온다.
    여기서 내내 자꾸 그러길래 와 저사람들은 내가 비키니까 그냥 저러는 건가? 싶어서
    먼저 안비켜주고 가니까 그냥 그대로 어깨빵 날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놀라고 황당하니 화가 난다기보다 바로 빵 터져서 웃음밖에 안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피하려는 노력이나 그런 것도 없고 그냥 무슨 걷다 길바닥에 돌멩이가 채였다는 듯 아무 생각이 없어보여서
    와... 아무리 중국에 인구가 많고 별난 사람도 많다지만
    어떻게 높은 확률로 다들 이렇지? 싶어서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상념은 이게 끝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또 이어지게 된다...

    안되겠다. 나는 이 곳을 빠져나와야겠어..... 벌써부터 하도 부대껴대서 힘들다...

    근처에 공원이나 한적하게 꾸며진 곳이 있어서
    중국인들에게 피폐해진 정신을 다시 재건했다.

    민속촌 같이 이렇게 꾸며놓은 곳이 참 좋았다.
    조용하고 그늘도 있어서 시원!

    바람이 유난히 심한 날이어서... 파도가 밀려오는 와중에도 물방울이 되서 하얗게 날리고 있었다.

    뭔가.. 예쁜 바닷가에 바로 맞닿은 칵테일바가 있으면 정말 술이 쭉 쭉 들어가겠다 싶었다.
    007이나 첩보영화 보면 주로 그렇게 마시던데ㅋ

    해변이 참 예쁜데 파도도 거세고..
    바람이 세니까 춥고.. 근데 햇볕은 쬐어서 덥고.. 요상한 몸 상태로 추적추적 가로질렀다.

    그러나....
    코스 가는 길목이 이렇게 막혀버리고............................................ 어디로 가야하오...
    길을 찾다 이 근방을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

    순간 화가 났던 나는 그동안 아껴두었던 모카빵을 꺼내서 근처에 있는 정자에 앉아 마구 마구 먹어버렸다.
    그리고 힘을 내서 다시 어떻게 길을 찾아 이어 걸었다.

    이상하게 배가 참 많단말야...
    제주도에 어업하는 인구가 많아서 이렇게 많은건가? 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저 것들이 뭔지를 알게 된다.

    이 날은 바람이 워낙 세서 머리카락 휘날리는 것도 귀찮고, 코가 자꾸 햇볕에 지져져서 타고 있길래 머리 앞으로 수건을 길게 빼서 다녔다.
    그런데 시야가 수건에 가려지다 보니... 경주마가 된 느낌.

    그래서 경주마들이 성격이 더러운가.
    나도 이때 굉장히 더러워진 상태였다.

    게다가 바람이 불면 얼굴 절반을 수건이 마구마구 싸대기를 때려서
    거센 바람에 비명을 지르고 다녔는데 야후 날씨에서는 제주도의 바람 세기를 '산들바람'이라고 했다.

    산들바람이면 그냥 산들~ 산들~ 이런거 아니야?
    바람이 불 때마다 사자후 내지르는 내가 있는데 이걸 산들바람이라고!?
    이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흔치않게 또 번화가?를 지나게 되었다.

    여기는 중문단지.

    모범택시도 많고.. 호텔도 많고.. 다니는 사람들도 막 골프 옷 입고 있는데
    나는 또 그지같이 수건 뒤집어 쓰고 가방 메고 다녔다 ㅋ

    골프장이 크게 있어서 어 그래. 골프장이라도 구경해보자. 코스가 뺑 두르고 있으니 구경이라도 할 수 있겠지? 했는데
    내 키보다도 높게 담벼락이 쭉 이어져서 무슨 골프장의 초록색도 구경 못했다.

    게토야 뭐야... 뭔 담장을 그렇게 높게 쌓아놨냐.

    *중문단지에 편의점이 많으니 점심은 여기서 해결하면 좋다.

    생태공원이라는 곳을 지나다 한라산을 봤다.
    3월 초고 유채꽃과 온갖 꽃이 다 피어있는데도 한라산 정상은 아직도 눈이 쌓여있었다.

    이렇게 먼 발치에서 높고 고고한 듯한 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경외심이 들기도 하고, 신기하고 멋지고 그랬다.

    걷다가 뭐가 따꼼거려서 보니 뭔 도깨비 씨앗이;

    와 재난영화 스틸컷 같다. 하고 찍었는데 문득 저거 확대해볼까? 하고
    배를 클로즈업 해보니...

    ㅁㅊ;;;;; 중국어선들이었음;;;;;;;;;;;;;;;;;;;;;;;;;;;;;;;

    야 이거 뭐야. 다 법적인 절차에 문제 없이 어업하고 있는거 맞아? 뭐가 이렇게 많냐????????????????????
    이정도면 영해 안에 속한거 아니야? 이게 돼??;;;;;

    수 많은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굳이 초반의 그 주상절리 뿐 아니라 다니다보니 이렇게 미니 주상절리도 볼 수 있었다.

    한라산님이 지켜보고 계셔.

    사진으로는 이렇게나 날씨가 좋고 평온한데
    바람.. 바람이 문제였지..... 힘들었다...

    이 근처가 숙소였는데 일출, 일몰때 저위에 올라가서 구경하면 그렇게 멋지다고 했다.
    거기서도 또 배 얘기가 나왔는데.. 역시나 다 중국어선이라고;;;;
    뭐야. 무슨 날이야. 왜 아침부터 끝까지 중국, 중국이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와서는 편의점에서 폭식 폭발, 욕심 폭발해서 먹을 것을 다 먹지도 못할거면서 잔뜩 사왔다.
    그러다 다 씻고 자려다가 순간 등골이 쎄-해지면서

    잠깐, 나 돌아가는 비행기가 언제였지?
    나 딱 일주일 예정 아니었어? 오늘 일주일이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실일까봐, 그리고 이미 지났으면 한참 지났을거고.. 너무 허겁지겁 확인하지 말자;
    심호흡 좀 하고 확인했더니 다음날이었다^^

    뭔가 하루종일 힘들고 지쳤었는데 개이득 본 느낌. 하하.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푸우우우욱 쉬고 꿀 잠을 잤다.


    --------------------------------------

    3월 9일 지출

    주상절리 입장료 : 2,000
    편의점 : 10,500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