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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526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첫 탑승.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8. 11. 5. 23:26

     

    - 블라디보스톡이여, 잘 있거라.

     

    이날은 처음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라고 불리는노선을 타는 날이어서 눈 뜨면서부터 걱정이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10시 넘어 일어나 12시쯤 체크아웃을 하는 나태함은 무엇? ㅎ

    나가면서 제발 그렇게 해준다고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이따 7시에 기차탈건데 가방이 너무 무거우니 맡아주면 안되겠냐고 물어봤다.
    흔쾌히 그러라고 해서 고마운 나머지 또 기념품 쾌척. 이렇게 막 뿌리고 다녀서 나중에는 기념품이 모자랐다..ㅋㅋ

    그리고 나는 또 해양공원으로 가서 가이드북 더 읽어보고 전날 샀던 빵 중에 아직 못 먹었던 것과 쿠키를 또 먹었다.
    이것들을 언제 다 털어낼 수 있을까 싶었다.

    대강 그렇게 끼니를 떼우고 시간이 많이 남는데 뭘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전날 등대를 선택하느라 못갔던 빠크롭스키 성당을 가보기로 했다.

    가이드북에서는 버스타라고 하던데 걸어갈법했던 중앙광장에서도 20분인가 걸린다길래 그냥 열심히 걸었다.

    내가 예전부터 생각했던 전형적인 러시아 아저씨의 얼굴

    지하도에서 내가 그렇게 먹고 싶었던 딸기와 체리를 팔고있었지만 분명 다 먹지 못할것이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참았다. 차피 바로 다 먹지 못하면 짐이 될 거니까..


    멀리서부터 보이는 성당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번쩍이고 신기하고 이야 역시 러시아다 싶은 정도였다. 예쁘다 멋지다보다 신기하다. 이런 기분? 전날에도 성당을 몇 보긴했지만 확실히 규모도 더 크고 색상도 독특해서 느낌이 달랐다.

    도착해서는 차마 비신도인 내가 들어가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밖만 빙빙 돌았다.

    그러다 예의만 어긋나지 않게 잘 지키면 될거야. 하고 용기를 내서 들어가보니어떤 나무의 이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닥에 빈틈이 없을정도로 그것들이 곡하게 쌓여있었다. 왠지모르게 그 풀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머리를 개운하게 해주는 기분이었다. 정화되는 느낌?

    그리고 내부 구조가 기존의 성당에서 흔히 보던 형태가 아니고 성화의 양식도 독특해서 신기했다.
    그것도 그건데 의자가 없어서 뻥 뚫린 것 같은 내부와 단 위에 황금색으로 번쩍거리는 병풍처럼 넓게 펼쳐진 것(뭐라고 하는지 모름)들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주로 나이가 있는 여성들이 오는 것 같다는 생각과는 달리 젊은 청년도 와서 경건하게 다녀가는 모습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성호?를 자주 긋던데 그걸 할 줄 몰라서 뻘쭘하게 관광객의 시선으로 둘러보는 내가 너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음.

    그렇게 무난히 첫 러시아 정교회 성당 구경을 마치고 나온 그 때  갑자기 중년의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도착했다.

    성당의 입구를 막다시피해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더니만 어떤 아저씨가 나를 따르라!! 하고 소리를 버럭 질렀는데 신자? 어머니가 질색하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보였다.

    성당을 나서서는 오늘은 꼭 카페를 가봐야지. 라는 다짐으로 주변을 미어캣처럼 열심히 살피며 다녔다.

    카페에 들어가서 뭘 시켜야하나 고민하다 그나마 읽을 수 있는 글자 조합으로 되어있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밀크?하길래 다.라고 했더니 우유가 함께 나왔다.
    부어서 마셔봤는데 아메리카노 맛이 원래 이랬던가.. 내가 마셔본 아메리카노 중에서 가장 연했다. 하지만 커피 우유와는 다른 맛이었다.

    여기서 두시간은 버티려다 한시간 조금 넘으니까 직원이 그릇 치워준다고 가져가버려서 한시간 반쯤 있다가 나왔다.
    나가라는 신호였는지, 그냥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었는지는 모르겠음ㅋ

     

    - 긴장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첫 탑승.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서는 다시 숙소로 이동해 맡겨둔 짐을 찾고 두시간? 정도 남겨두고 역에 도착했다.

    사진으로 많이 봐왔던 지붕에 크게 블라디보스톡이라고 적인 건물과 조금 떨어진 곳에 RDZ라고 적힌 건물이 있어서 고민했는데 그냥 다른 사람들 여행기에서 많이 봤던 첫번째 건물로 들어갔다.

    문들 들어서자마자 공항처럼 보안검색을 하고 안에 들어섰더니 생각보다 너무 조용하고 한적해서 놀랐다.

