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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제주도 올레길 - 3월 8일 6일차 7코스 (극한의 공포 체험;)
    #제주 올레길 2017. 8. 5. 19:30



    내륙을 구경하게 해 준 7-1코스를 돌고 다음은 7코스.

    다른 코스에 비해 유난히 길어보이는데 내 착각인가.....


    7코스의 대략적인 안내.


    전날 숙소가 코스에 맞물린 곳이 아니라서 7코스를 찾아가려고 올레길을 걷는 동안 애용했던 다음 어플로 검색을 해보니
    30분 후에 온다고 나왔었다.

    그래서 아침이라 졸립고 피곤하고 배고프고.. 30분동안 뭐하지. 하면서 정류장에 앉아서 가방 풀고 꼼지락 거리는데
    기다리던 노선의 버스가 막 문을 닫고 출발하려고 했다.

    뭐야! 왜이렇게 빨리와? 40분이라며!!
    하면서 허겁지겁 가방을 들쳐매고 버스에 탑승.

    무사히 버스를 타고
    다음 어플 허접이네 ㅋ 하고선 약 40분 걸린다니 40분 알림을 맞추고 잠이 들었다.

    30분 후 눈을 잠깐 떴는데 버스에는 나와 버스기사님 둘 뿐이었다.

    버스기사님이 어디가냐고 물어보셔서 목적지를 말했더니
    이건 아니라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요....

    네? 버스 번호가 맞는데 아니에요?!
    하니까 번호가 아니라 행선지를 잘 보고 타야한다고 하셨다.

    다음 어플이 똑똑했던 것이었다.
    내가 등신이었다. 미안합니다 다음님들..

    여차저차 이번에는 동->서로 가는 순방향이 아니라 서->동으로 역방향으로 걷게 되었다.

    뭐가 얼마나 큰 곳이길래 다국적 아가씨가 30명이나 있냐.
    어딜가도 정말 외진 섬에 가도 다방 아가씨니 뭐니 없는 곳이 없다. 제주도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에 있던 9일간 비가 오락가락 하지 않고 맑은 날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대체로 이런 느낌? 바람 많이 불고 파도 세고 우중충~한 것이..

    이제는 이런 낯선 풀들이 무성한 풍경도 익숙하다.

    전 날에 이어서 또 오늘은 오늘의 인셉션이.....

    길가에 이런 무성한 쌈바 스타일의 식물이 있는 것도 제주도의 묘미.

    어예~ 쌈바!!!!!!!!

    비가 오락가락 해서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그리고 나는 이상한 산 길을 안내받고 걷게 되는데...

    자타공인 개 쫄보인지라 혼자 으슥한 산 길 들어가는 것도 무서운데
    두리번거리다 문득 사람 손을 본 것 같아서 으악!!!!!!!!!!!!! 하고 잠시 고개를 돌렸었다.

    한참 후에 다시 그쪽을 보니 뭔 시벌 어떤 변태같은 놈이 장갑을 저렇게 나뭇가지에 끼워 놓냐.. 넌 잡히면 죽는다......
    이 장갑 보고 정말 혼절하는 줄 알았다.

    장갑 보고 놀란 가슴 부여잡고 흐어어엉... 하면서 가다보니
    엥? 뭔 갈림길이 있고.. 뭔가 아래로 가야할 것 같은 펜스도 있네?

    그럼 여긴가보다. 하고 나는 던젼으로 향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내려갈때 엄청나게 가파라서 찍었는데 별로 티가 안나네.
    그냥 상식 이상으로 가파랐다.

    이렇게 점 점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다가 나는 이 것을 마주하게 되었다.

    엄마.... 시벌.... 이게 머야.................

    야이...미친.......
    이거 막 주변에 뭔 사이비 종교인들 숨어있다가 나 덮쳐서 산 제물로 삼는건 아니냐...

    와이 씨....

    나는 제주도에서 혼자 걸으며 가장 무서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이 날 이 순간이라고 하겠다..
    아니 뭔 이런걸 산 속에서 하냐고... 그냥 너네 집에서 하세요들 제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에에엥!!!!!!!!!!!!!!! 하면서 빨리 저 무서운 곳을 벗어나고자 뛰쳐나왔는데
    보이는건 이런 수풀이 우거진 길.

    뭔가 저기를 건너서는 안될 듯한 곳 뿐이었다.

    호빗에서 이상한 숲을 지나갈때 그 장면 그냥 CG쓰지 말고 여기서 찍었어도 됐을 것 같았다.
    저 기괴하게 우거진 풀들을 보라...... 정말 가기 싫었다......

    그런데 어쩌겠어. 길이 여기 뿐인데.. 빨리 가서 여기를 벗어나자 ㅠㅠㅠ
    이 생각으로 앞으로 나아갔는데.... 또 만났다. 그 것을.

    흐어어어어어어어어ㅓ어어어어어얽 으어어어어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아, 왜, 또!!!!!!!!!!!!!!!!!!!!!!!!!!!!!!!!!!!!!!!!!!!!!!!!!!!!!!!

    빨간게 왜 이리많아. 뭐야 여기!!! 이제는 저기 있는 동백꽃조차도 무서웠다.
    동백꽃은 왜 빨간색이지? 왜?????? 하필???

    난 이걸 두개째 보고 거의 멘탈이 나가서 혼비백산할 지경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도 치안이 좋다고는 한데 말이 그렇지 내가 이런 곳에서 혼자 맨날 으슥한 산 속에서 돌아다니는데
    뭐시가 안전허냐... 누가 갑자기 어디서 맘 먹고 튀나오면 내가 무사할 수가 있나.....

