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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제주도 올레길 - 3월 5일 3일차 1-1코스 (우도는 좋은 곳이었다.)
    #제주 올레길 2017. 3. 13. 15:56

     

    어느덧 3일차, 1-1코스인 우도를 일주하기로 했다.
    어디서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다 다음지도에서 천진항이라고 해서 천진항에서부터 시작.

    간밤에 무슨 텐트가 날아가는건 아닌가 싶을정도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텐트가 푸드덕거리는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잤는데
    신발까지 수해를 입어서 신발 안에 물이 가득 찼다.
    게다가 날씨가 그러니 전날 빨아놓은 빨래도 마르지 않았었다.

    다행히 아침에 비가 오다말다 하더니 배가 뜨나 안뜨나도 걱정이고 ㅠㅠ
    숙소 사장님이 항에 전화를 해서 배가 뜨니까 나가려면 얼른 나가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1-1코스 돌기로 했다.
    에라 모르겠다 이따 배 안떠서 갇히면 그냥 다음 숙소 예약해놨긴 하지만 날린다 치고 하루 더 느지막히 쉬어갈겸 있지 뭐.
    이런 생각으로 걷기 시작.


    당시에는 이거 봐도 몰랐는데 다녀와보니 알겠다. 저 7.8km 연자마. 이렇게 된 저 길이 있으면 고생을 하게 된다는 것을.
    하지만 난이도는 쉬운편이라니 믿고 가보자.

    1-1코스의 전체적인 난이도를 보자면 마지막 우도봉에 오르는 길이 좀 고되다고 하는데 풍경이 꽤 좋아서 갈만하다.


    이틀 걷고 이렇게 물집이 잡혀서 옷핀으로 찔러서 즙 좀 짜내고 잤는데 신발이 물에 다 뿔어서 고난이 예상됐다.

    천진항은 스쿠터? 4륜 오토바이? 암튼 그런 렌탈샵으로 북적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반짝반짝하게 꾸미고선 놀러 오는데 나는 덜 마른 빨래 가방 뒤에 빨래 집개로 찝어서 다니고 있고ㅋㅋㅋㅋㅋ
    다니다가 꺄악 꺄악 신나게 웃으며 쌩쌩 스쿠터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왠지 모를 격세지감을 느꼈다.

    엄마, 이게 걷는 자의 숙명인가 봐요.

    붐비는 항을 뒤로 하고 살짝 내륙쪽으로 틀어서 걷다가 이 검둥이를 만났다.
    비를 쫄딱 맞아서인지 조금 추워보이기도 했는데... 걷다보면 이녀석이 자꾸 내 앞에 나타났다.

    이 등짝은!!!!!

    어, 그래 왔냐. 이러고서는 또 어디론가 막 달려간다.

    나는 뭐 쉬엄쉬엄 사진찍을겸 하고 지도나 표식보고 좀 걷다보면

    어느샌가 저녀석의 궁디를 쫓아 가게 됐다...

    검둥이, 당신은 대체.....
    저렇게 계속 가는 길이 같다보니 뭐야. 쟤 길 아는거 아냐? 그냥 따라가장ㅋ 하고 개 뒤만 쫓아다녔다.

    그리고 우도에서부터 만난 정체불명의 검은 짓눌린 초코파이들.
    소냐, 말이냐? 동물은 개, 까마귀밖에 못봤는데 도대체 이건 어떤 애들이 만들어 내는지 감이 안잡혔다.

    한동안 어째 안보인다 했더니 또 만난 그 녀석.
    이렇게 20여분 동행을 하던 녀석은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제주도 개들은 활동 범위가 상당히 넓은 것 같다.

    날씨는 영.... 오락가락 한데 이따 배가 뜨려나도 계속 걱정이 됐다.

    그렇게 한참을 걷는데 갑자기 다리가 쑥 빠지면서 아이고 뭐여 이거!!! 하고 보니까 뭔 갓길이 부비트랩도 아닌데 발이 저만치 빠지냐;
    이래서 나는 트래킹화보다 등산화를 추천한다.

    \

    어느샌가 걷다보니 홍조단괴 해수욕장에 왔다.
    역시 이름이 있는 해수욕장이라 이 곳에서 사람구경을 좀 할 수 있었다.
    모래가 꼭 어항 안에 있는 돌처럼 예쁘고 독특해서 신기했다.

