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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0930 라섹 수술 후기. 라섹빔에 맞은 나즈귤.
    #소소한 팁/라섹/심봉사 일지 2017. 10. 16. 11:26

     

    2017. 09.30 수술 당일.

    수술 이틀 전부터 개 쫄리기 시작하고 아, 그냥 취소할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동네방네 다 소문내서 하기로 했다.
    이래서 다이어트나 결심한 게 있으면 주변에 알리라는건가.

    동생이랑 가기로 했는데 둘 다 밥 못 먹음. 난 밀린 빨래 돌리고 옥상에 널며 이 햇빛 또 언제 받으려나 싶은 짧은 감상을 했다.
    이때만큼은 평생을 토굴에서 살다 처음 해를 쬐듯이 남모를 감정을 느낌.. 해는 참 소중한 것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1시간의 여정에서 동생은 투덜거리고 자꾸 취소하라는 둥 돌려깠지만 따라와준걸 보면 걱정되고 불안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도착해서는 바로 결제하고 시력검사 하더니 거의 한시간은 기다린 듯?
    그 사이에 수설 계약서와 수술시 주의사항을 말해주는데 개 빠르고 무미건조하게 말해서 아, 이분들 요새 개 힘든가보다. 싶었다.
    약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건 언제 넣고 이거랑 이건 시간차 두고 넣고 하는데 뭐라는건지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수술할 때 초록색, 빨간색 불빛 계속 보라는 말만 생각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걱정이 되서인지 뒤늦게 부모님까지 오고, 동생과 어머니는 내가 수술 주의사항을 들으러 간 사이 어딘가 가서 기다리다 지쳐 잠시 눈 붙이고 있는 아부지께 가방을을 맡기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수술실은 넓고, 또 생각보다 보건소에서 고양이 중성화 시키는 사진처럼 수술실이 공장처럼 연달아 있지않아 조금 안심됐다.

    들어서자마자 있는 빨간색 버튼이 달린 소파에 앉으래서 있었더니 다시 초록색 불 얘기 해주면서 수술용 모자 씌우고 틈에 테잎 발라주고 눈에 안약을 넣어주고선 빨간약 요오드를 치덕치덕 얼굴에 발라줬다. 얼굴 보면 개 웃기게 생겼겠다. 생각만 했다.

    그렇게 대기하는데 내 옆에 스마일 한다는 남자가 대기하고 수술 끝난 젊은 여자가 오기도 했다. 생년월일 확인하는데 음, 확실히 내가 나이가 많은 편이구나 다시 실감했다. 93년생, 95년생 이렇던데.. 부럽다.

    왼쪽 의자에 달린 빨간 호출벨을 떠올리며 콧잔등이 가려운데 긁어달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겠지. 라는 생각을 두 세번 했을 무렵 수술 가겠다는 말에 눈을 번쩍 떴다.

    일어났는데 간호사? 언니가 높은 선반 위에 있던 갈색 털이 곱슬거리는 곰 인형 두 개 중에 작은걸 두 손으로 소중히 들어 내 품에 안겨주고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수술을 앞 둔 사람은 간호사 눈에 어린아이로 보이나보다...


    한 손엔 곰을 잡고 누군가에게 이끌려 도착한 수술실을 맨 눈으로 살펴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수술실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눕고, 이불 덮어주고, 눈에 뭘 끼우는 느낌이 났다. 이게 그 눈을 벌려주는 기구인가. 지금 위에서 날 보면 개 웃기게 생겼겠지. 생각했다. 치과에서 쓰는 개구기처럼 불편할 것 같았는데 그다지 끼운 느낌도 나지 않고 눈 깜빡여도 깜빡여진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그냥 눈꺼풀 위만 움찔거렸겠지만.
    그리고 애벌레처럼 덮인 이불 아래에서 꿈틀거리며 곰은 한 쪽 옆구리에 끼워 안았더니 수술하는 원장쌤이 왔다. 대기시간 1분도 안됐던 듯;;

    사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긴장 잔뜩했다가 오히려 수술하려고 누우니 정신이 몽롱해져서 아 조금 지친다.. 하면서 정신이 축 늘어졌다. 
     그러다 '초록불 봐주시고 움직이지 마세요' 이 말에 정신 또렷하게 차리고 불을 보는데 뭔가 징징징징징 하는 소리가 나더니 작은 점으로 보이던 초록 불빛이 퍼진 그냥 초록색 덩어리로, 색으로만 보이게 됐다.

     

    불빛 보라더니 눈이 흐릿해져서 정확히 봐야할게 사라지니까 어딜 봐야할지도 모르겠고 흐어어? 시바? 어쩌지??? 어딜 봐야되는겨!! 하는데
    뭔가 치과에서 많이 본 듯한 기구가 흐릿하게 형태로 보이더니 '눈이 좀 눌리는 느낌 날거에요~' 라는 말이 들렸다.
    아. 이게 브러쉬인가? 하려는 찰나 뭔가가 눈을 꾸욱 누르고 갉갉갉하면서 부에에에엙- 부에에에엙- 하면서 내 눈을 갉아내더니 끝이 뭉툭해보이는 것으로 눈을 슥슥 닦았다.  

