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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제주도 올레길 - 3월 6일 4일차 5코스 (여기는 동백군락지만 믿고 가자.)
    #제주 올레길 2017. 3. 13. 20:38


    1일차 20코스
    2일차 1코스
    3일차 1-1코스
    북동쪽에서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돌아 남쪽의 5코스를 걷는 날이었다.

    대략적인 코스 지도.

    코스 난이도.

    내가 5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위미 동백나무 군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출발!!

    사실 전날 우도 가느라 미처 다 끝내지 못했던 1코스를 돈다고 했는데 숙소가 그 전에 있어서 또 끊긴 탓에
    몇일째 1코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또 걷게 되었다.

    전날 성산일출봉을 보고 느낀 웅장함에 아침에 올라갈까. 하던 나의 다짐은
    밤새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쳐대고 비가 많이 오는걸 잠결에 들으면서 아. 내일은 올라가도 해는 못보겠구나 싶어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성산일출봉 근처의 식당 많은 번화가를 지나 큰길로 빠지니 왼쪽으로는 보이지 않는 바다를 끼고 쭉 걸었다.

    그렇게 마주한 제주 4.3 유적지.

    과거를 잊고 산다는 것은 곧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도 같다

    성산일충봉이 불쑥 솟아올라 제주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이 곳 터진목은 4.3당시 성산면 주민들이 끌려와 학살당한 한과 눈물의 땅이다.
    성산리는 4.3 당시 서북청년단으로 구성된 특별중대가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죽음과 통곡의 소리가 끊이지 않은 곳으로 변하고 말았다. 서청특별중대의 존재는 성산면 지역주민들에겐 악몽이었다.
    그 곳에 한번 잡혀가면 살아돌아오기가 어려웠다. 이들은 성산초등학교 건물에 주둔하면서 숙식을 해결했고, 붙잡아 온 주민들을 수감하고 튀조하는 곳은 초등학교 바로 앞 담정 너머에 있던 감자창고를 이용했다.
    4.3의 비극이 강렬히 스쳐갔던 이곳 성산초에는 사람의 목숨을 중히 여긴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의 의로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6.25 한국전쟁 당시 상부의 예비검속 명령을 "부당함으로 불이행"이란 이유를 달아 죽음의 명령을 거부하며 많은 주민들의 목숨을 살렸다.
    성산일출봉과 마주하는 이곳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4.3사건 당시 무고하게 죽어간 주민들과 제주4.3의 역사를 생각하자.

    이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누군가의 가족들이 무고하게 죽었던 곳.
    그 통한의 감정은 차마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그들의 한 많은 목숨과 슬픔을 생각하자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때, 그들은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을 것인가.
    수십년 전과 마찬가지로 그대로인 이 곳은 너무나도 아무일도 없었단 듯이 고요해 나는 서러움의 감정까지 느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고작 인간의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사상과 종교로 인한 죽음은 너무나도 무의미하고 있어서도 안될 일인데 왜 서로를 적이라 생각하면서 증오하는걸까.
    그리고 왜 그런 자신들에게 당위성을 부여하는걸까.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공치기 해변을 따라 걷다보니

    말 한 마리를 만났다.
    말이라고는 서울에서 예전에 시청광장 근처에서 마차끌던 말만 보다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치니 신기한 기분이었다.

    1코스를 끝내고 바로 이어지는 2코스 시작점까지 왔다.
    뭐가 있어서 읽어보니 제주올레 2코스는 한국과 캐나다간의 우정과 국제협력을 위하여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브루스 트레일과 자매결연을 맺은 길입니다.
    라고 적혀있었다.

    캐나다 브루스 트레일? 그건 또 뭐지 하고 궁금해하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부연 설명이 잘 적혀 있었다.

    부루스 트레일은 캐나다에서 표식이 설치된 가장 오래되고 특별한 도보여행길이다.
    ...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지역, 구릉들, 장관을 만드는 풍광과 울퉁불퉁한 해안선까지 수없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경관에 걸쳐 펼쳐져 있다...

    대강 읽고 보니 엥? 뭐? 800km????????? 왘!!!!
    하고 왼쪽에 지도를 보니... 세상에 저게 뭐야. 800km? 와 씨 저거 나중에 가봐야겠다!!! 싶더라. 왠지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어쨌든 열심히 걸었다. 이제 5코스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이동!

    버스타러 가는 길도 올레코스의 도중이었다.

    버스정류장 뒷편에는 이렇게 유채꽃밭이 있었는데 여긴 입장료 1,000원을 받고 들어가야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그냥 멀리서 구경만 했다.

    음~ 확실히 봄은 봄이야. 바닷바람 세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제주도는 제주도더라.

    아침은 전날 사둔 비상식량으로 대충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먹었다.
    이거 정말 맛있어서 사진까지 찍어놨다. 빵이 쫄깃쫄깃하고 맛있었음.. 하악하악.

    하지만...
    5코스 시작점은 번화가라 식당이 매우 많았다....