    인터스텔라를 떠올리며ㅋ

    지금 생각해보면 이 예쁜 바다를 두고 왜 가서 물에 손 한번 담구고 발도 넣어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이다.
    멀찍이 앉아서 쉬거나 구경만 했을뿐... 다음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이것 저것 많이 해보고 싶다.

     웰컴 투 뷰디풀 우도 글자가 보이는걸로 봐서 1/3 정도를 지난 하우목동항이 아니었을까 싶다.

    산 속 절간에 있는 그 돌무더기인 줄 알았더니만.... 석탄같은 응가 덩어리들이 부비트랩처럼 여기저기 널려있다.
    나중에는 그냥 귀찮고 바닥만 보고 다니기 싫어서 밟히면 밟히는 대로 다님 ^^

    길을 잃을까 걱정이었는지 매듭, 표지판, 스프레이 3단 표시가 되어있었다 ㅋ

    어디로 가야하오 1.jpg

    ...아 쫌 이제 그만...
    범인은 없는데 자꾸 증거만 나와 왜!! 이거 만드는 애들이 도대체 누군데 보이지도 않아!!!

    참 좋은 등산화군요.

    거, 제가 님 발에 싸기라도 한다면 참 유감이겠습니다?

    범인 검거!!!
    여기서 제주도의 말을 처음 봤다.. 그리고 지금까지 본 그 덩어리들은 말 응가인걸로...

    어디로 가야하오 2.jpg

    어디로 가야하오 3.jpg

    길은 분명 지나가는 게 맞는데 지나갈 수가 없다...
    저 물구덩이 피하려고 돌무더기에 붙으려 해도 어차피 빠지니까 요령껏 잘 지나가세요 ^^ 수가 없습니다.

    우도 1-1코스의 평범한 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열심히 걷다보니 또 해변가가 나왔다.
    아마 여기는 하고수동.

    제주도에서 추억을 만드는 연인들.

    그걸 지켜보는 나아아아아아~


    이제 바닷가 길은 없어! 하지만 내 가슴 속에! 내일 코스 속에!! 영원히 살아가!
    하고수동 이후로는 내륙?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올레길은 요상하게 꼭... 이렇게 나무로 둘러진 터널같은 길로 걷는 사람들을 안내한다ㅋㅋ

    크으 이렇게 넓게 멀리 뻗은 길에도 사람이 읍서요 사람이.
    산 속에서는 잔뜩 쫄려서 음악도 못듣고 노래도 못부르고 다니는데 이런 길이면 신나게 막 노래도 부르고 팔 다리 휘적거리며 편하게 다녔다.

    그리고 우도봉으로 ㄱㄱ
    여기서 또 사람들을 좀 많이 만났다.

    역시 어딘가에 오르고 나면 보이는 경관은 참 좋다.

    저 멀리 솟은 것이 우도 등대.

    주의할 점은 바람이... 상당히. 아니다 굉장히 강하니 환절기에는 꼭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나는 여기서 진짜 바람이 차서? 추워서? 라기 보다는 바람이 막 얼굴을 후려치는 것과 같은 아픔을 느꼈었다 ㅠㅠ
    그리고 까딱 잘못하면 휘청 하다가 막 데굴데굴 구를 것만 같고...

    우도봉의 랜드마크, 우도등대.

    1906년부터 97년간 2003년까지 운영했지만 노후문제로 폐지되었다고 한다.
    마침 얼마전에 파도가 지나간 자리 (The light between oceans)라는 영화를 봐서 그런지 사진 정리하면서 더욱 아련하게 느껴진다.
    등대에 불을 밝혔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검은 밤바다를 마주했었을까.

    검푸른 바다.
    나는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해수욕을 즐기지는 못한다.
    겁이 많은 탓도 있지만 바다라는 그 존재자체가 무섭게 느껴지는 탓이 더 큰 것 같다.

    우도봉의 마지막 코스인 우도 등대를 보고나면 여전히 강한 바람에 맞아가며 다시 아랫동네로 내려간다.

    뭔가 이렇게 등대와 관련된 것들이 많은걸 보면 우도와 우도 사람들에게 그동안 등대는 정말 큰 존재였나보다.

    내려오는 길에 탁 틔인 공간이 초봄인데도 상당히 인상적이고 예쁘니 동행 있으면 사진 많이 찍으세여. 

