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71202 라섹 두달. 초점은 아직도 미세하게 흐림.
    #소소한 팁/라섹/심봉사 일지 2017. 12. 2. 16:56



    수술하고 3주차 즈음 갑자기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보는데 기본 폰트 크기의 글자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글, 액셀의 10포인트 9포인트 글자가 너무 뿌옇고 흐릿하고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 받게끔 하거나 인상을 오만상 찌푸려야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차차 나아져서 지금은 그정도로 안 보이는 것은 아니고,
    10, 9포인트 글자가 보이긴 하는데 여전히 칼 같이 딱 떨어져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진짜 희안한게.. 내가 써놓고도

    아니, 초점이 딱 맞는 것도 아니라는데 어떻게 보인다는 거야?

    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드는데 진짜 이렇게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

    보이긴 보여. 글자가 읽혀. 그런데 뭔가 경계가 날카롭지 않고 조금씩 뭉게진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포토샵에서 원본 레이어 복사하고 투명도 한 10, 20퍼 주고서 레이어를 1px정도 움직여 겹쳐 놓은 그런 느낌?
    그래. 딱 이런 느낌이구만.


    아. 그리고 눈부심은...

    얼마전에 뭐 공연을 보러갔는데 관객석으로 쏘는 조명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진짜 맞은편에서 내 눈을 지져버릴 듯이 정면에서 쏘아대는 차 헤드라이트를 보는게 아니면 괜찮은데,
    공연에서 그것보다 강한 조명이 나를 향해 비추는데 진짜 이 눈부심은 아프다! 이런 게 아니다.

    엌 시발!!!!!

    하고 뭔가 나도 모르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양 식겁하고 고개를 돌리게 된다.
    왜지; 아직 강한 빛을 받으면 안된다는 나의 강한 일념이 아직도 강하게 작용하는건가.

    그럼에도 그냥 그렇게 강한 빛을 보면 눈이 시큰해진다. 눈이 바짝 말라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있고. (이건 착각일 수도 있음.)


    여차저차 지금 수술한지 두 달이 되었지만 가장 큰 변화로는
    길 다니는데 횡단보도 건너편의 사람 얼굴이 잘 보이고 길 다니면서도 저 멀리 사람들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는 거?
    동생이랑 같이 집 왔는데 동생 안경에 김이 서린거 보고 아. 맞다 나 수술했구나. 다시금 깨닫게 된다는 거.
    씻을 때 바로 세수를 시원하게 파바박, 일어나서 늦었는데 안경 못찾아서 가족 하나 깨워 찾아달라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런 사소한 일이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 있으면 -도 있는 법.

    외출했을 때 가방이나 주머니에 인공눈물 여분이 없으면 급 초조해지고 빨리 집에 가서 인공눈물 넣을 생각만 하게 됨;
    특히나 아직도 회색 뚜껑의 플루메토론을 하루 4번씩 점안하는데 그거 못 넣으면 진짜 너무 걱정된다.

    벌써 다음주인가 다담주에는 수술 후 병원에 세번째로 검진받으러 가는 날인데
    또 초점 흐린거 말하면 회복 과정이라 두고보라고 하겠지 엉엉 ㅠ
    몸 어디가 성해서 진료 받으면서아프다고 이거 괜찮은거 맞냐고 했을 때 의사가 태연하게 원래 그렇다고, 며칠 두고보자고 하면 속으로 '이 아저씨 내가 얼마나 아픈지 모르고 저렇게 말하는거 아니야?; 난 진짜 잘못된거 같은데...' 했던 그 감정과 비슷하다.

    내 초점이 또렷해지면 성대하게 글을 쓰리라..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