    특히 내가 계속 먹고 싶었던 우동집까지 있어서 이미 빵이 가득 찬 배를 두들기며 후회했다.
    왜 그깟 빵을 먹고 눈 앞의 우동을 먹지 못하니, 왜!!!

    그래도 잠시나마 나를 행복하게 했던 초코 카스타드 슈크림 빵, 너를 잊지 않겠어.

    리락쿠마는 나와 함께 한다!

    5코스는 쭉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다.
    걷다보면 이렇게 누군가의 글귀가 적혀진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건 아마도 저기 적혀진 누군가의 글일텐데 가끔 유명한 글귀도 있었다.

    바닷가로 붙어서 파란선 안쪽으로 걸어간다.

    가다보니 큰엉?이라는 곳을 갔더니만 뭔 도보길이 이렇게 잘 꾸며져있지?
    슬슬 이쯤되니 또 우도등대급으로 사람이 꽤 있었다.

    올레꾼을 위한 화장실은 올레길 곳곳에 있지만 여기 이렇게 화장실도 있으니 급하면 해결 가능!
    남, 녀 화장실 구분하는 캐릭터가 귀여웠다.

    그냥 생각없이 사람 많네. 여긴 코스가 왜이리 잘 되어있냐.. 하면서 걷다가 이걸 보고나서 헉?했다.
    아니, 이게 뭐시여. 신기하당.. 이래서 사람들이 여기 많이 오나 보다. 싶었다.
    산책로 안쪽으로는 뭔 건물들도 좀 있던데 그래서 많은건가.

    이렇게 잘 되어있는 길은 오랜만이라 낯설었다. 그런데 확실히 산책로로도 좋고 상당히 잘 되어있어서 걸을 맛이 나는 구간이다.

    자나깨나 조심, 조심. 내 몸은 내가 챙깁시다!

    바다 싸나이 리락쿠마.
    바람이 많이불어서 파도 치는 것도 엄청났다.

    길을 벗어나 다시 익숙한 길로 돌아왔다.
    한라봉, 천혜향까진 많이 들어봤는데 레드향??? 황금향??? 이게 뭐지. 뭔진 모르겠지만 맛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차마 사먹지는 못하고 나중에 먹어야지 하면서 찍었다.

    가는 길목에 작은 절도 있어서 잠깐 들렀는데 뭔지 모를 꼭다리를 발견.
    그런데 왠지 모양이 귀엽고 예뻤다. 슬슬 여기서부터 동백 꽃이 많이 보였다.

    오오 그래 이래서 내가 동백꽃을 보고 5코스를 골랐지.

    동백군락지에 슬슬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길들을 많이 지나게 되었다.

    역시 올레길은 나를 늘 이런 곳으로 안내하지ㅎㅎ

    역시 올레길은 나를 늘 이런 곳으로 안내하지ㅎㅎ2

    응? 아직 군락지가 아닌가? 다시 바닷가로 살짝 들렀다가..

    뭔가 이런 곳에서 뮤직비디오나 영화를 찍어도 될법하다.

    내가 먹고 싶었던 귤들이 반쯤 썩어서 널려있었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귤들이 내는 냄새는 또 그다지 기분이 상하는 그런 냄새는 아니어서 음~ 감귤 스멜~ 하며 지나가게 된다.

    이렇게 귤 파는 곳이 많이 보였는데도 사지 않았던 이유로는
    돈이 일단 좀 아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걷는데 짐이 늘어나고, 짐을 줄이겠다고 귤을 먹다보면 화장실도 가야하는데 마땅치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역시 그냥 먹을걸 그랬어.

    그리고 제주에는 이상하게 이.. 뭐야 이거. 깨어라! 파수꾼? 이쪽이 교세를 확장하려고 그런지 이게 상당히 많았다.
    누군가가 나한테 말을 갑자기 건다 싶으면 도를 아십니까 급으로 자꾸 나를 괴롭혀대서 기분이 상할때가 있었다. 이러지 마세요.. 안그래도 힘듭니다..ㅠ

    위미 동백나무 군락은 길이 평탄하고 넓어서 휠체어구간도 있다.
    사실 나는 길을 또 잘못들어서 두바퀴 돔..ㅋ
    이 동네는 내가 진해에 갔을때 왜 무슨 진해는 나무 심으면 무조건 벚꽃나무만 심나? 했을 급으로 다 동백나무라 길이 상당히 예쁘다.
    사진찍기에도 좋고 쉬엄쉬엄 가기에도 좋아서 동백꽃 좋아하면 추천!

    동백군락을 벗어나면 또 이렇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색적인 풍경도 볼 수 있다.

    이건 양배추가 꽃으로 작게 피면 이런 모양이 아닐까 싶어서..ㅋㅋ

    뭔가 좀 큰 길로 나왔다. 이쯤엔 좀 지쳐서 내 상태를 표정으로 표현하는 듯한 물탱크?가 웃기고 반가웠다ㅋㅋ
    으어어어~

    이 근처에 하나로 마트를 발견하고 계속 미뤄왔던 제주의 특산물을 먹고자 한라봉이라고 적힌 곳에서 한봉지를 샀다.
    그런데 계산하고 나와보니 잉? 영수증에는 레드향?
    레드향이 설마 한라봉의 영문이야?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뭔가 다름...
    뭐여! 속은겨? 예림이 그 패 좀....

