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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529 하바롭스크에서 이르쿠츠크로 1일차, 57시간 열차 탑승.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8. 11. 9. 18:01

     

    - 제대로 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경험해보자.

     

    전날 열차 탈 일을 생각하며 블라디보스톡에서 하바롭스크로 올 때처럼 당연히 저녁기차겠거니 ㅎㅎ 하고 마음 놓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나서 확인을 해보니

    아침 8시 10분?

    ㅁㅊㄷ, ㅁㅊㅇ..
    그때부터 엄청나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침에 잘 일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2일 9시간을 기차 안에만 있어야하는데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불안이 두배!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더 살떨렸다.

    그리고 나는 5시에 맞춰놓은 알람을 끄고 자다가 꿈을 꿨는데 강가에 있는 큰 다리 아래 어둡고 습한 곳에 어린 아이들이 잔뜩 있었다.
    아이들은 한자 팔자 모양의 두 줄로 서 있으면서도 미동조차 없었는데 어떤 한 아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그게 어떤 신호라도 되는 듯이 아이들이 다닥다닥 난간으로 달라붙더니 강 아래를 주시했다.
    따라가서 보니 사람 시체가..

    아니 이게 뭔 마이너리티 리포트야 뭐야. 하면서 크아아아아악 하고 벌떡 일어났는데 5시 4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너 안일어나면 뒤진다. 라는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 낸 꿈이었을까.

    새벽부터 굉장히 찝찝했다.

    그런데 찝찝해할 틈도 없이 씻고 짐 정리하고 전날 냉장고에 넣어뒀던 음식들도 챙기고..
    무거워서 나를 힘들게 했던 애증의 1.5리터 물을 따서 물병에 좀 옮기려고 했더니 치익-.. 소리가 남.

    탄산수였다..... ㅡㅡ

    울컥했지만 마음을 다스려 짐을 빠짐없이 싸들고 힘겹게 20분거리의 하바롭스크 기차역에 도착했다.
    이게 현지 시각 8시 10분 도착이니까 내가 며칠전에 타고 온 것도 이 노선의 같은 시각이었고 그냥 며칠 전의 여정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나처럼 이 열차에서 내려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눈이 터지게 내리쬐는 하바롭스크의 해를 맞이하겠지.


    하바롭스크 기념품. 하바롭스크에는 야생 곰, 호랑이가 산다고 한다. 물론 도심에는 없고 깊은 산 속으로 가야 볼 수 있다고 했다.

    역사 안으로 들어가서 블라디보스톡에서 했던 것처럼 열차표를 발권하려고 같은 기계를 찾아보니 없다.
    뭔가 비스무레한 게 있긴 한데 방법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장거리 표.라고 적힌 곳으로 가서 창구에 들이미니까 별말없이 탑승권으로 바꿔줬다.


    여기서 보이는 우측 빨강 회색의 ATM기 같은 기계가 철도청 예매 기계인데 여기서도 예매한 티켓 번호와 정보를 이용해 실물 티켓을 뽑을 수 있다. 여행 중반을 넘어서는 기계에서 직접 출력해서 탔다. 대신 기계마다 버전이 다른건지 방법이 다르기도 했다.

    블라디보스톡에서는 두시간 전부터 트랙 몇번에서 타야하는지 정보가 나오더니 여기서는 20여분 전에서야 떴다.
    뭐 그래도 20분 전이고, 정차는 30분이니까 널널하지 ㅎ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야.

    하바롭스크 역 끝에서 끝까지 좌,우 모든 곳을 다녀도 열차는 바로 코 앞에서 보이는데 그리 나가는 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양쪽 끝에 가보니 뭐 올라가는 계단도 있길래 여기저기 들쑤셔가며 보고 사람들에게도 세번인가 물어봤는데 뭐 올라가라고 하고 나가서 올라가서 내려오라는 제스쳐를 보이며 설명해줬다.
    그래서 역 안의 왼쪽 끝으로 올라갔다가 오른쪽 끝으로 올라갔다가 별 짓을 다했는데도 없었음.