    말이야 쉽지, 불가항력인 상태에서 인간 본능인 보호의 의지를 표할 수 없음은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다.
    눈에 뭔가가 날아오거나 위협이 가해지면 엌! 하면서 눈을 감고 움츠리고 피하게 되는게 생체 시스템인데 그걸 강제로 경험하게 되고, 최소한의 보호의 몸짓을 해서는 안된다.
    전에 위 내시경을 수면으로 하지 않고 쌩으로 해서 에일리언 꼬리같이 길고 질긴걸 목구멍으로 억지로 꾸역꾸역 삼킬때 그 때의 경험이 다시 생각났다.
    내시경은 그냥 불쾌한데 눈을 지져대는 것은 극한의 공포였다. 심지어 잘 보이진 않는데 흐릿한 상태로 눈에 가해지는 위협을 그대로 느낀다는 게.... 아....

    그렇게 브러쉬로 눈을 깎아내고 나니 레이저가 지졌을때는 그냥 뿌옇게 보이던 상에서 무슨 패턴이 생긴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릴때 현관문에 있던 우둘투둘한 유리를 통해 바깥을 보면 그 모양대로 보이듯 그렇게 보였다.

    여기서 다시 흐어어어어어억... 미친... 뭐야 이거?? 싶은데
    물을 뿌리겠다고 하면서 눈에 뭐가 꿀럭꿀럭콸콸콸 흐르는데 수상 조난 영화에서 보던 세상이 물방울 모양으로, 물의 흐름대로 왜곡되고 변형되는 것을 또 경험했다.

    눈 위로 뭐가 흐르고 수영장에서 표면에 찰랑거리는 물결 모양대로 내 팔과 다리가 꾸물 꾸물 흔들리고 움직이는 걸 보듯이 눈이 그렇게 왜곡된다.

    아, 물 뿌리기 전에 한번 더 지졌던가? 순서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 때의 레이저는 처음 것과 다르게 더 날카롭고 긴 느낌으로 칭----------- 칭-------칭-----------칭--------치------------------------------잉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내 눈을 조졌다.

    그때 냄새가 나는데 누구는 오징어 냄새라더니 그냥 뭔가가 타는 불쾌한 냄새였다. 오징어 냄새라고 한 사람들 제대로 오징어 못 먹어본 것이 분명하다.
    굳이 뭐랑 비슷하냐고 한다면 엄마가 빨간 양념이 진득한 요리를 했다가 밑바닥이 검은 석탄이 될 정도로 태웠을 때의 그 냄새와 비슷했다.

    이렇게 오른쪽을 먼저 끝내고 왼쪽할 때 잘해야지. 했는데 머리 위에 달린 기계가 둥그런 모양에 주변부는 다 흰색의 길고 큰 조명이고 그 사이에 작게 초록불이 있는 모양인데 그 불빛은 누우면 그냥 편안하게 볼 수 있는게 아니라 눈을 위로 까 뒤집어야만 볼 수 있어서 자꾸 주변의 다른 흰 조명을 보게됐다.

    ->이렇게 ㄴㄴ
     ->이렇게 됨ㅇㅇ

     

    동공지진을 말 그대로 경험했는데 그냥 초록불 똑바로 보라하지 말고 눈 풀고 멍타면서 보라고 하는 것이 더 편하지 않나 싶었다.

    왼쪽 시력이 더 병신이라 지지는 시간과 브러쉬로 깎는 시간이 더 길다는 느낌이었고 아, 이제 불빛 잘 바야지. 했을땐 이미 지질 눈이 천진반이라면 모를까, 더이상 나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익숙해질만 하니까 눈이 두개인 관계로 더 이상 잘 할 수가 없었어...

    수술이 다 끝났다며 기계{가 위잉 하면서 내가 누운 부분이 움직이는데 갑자기 기분이 불쾌해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눈 뜨지 말라는 말은 없어서 떴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고 뭐가 보여서 눈을 찡그리며 응? 이래도 되는건가? 하고 갑자기 흐르기 시작하는 코를 훌쩍이며 수술실을 내 발로 걸어 나왔다.  
    짧은 시간동안 내 옆구리를 따스하게 채워주며 용기를 주었던 작지만 잇지못할 테디베어도 안녕...ㅠ

    잠시 수술 전 대기했던 의자에 되돌아와 있으니 수술 확인하자해서 기계에 얼굴 얹고 있으니 '수술 잘 됐고요~' 하는데 '내가 눈을 그렇게 여기저기 굴렸는데 구라아냐?' 라는 생각을 했다.
    하긴 잘 안됐는데 잘 안됐다고 말 하겠냐.

    암튼 그렇게 수술 끝내고 병원 로비에 나란히 앉은 익숙한 얼굴의 세 명을 보니 어떻게 보면 별 수술도 아닌데 이렇게 와줘서 고맙기도 하고 조금 감동. 왠지 그 때는 안아프지만 아프다고 엄살이라도 피워야하나 싶었다.

    이러고 집에 가는데 눈이 개 푹푹 쑤셔서 정말 아플때만 넣으라는 진통제를 넣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안약을 넣어본 경험도 없는 상태로 하려니 안약은 잘 들어가지도 않고... 해는 비춰서 고개를 들고 눈을 까뒤집으니 눈이 부시고...
    안약은 눈 옆으로 볼 옆으로 흘러내리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으어어어어어어어엉 ㅠㅠ 왜 안돼 ㅠㅠ 아 눈 부셔..ㅠㅠ 하면서 병자처럼 행동했다.

    집에 와서는 아침부터 굶어서 밥을 먹고 잤다.
    할게 없어서 심심하니까 유튜브에서 음악이라도 틀려고 했는데 폰 잠깐 봤더니 눈이 찢어지는줄 알았다...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흐르면 흐릿해지기 마련이라 최대한 구구절절 기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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