    난 아직도 모르겠다. 한라봉이라고 적혀있어서 산 저게 한라봉인지, 아니면 영수증의 레드향인지ㅋㅋㅋㅋㅋㅋ
    맛은 분명 네이버에서 이거든 저거든 달다고 하더만 저건 생긴건 귤인데.. 맛이 구수해... 나름 반전이었다.

    아무래도 이 근처가 번화가구나 싶어서 어디 창에 짜장면 적힌 곳으로 가서 손을 문에 얹고 열면서 간판을 보니까
    뭔 여자 실루엣이 있고 단란주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쿠 슈방!!!!!!!!! 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떼고 열던 문을 닫았다.
    짜장면, 짬뽕이라면서요 ㅠㅠ

    문 닫고 내가 뭘 또 했겠어.. 봉지에서 저 한라봉일 수도 있고 레드향일 수도 있는걸 먹으며 걸어야지.

    거 얼핏보면 노다지인 줄ㅋㅋ

    열성적으로 리락쿠마 놓고 촬영하는데 지나가던 주민분들이 막 뭐하는거냐고 물어보심ㅋㅋ
    그리고 어유 사진 다른것도 좀 보자고 해서 그것도 보여드림ㅋ

    어느 골목길에서 개가 오는데 꼭 나 아는 개처럼 저렇게 밝게 오더니

    한껏 아는체 하고 웃는 표정으로 보다가 사라졌다.
    동백꽃이 떨어진 검은 담장의 곧은 제주의 길. 참 좋았다.

    그리고 이건 어디부근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가다보면 분명 길이 여기가 맞는데, 좁은 주택들 사이로 난 저기가 분명 맞는데, 바닥에 아니라고 표시된 저 곳.

    그냥 쑥 들어가면 이렇게 막다른 길로 보이고 왠지 누군가의 마당으로 지나가야 할 것만 같은 곳이 나오는데
    여기 들어가면 정말 무단침입이 맞다.......
    저 오른쪽 말고 바다쪽으로 직진하면 저 길도 없어보이는 막다른 쪽에

    이렇게 내려가는 길이 있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ㅠㅠㅠㅠㅠ

    내려가면 내가 오름 오르는 것보다 싫어하는 돌밭 길이 나온다.

    여기 그냥 발바닥 지압받으면서 잘 지나가야 함 ㅋㅋㅋㅋ

    바다를 마주하고 세월을 낚는 낚시꾼들도 의외의 곳에서 종종 만난다.

    그리고 뭔가 대중탕 같이 보이는 이런 것들도 있었는데
    과거에는 쓰긴 했던 곳인가? 그래도 이렇게 야외에서?
    아무래도 여기에 이렇게 있는거면 내가 생각하는 목욕탕처럼 그렇게 씻진 않았겠지?
    이런 것도 두서번 봤던 듯한데 다 이런 모습들이라 뭐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이 다음엔 도대체 난 뭘 했나 모르겠다. 아무래도 기력이 딸려서 숙소까지만 열심히 걸었지 싶다.

    숙소는 공천포 올레.라는 곳이었는데 민박인줄 알았더니 나름 꽤 갖춰진 전문적인 게스트 하우스 느낌이었다.
    세탁, 건조도 다 되고!!! 조식으로 빵, 우유, 잼, 달걀등이 제공되서 정말 맛나게 챙겨먹었다.
    뭣보다 그간 손빨래로 대강 했던 빨래 깨끗하게 돌렸던 것이 좋았다.(세탁, 건조까지 2,000원)
    조식도 좋고..  화장실도 넓고 전문적인 샤워장 느낌인데다 방도 도미토리인데 넓어! 다니면서 가장 만족했던 숙소.

    4일차까지 마치고 보니 허벅지 아프던 건 좀 나아졌는데 이제는 무릎이 아팠다.
    물집 잡힌 건 매일 밤마다 숙소에서 빼주는데 이쯤되니 고통에 익숙해지게 그 아픔을 애써 무시하고 그냥 기계처럼 걸었다.
    우도에서 바가지처럼 간밤에 내린 비를 발목까지 담고 있던 신발도 이제는 말라서 축축하지 않게 된 게 참 다행이었다.


    5코스 요약) 큰엉, 동백나무 군락까지는 재미있으나 그 후로는 뭔가 지루한 느낌이 있다.
    식사는 처음에 시작하는 곳과 중간쯤 하나로마트 있던 그 동네에서 해결할만하다.


    +3월 6일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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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 4,000
    하나로 마트 : 13,000 (!? 뭘 이렇게 샀던거지;;;;)
    숙박 후결제: 20,000
    세탁 : 2,000
    ----------------
    총 2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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