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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제주도 올레길 - 3월 7일 5일차 7-1코스 (어서와, 분지를 알고 싶니?)
    #제주 올레길 2017. 7. 30. 00:32


    올레길을 걷기 시작한 날을 한 손에 다 꼽는 시점.

    첫날에는 아. 이거 안되겠는데... 그냥 하지 말까... 하고 이틀째에는 으아아아아아아!!! 내 몸아 움직여!!
    이러다 슬슬 이쯤부터는 그냥 '나는 왜 걷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버렸다.
    그저 좀비처럼 추적추적 기계처럼 움직이는 다리에 몸을 얹혀 다녔던 것 같다.

    코스는 거의 처음 만나는 제주의 중심지!

    어디 여행가면 월드컵 경기장을 구경하는 나로서는 마침 딱 코스에 걸쳐있고
    도심을 걷는 느낌은 어떨까? 하면서 일정에 넣은 코스였다.


    뭐지.. 저 중간에 오르막은........ 뭔가 불안함이 엄습한다.


    코스 높낮이에 나온 저 것은 고근산입니다.
    사실 400m정도면 동네 뒷 산 수준이라 취미가 등산인 사람들에게는 우습지만 난 저게 이미 설악산 수준이었음.

    그리고 코스에 엉또 폭포? 폭포?!라니!!! 제주에서 폭포를 볼 수 있는건가? 하면서 내심 기대하며 출발.


    시작지점에서 만난 코스 안내도.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그렇게 경기장 보겠다고 굳이 이 코스를 끼운건데 정작 이 힘든 여정에 가려니 머뭇....
    이미 햇볕이 이리 강한데 여기서 30분만 더 있어도 걸을때 고통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ㅠㅠ

    결국 밖에서만 멀찍히 봤다.
    자기 앉으면 바다가 보인다던데... 살면서 제주도 또 한 번 안오겠냐 싶어서 다음을 기약했다.

    * 이 주변인 번화가라 이마트나 패스트푸드점 등등 여러 음식점과 비상식량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 많으니
    여기서 파밍하는 것이 좋다.
    올레길을 걸으며 이런 호사 아무때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 486km 왜이리 수치로 적어놓으니 유난히 멀어보이지...

    도심인데도 그렇게 큰 길로는 코스가 나있지 않아서 사람을 그다지 만나지 않고 지났다.

    어느 골목을 꺾고나니 보이던 오르막. 저걸 본 순간 딱 이게 떠올랐다.

    이거 인셉션????

    하하 거 참.... 네비는 저 위로 올라가라고 하는데... 현실을 부정하고만 싶었다.
    그렇지만 올레길은 늘 불안한 마음을 그대로 YES로 이끈다.

    하지만 곧 이런 익숙한 길이 나타난다.

    이건 까치 밥인가?

    동백나무가 느티나무처럼 자랄 수도 있겠다.

    열심히 걸어 드디어 엉또폭포 표지판을 발견했다.
    그런데 굳이 저길 들르지 않아도 바로 갈 수 있게 되어있다. 어차피 폭포 들렀다가 다시 가니깐.

    음.. 그래도 여기까지 왔고, 10분정도면 뭐 가 볼 만하지. 하고
    이 때의 나는 시원하게 물이 떨어지는 폭포의 미스트를 기대했던 것이다.

    오오? 뭔가 잘 갖춰진 공원처럼 이렇게 뭔가 차려져 있고? 기대되는걸.

    ...???

    설마 저 바짝 마른 절벽은 아니겠지........ 아니야.... 그럴리 없다.....이놈들아.....

    '물 안 내리는 폭포로는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해 세계 4대 폭포가 된'

    ......................아아ㅏ아아아아앙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하지만 울창한 상록수림을 느끼라니.... 그래.. 그거라도.....
    일단 올라가본다...

    폭포입니다.

    그래도 두리번거리며 물의 흔적을 찾으니 물이 있긴 했음.