    갑자기 그 동안 봐왔던 미국 공포영화도 떠오르고... 일본 공포영화도 생각나고....

    솔직히 저런거 사진도 찍기 싫었는데 나중에 말하면 아무도 안 믿을까봐
    대강 카메라 들고 고개는 다른 데로 돌리고 흐어어엉;;;; 하면서 겨우 찍은 사진이다.

    내가 살면서 제일 무섭게 본 영화가
    중딩때 비디오천국에서 빌린 친구집에서 불 끄고 봤던 블레어 위치라는 영화인데...

    나는 그걸 성인이 될 때까지 진짜라고 생각했었다.
    그 때 느낀 극한의 공포가 이 때와 비벼볼만 하다.

    그렇게 허겁지겁 벗어날 길을 찾다 보게 된 사다리.

    오오 그래 이거다. 게임이나 영화 보면 꼭 위험한 순간 벗어나게 해주는 사다리가 있었지!!!
    이제 저 징그러운 건 안 봐도 되겠다 ㅠㅠㅠ 하면서 올라갔으나..

    ...?????

    이게 끝이었다.

    그냥 온 사방이 다 우거진 나무로 둘러싸인 길 조차도 없는 이상한 공간....

    야, 여긴 아니다. 뭔가 내가 이상하게 왔나보다. 큰일났다.
    하고 생각을 재빨리 정리한 후...
    다시 내려가기엔 아직 쫄려서 앉아서 숨을 좀 고르고 다시 내려가기로 했다.

    ㅅㅣ이-발... 시발.. 시발.........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이 것 뿐이었다.

    그리고 나를 식겁하게 했던 그 님아 이 곳을 건너지 마오. 하는 요상한 개울도 건너고,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두 개의 요상망측한 제단..... 그것도 다시 보고....

    탈출!!!!!!!!!!!!!!!!!!!!!!!!!!!!!!!!!!!!!!!!!!!!!!!!!!!!!!!!!!

    나와서 보니 내가 그 응? 저거 일로 가는건가보당. 하고 내려갔던 그 입구서부터 잘못된 길이었다.

    올레길은 그 반대쪽을 가라고 저렇게나 알려주고 있었는데
    왜 나는 저 던젼을 들어갔나.......

    덕분에 장기 다 털리고 제물되는 줄 알았던 극한의 공포를 체험했다.

    그리고 다시 바다가 보이는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젠 저렇게 우거진 곳으로 안내하는 걸 보면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사실 제주도는 올레길 이전에 두세번 왔었는데, 그 때마다 사실은 관광지나 편한 길로만 잘 다녔었다.
    이렇게 구석구석 걸어본 적이 없었지.

    그래서 올레길을 계획하며 생각했던 것이,
    '정말 제주도스러운, 열대우림같이 빽빽한 나무들도 보고 싶고 정말 시골 같은 낯설은 이 지역만의 독특한 풍경을 보고 싶다.'

    이거였는데 이미 충분히 만족했다.

    나름 소원성취는 분에 넘치게 했는데 나중에는 '아니에요... 이제 그만.... 많이 봤습니다. 제발.... 죄송합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곳도 가서는 안 될 곳인가 보다.
    표식이 온 몸으로 막아주고 있네.

    축축하고 질척하고 좁은 길.

    도중에 만난 동글동글하게 까만 돌이 많던 곳에서 또 사진찍으며
    셀프 정신 치유.

    나는 그 던젼 같은 길을 제일 좋아하지 않지만 그 다음이 바로 이런
    돌밭길을 꺼려한다.

    비록 표식이 저 험난한 곳으로 있지만 꼭 저 가까이에 걷지 않아도 되니
    꼭 붙어서 가지말고 보이는 곳으로 좀 떨어져서 걸어도 된다.

    굳이 아득바득 저거 있는데로 걷겠다고 돌 오르다가 자빠진 사람이 바로 나 ^^

    오? 여기는 또 뭐냐. 뭔 풀들이 많이 쌓여있지?

    인터스텔라를 생각하며 또 촬영.

    도중에 한 때 뜨거운 감자였던 강정마을도 지나게 되고..
    확실히 그냥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가 아니라 어직도 여전히 싸우고 있는 마을의 느낌이 강했다.

    이런 걸 은근 많이 보는데.... 대중탕이라고는 하더만... 지금도 쓰나?
    다니면서 본 이런 대중탕은 가 비어서 없던데. 한 6-70년대 과거의 유산인 건가.

    그리고 제주도에서 최영 장군의 흔적을 만났다.

    빨간 공중전화 부스... 나를 따뜻하고 안락한 곳으로 안내해 줘 ㅠㅠㅠㅠ

    가면 쓴 것 같은 멍멍이. 기여어....

    이 날은 평소와 다르게 꼭 완주해야지!!! 끝까지 꼭 가야해! 라는 마음을 버리고
    뭐 힘들면 쉬고 쉬다 늦어지면 어쩔 수 없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머... 해 지면 버스타고 돌아가던가 하면 되잖아.

    라는 생각으로 그냥 꼴리는대로 다녔는데 제법 괜찮았다.
    마음에 조바심이 없어지고 강박증이 사라지니 확실히 편했다.
    그렇다고 힘이 덜 든다거나 다리가 덜 아픈건 아니고ㅋㅋㅋㅋㅋ

    완주하고 숙소로 가려니 버스시간이 또 30분이나 남았었는데
    다행스럽게 정류장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어서 후닥닥 뜨끈한 라면 먹었다.

    이 날 가장 잘 했던 일이 바로 이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저녁 먹은거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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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 지출

    편의점 밥 : 3,500
    돌아올 때 과자, 라면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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