    문득 그제 기차 친구와 함께 역을 통하지 않고 개구멍으로 스무스하게 역 앞으로 나왔던 것을 기억해내고 역 밖으로 나가 그 쪽으로 갔더니
    ?
    역 건물과는 다른 조그마한 뭔가가 있네?
    전광판에 열차 정보가 떠있고 사람들이 위로 올라가네?

    이 건물로 가야한다. ㅡㅡ

    내릴때는 자유지만 탈 때는 그 계단만으로 이루어진 유리로 된 작은 건물을 이용해서 가야한다.

    왜 이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가.
    다들 직감으로 알아서 잘 하는데 나만 길치라서 몰랐던건가.

    ※ 아무튼 하바롭스크 역 안은 열차표를 바꿀 수만 있다고 생각하고 트랙 번호를 확인하는 즉시 역을 정면으로 바라봤을때 좌측의 택시가 많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시오. 유리로 된 동떨어진 건물이 있는데 그 곳이 승차 홈입니다. ※

    그리고 헐레벌떡 열차를 타러 갔더니만
    왜 내가 있는 곳은 5번칸이냐!!! 내 표는 15번칸인데 ㅂㄷㅂㄷ
    한참 걷다보니 17번칸이어서 그리로 들어가서 쭉 앞으로 가면 되겠구나 싶어 갔는데 문 잠겨있음ㅋㅋㅋㅋㅋ

    설국열차인가.
    각 칸은 나뉘어져있어야 하는거야?

    그렇다고 내리자니 출발시간은 임박했고 저번에 잠깐 내렸다가 조져질뻔한 기억에 무서웠다. 갈팡질팡 못하면서 한 서너번 왔다갔다 하니까 러시아 어머니가 열차 밖까지 나와서 차장에게 말하고 도와주셨다.
    도중에 열차 안에서 인상 좋아보이는 도시락에 스프 뿌리면서 먹을 생각에 설렌 표정의 아저씨에게도 말을 걸었는데.. 미안했다. 아저씨 맛있게 식사 하셨으려나.
    러시아 어머니는 나를 도와주며 미소 한번 보여주지 않았지만 정말 성심성의껏  도와주셨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마음같아서는 건너가서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데 이 설국열차가 칸마다 출입구를 막아버려서...ㅠㅠ 흙.

    그리고 나는 드디어 제대로 내 자리를 찾아왔다..
    전에 탄 열차는 아래가 뚫려서 가방을 쉽게 바닥에서 슥 밀어 넣고 빼고가 가능했는데 이건 뭐 함처럼 되어있다. 삼겹살 집 가면 원통 의자 뚜껑을 열고 닫야 안의 짐을 꺼낼 수 있는 것과 같은 구조다.
    고로 시트를 위로 올리지 않으면 내 가방은 구경도 모태.
    위에 누워만 있으면 보안 하나는 오지는데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 아무래도 불편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개인적으로 러시아에서 다른 유럽처럼 동양인을 깔본다거나 얕보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입 다물고 있으면 모스크바나 상트 같은 대도시에선 그렇게 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이집트나 남미 같이 눈에 더 띄는 낯선 모습의 사람들이 더 눈길을 끌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러시아 소수민족도 있고 중국, 몽골과 가까워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 누가봐도 '저 외국인입니다' 라는 티가 나면 대강 이정도로 나를 쳐다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층에 누워서 본 2층.
    천장에 보이는 것이 윗층 사람들이 누운 침대고 그 더 위는 2층 사람들이 짐을 넣는 공간이다. 짐 내리고 넣는게 정말 힘들어 보였다..


    절대 타지 말아야 할 통로쪽 좌석이다. 일반 좌석은 앉는 자리가 계속 있고 테이블이 고정되어서 눕고 일어나고가 편한테 이 자리는 테이블을 접고 연결시켜야 침대가 된다..
    심지어 길이가 다른 자리에 비해 더 짧다. 그래서 예매가 늦거나, 혹은 가격이 저렴해서 선택하게 되는 자리..


    신라면은 진짜 레어템이고 보통은 이 라면이랑 도시락 둘 중 하나를 구해다 먹었다.. 근데 이건 진짜 뭘 먹어도 짜고 매운 맛이 없어서 싫은데도 억지로 꾸역꾸역 먹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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