    비주얼 자체는 정말 물만 쏵 쏟아지면 절경인데 아쉬웠다 ㅠㅠ

    비가 많이 온 후가 아니면 물 흐르는 걸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여기까지 올라와서 허탈함과 고단함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위해 바로 아래에 휴게실? 같은 곳이 있으니 잠시 쉬어가면 좋다.

    폭포 구경?하고 가는 길에 이건 정말...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원시림스러움.

    큰 길을 따라 걷다보면 또 으슥한 곳으로 안내하는 저 화살표.
    이제는 좀 포장된 길을 가다가도 음~ 이제 슬슬 구석진 데로 갈 법도 한데? 싶다.

    그런데 그래도 이런 곳은 늘 적응이 안 됨;;;

    숲 속에서도 이정표를 잘 찾읍시다.

    저런 숲 길 같은 곳을 걷다가 어 좀 이제 길 좋아졌네. 했더니 또!! 또야!! ㅠㅠ

    야이.... 이건 좀 심했잖아.....

    오크 집단 서식지에 무기도 없이 맨 몸으로 가는 느낌이었음.

    고근산 정상을 가보렴!! 하는 포쓰가 너무나도 강렬했다...

    한참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니 참... 은근 올라왔다...

    경사는 이정도였음. 좀 힘들었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

    날씨가 좋지 않아서 잘 보이지가 않아... 하지만 흐려진 덕에 덜 힘든지도 몰라.....

    내려가는 길.

    내려가는 도중에 길 옆을 슬쩍 보니 뭐가 푹 꺼진 게 있고 누런 것이 있길래 호기심이 생겼다.

    오오오옹? 이거 혹시 칼데라 아니냐?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신기해서 기념샷.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곳인지 중앙까지 가보려는데 거센 나뭇가지들과 도깨비 씨앗이 너무 많아서 언저리만 구경했다.

    내려가는 길은 통나무?를 얹어서 계단처럼 만들었는데
    보폭이 좀 애매해서 잘못하면 데굴데굴 구르는 수가 있으니 조심.

    특히 동행 없이 혼자 걷는 사람들은 조난, 사고에 항상 주의!

    오를 때도, 하산길에도 사람을 볼 수 없었다.

    다 내려와서 찍어보니 또 은근 높아 보이는 듯?

    나는... 걷는다...

    차도 없다... 개와 할아버지를 만났다.

    제주의 개들은 참 프리해보인다.

    그리고 밥.

    편의점이 보이면 난 그 때가 밥 시간이다. 석천이 형.... 혜자 누나.. 고맙습니다.
    양질의 도시락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여행 중에 밥도 못 먹고 다녔을거에요.

    울창한 숲도 신기하지만 이런 곳도 신기했다.

    파랗고 노란 소화전 나만 신기하냐.jpg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분화구다.

    말이 분화구지 그냥 보면 높은 곳에 있지 않은 분지 느낌이다.

    그 안에 마을도 있고 밭도 있고.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있다.

    올레길 걷는 사람들을 위한 가교인 것 같았다. 고마워요.

    이 때부터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아까 먹었던 점심밥도 다 내려가고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사진도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무리 봐도 7-1코스에 바닷가는 없는 거 같았는데 난 어떻게 갔길래 이 사진을 찍은거지??

    숙소에 돌아가야해서 버스 정류장을 찾아왔더니
    외돌개라는 관광 명소가 근처에 있는 모양이었다. 중국인과 내국인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았음....

    그런데 나는 버스 시간도 한참 남았고 졸리고 배고프고 힘들고 ㅠㅠㅠㅠㅠㅠ
    병든 병아리처럼 정류장에 앉아 꾸벅 꾸벅 졸았다.

    외돌개는 이렇게 생겼다고 정류장에서 알려주고 있었다.

    어 그래. 이거구나. 안 가도 되겠당 ㅎㅎ 하며 위안을 삼고...
    한참 후에 버스를 타고.. 필름이 삭제되고...... 다음날 6일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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