    유채꽃이랑도 찍어줘야지.

    하악...하악.... 이제 거의 다 왔다....
    얼른 천진항에 가서 배타도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야...

    응, 결항.
    하우목동항으로 가렴^^

    으어어어어ㅓ어엉마너임ㄴ림노히몰쟈ㅐ보재ㅑㅗㅁㅈ롬졸밈ㅇㅁㄴㅇ캬캬아어어커어엌어커어커유ㅠㅠㅠ
    지금까지 걸었던 1/3을 다시 걸어야 하는 위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잠깐만...... 일단 흥분을 가라앉혀.. 그리고 바깥 바람 좀 쐬자......
    하고 밖으로 나왔다.

    나도 굿-바이 하고 싶은데 그럴쑤가 업써.. 햄보칼수가 업써... 나는 왜...

    바다를 보니 막 파도가 휘몰아치고 바람이 강해서 파도로 밀려오다가 물이 방울방울 부서져서 흩날리는 것을 보고
    와 씨 잠깐만. 이건 누구 탓을 하면 안돼. 정신차려.
    하고 다시 천진항 터미널로 들어갔다.

    그리고 누구나가 어지간하면 다 먹는다는 땅콩 아이스크림을 못먹어 봤으니
    단걸 주둥이에 넣어서 엔돌핀을 돌게 하기로 했다.

    ..... 그리고 1시간 뒤.....

    ㅎㅇ 하우목동항.

    우도로 올 때는 하나도 감격스럽지 않았는데...
    나갈때는 왜이리 눈물이 나려고 하지.... 어쨌든 무사히 나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런 모양으로 보여서 우도가 牛島라고 한다.

    그 예쁜 어항속 자갈 같은 홍조단괴해빈은 가져가면 안된다고 합니다.
    하긴 한명 한명이 예쁘다고 한 줌 씩만 집어가도.....
    사실 그 돌?도 그 모양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필요했을텐데 어찌보면 시간을 훔치는 셈이 되기도 하겠다.

    우도를 뒤로 하며. 안녕~
    이렇게 떠날때는 왠지 많이 본 재난영화에서 뒤에서 막 다 터지고 나도 저기있으면 죽을뻔했는데 겨우 탈출하는 배에 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난 정말 우도 못나오는 줄....

    갈매기를 보면 갈매기의 꿈에서 본 조나단 리빙스턴 씨굴이 생각난다.

    확실히 뭐 이렇게 혼자 걷는다 여행을 간다. 하면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지고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건 사실이다.
    그렇게 대단하거나 번뜩이는 건 아니지만 하찮고 쓸데없는 것이라도 한번씩 떠올리고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되고..
    이렇게 다닌다고 해도 갑자기 사람이 현자가 되거나 보살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평소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된다는 느낌?

    무사히 성산항에 도착해서는 1코스를 가다 중간에 끊겨서 전날의 마무리를 짓기로 하고 나머지를 또 걸었다.
    이때쯤엔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성산일충봉을 보면서 힘을 냈다. 원래 오를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묘하게 위압감도 있고 위엄을 느끼게 되서 아침에 가볼까? 싶기도 했다.

    여기서 아랫쪽으로 가면 일출봉 전망대쪽, 우측은 1코스 마지막쪽.
    이부근에서 살짝 옆으로 틀면 밥 집도 많고 식사를 해결하기 좋은 곳이 많으니 여기서 해결하세요.

    숙소는 민박형 일반 단독주택 가정집에 침대만 도미토리였는데
    나름 신경을 쓰긴 한 것 같지만 뭔가 좀 허름했고 욕실이 깔끔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대신 침대마다 전기장판이 깔려있어서 좋았다. 총평으로는 숙소 가격 생각하면 나쁘지 않음.

    밤새 천둥 번개가 강하고 허벅지 바깥쪽과 발이 너무 아파서 점점 찌들어갔다.

    다음에도 우도는 다시 와서 걸어보고 싶다.
    특히 해수욕장 예쁜 곳 뿐이었는데 제대로 놀지도 않고 ㅠㅠ 정말 좋은 곳인데...


    +3월 5일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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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콩 아이스크림 : 3,000
    성산행 배 : 2,000
    저녁 김치찌개 : 7,000
    편의점 : 7,000
    숙소 후결제 : 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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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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