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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906 3일차 팜플로나까지.
    #Road to Russia/ㄴ산티아고 일지 2018. 9. 7. 06:54

    어제 수리비 공립 알베르게 2층침대에서 팔을 바깥쪽으로 뻗고 2일차 일지를 쓰고 있었는데
    졸면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마치 시험기간에 공부한답시고 책상에 앉아서 의식을 잃고 자다가
    쎄-한 느낌에 흐억! 하고 일어나던 그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다행히 파다닥 거리며 잠에서 깬 덕분에 6번방에 곤히 잠을 자던 11명을 깨우지 않았다.

    수리비 공립 알베가 혼파망인 이유는 일단 통제가 되지 않고 몇시 이후 조용히 하고 언제까지 나가라는 것 외에 규칙이 따로 없다.
    그리고 자는 곳, 주방, 샤워실 등 건물이 따로라 공간이 넓게 퍼져있고 중앙에 마당과 테이블이 있는데 거기서 술파티가 열리기 딱 좋다.
    그런 장소를 보고 어찌 젊은 청년들이 그냥 넘어가겠나...
    술마시고 왁자지껄의 수준을 넘어선 행동들을 보니 저런 힘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동안 3달 반 호스텔을 전전하며 어딜가도 공용 공간이나 주방을 개판치는 사람은 있구나 하고 달관했다고 생각한 나를 반성했다.

    여기는 음식을 만들고 집기를 씻지 않는 사람과 그 후 먹고 그릇을 싱크 위에 쌓아두기만 하는 사람,
    심지어 아침에 다들 일찍 출발하기 전 다같이 10여명이 빵과 이것저것 식사를 한탕하며 늘어놓은 개난장판을 나몰라라 하고 몸만 빠져나가더라. 어쩌면 하나같은지 어디서 배웠나 싶을 정도였다.
    그들에게는 서로에게만 잘보이고 이성에게 호감을 얻는 것만 머리에 들은 것일까? 책임감과 배려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자기들끼리는 멋진 사람, 예쁘고 개념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할텐데 오로지 그런 것만 머릿속이 가득찬 걸까.

    마지막에 다 내버려두고 가던 사람에게 너무나도 궁금해서 왜 치우지 않냐며 묻고 싶었지만 저거 다 내 거 아닌데? 라는 대답을 듣지 싶어서 말을 걸지 않았다.

    아무튼 오늘은 길을 걷기 전, 바르셀로나에서 생장으로 가기 위해 들러서 하루를 머무른 팜플로나를 걸어서 돌아오기로 했다.

    그동안 스틱과 등산모자가 없어 불편하기도 했고 여행중 체코에서 산 심카드 기간이 다 되어가서 새로 몇개 더 마련할 계획도 세웠었다.

    그래서 일찍 나가서 일찍 도착하려 했는데 8시 반쯤 알베에서 제일 늦게 나와서는 팜플로나 알베에 4시반? 5시쯤 도착했다.
    8시간 이상을 걸은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번 코스는 전체적으로 보면 꽤나 평이하고 쉬운 난이도인데다 20키로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5시간에도 도착한다던데 왜 나는 늘 이렇게 느린거지ㅠㅠ

    오늘도 힘들게 왔지만 전체적으로 되짚어보면 갈만한 정도였던거 같다.
    근데 늘 걸을때는 와 나 이러다 죽나? 오늘 끝까지 가는 게 가능하기는 한가? 라는 생각뿐이다.

    어깨 엉덩이 종아리 허벅지 발바닥 발가락 넘모 아푸다.. 진짜....

    팜플로나 도착해서 짐풀고서는 바로 데카트론과 보다폰을 다녀왔다.

    가서 등산모자와 스틱을 샀는데 확실히 여기서 순례길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관련 용품이 많이 품절됐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본 것에 비하면 모자, 스틱, 침낭, 우의 등이 선택지가 많이 없었다.
    그러므로 대도시에서 미리 사는 것을 추천...

    내일은 그동안 내가 느린 건 짐을 다 짊어진데다 스틱이 없어서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스틱과 함께니 경과를 지켜봐야겠다.

    지금은 요란하게 코를 고는 2명이 거진 30명 이상이 자는 이 곳을 지배하고 있어 겸사 일지를 오래썼는데...
    지금 자도 6시간 반 밖에 못 자네ㅜㅜ

    내일을 위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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