    나는 출국 전에 이티켓을 출력해왔지만 다들 바꾼다는 실물의 티켓으로 발급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 기계가 마침 옆에 있어서 먼저 발급받고 가려는 러시아 어머니 붙잡고 도움을 받아 발급함ㅋ

    그런데 말입니다. 이 별 쓸데없어 보이는 행동이 두시간 후 큰 도움이 되었지 말입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실물 티켓으로 바꾸면 아랫쪽에 금박이 붙여진 유형이고 대부분의 다른 역에서는 윗쪽 유형의 티켓이다. 개인적으로 블라디보스톡에서 뽑은 것이 예쁘니 이후 여정도 예매를 했다면 여기서 뽑는 것이 좋을지도?

    티켓에서 표 모양의 박스 바로 아래에 열차번호/모스크바 기준 출발 시각/ 열차칸/ 가격정보?가 표시되고 그 아래로
    예매 구간
    좌석번호
    개인정보 (RZD 회원번호/이름/생년월일/국적/성별)가 있다.

    아래의 블라디보스톡 표를 기준으로 하면
    001 열차/ 26일 5월 12시 10분 출발/ 13번 칸
    블라디보스톡->하바롭스크
    13번 좌석
    개인정보 이렇게 보면 된다. 볼 때마다 왜 열차 칸과 좌석번호를 더 알아보기 쉽게 하지 않는지 답답했음..

    모스크바까지 9288KM의 근성열차.

    대부분 큰 기차역의 경우 아래에 지하도로 플랫폼을 찾아서 이동하는데 이렇게 육교형식으로 되어 이동해야하는 곳도 많았다.

    흰색에 금색으로 글자를 해놓았는데 그마저도 지워져서 도통 보이질 않지만 좌측에서부터 블라디보스톡, 하바롭스크, 치타, 이르쿠츠크, 크라스노야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첼랴빈스크, 모스크바가 표시되어 있다.

    분명히 역 안의 전광판에서 내가 타야하는 모스크바행 12시 10분 001번 열차 옆에 4라는 숫자가 적혀있고 나와서도 확인하고 4번 플래폼으로 가서 한시간을 기다렸는데..

    그곳에는 7, 15가 적혀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뭔가 이상한 기분뿐...

    정신차려보니 그건 플래폼 번호가 아니라 트랙번호였다.

    내 열차는 4번 '트랙'에서 타면 되는 것이고, 4번 '플랫폼'엔 7번, 15번 트랙이 있는 것이었다. 나처럼 이런 실수는 하지말고 플랫폼에 갔을 때 달려있는 전광판에 타려는 열차의 노선정보가 뜨는지 확인하고 기다리세요. 초장부터 조져질뻔...

    허겁지겁 다시 찾아온 애증의 4번 트랙...


    나노 팁이지만 열차 시간이 12시 10분이라고 되어있으면 이것은 열차가 그 역을 떠나는 시간이므로 무조건 그 전에 미리 도착해야 한다. 경험한 바로는 시간되면 문 닫아버리고 가차없이 출발해버려서 잠시 방심한 사이 제 때 내리지 못하거나 타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정시에 문 닫으면 다행이지, 그 전에 닫기도 하더라......

    트랙을 찾느라 한바탕 힘을 빼고나니 열차가 20여분? 전에 도착했다.

    나는 차장 어머니에게 두근거리는 마음 애써 부여잡고 준비한 여권과 이티켓 출력한 것을 함께 보여줬는데 이걸로는 탈 수 없다면서 역 안쪽을 가리키며 뭐라뭐라 열정적으로 말하셨다. 이티켓을 보여주면서 노? 이티켓 노? 하니까 안된다고만 하고... 다시 아니 분명 다들 이티켓출력한 것만으로도 된다고 했는데 왜?

    뜻밖의 일에 머리가 쪼개질 것만 같고 역에 다녀오면 이 열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아 쉽사리 뒤를 돌아 역 안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까 겸사겸사 뽑았던 티켓 실물을 보여주니 그제서야 흔쾌히 들여보내줬다;

    뭔데....

    그런데 그 과정에서 차장 어머니 옆에 뭔 닥터 스프레인지의 웡 같은 중국인이 그 옆에서 막 말걸면서 한궈? 한궈런? 한국? 이러면서 캔유스핔 잉글리쉬? 하더니만 처음에는 직원인가? 했는데 러시아어도 모르고 영어로 차장 어머니랑 대화하는데 그것도 유창하지를 않았다.
    그냥 도와주려고 하나보다. 하고 놔뒀는데 뭔 직원 같아보이지도 않는데 아는 체하면서 내 여권을 여기저기 까뒤집고 사진보고 얼굴보고 이름도 불러보고 별 이상한 짓을 다 했다.. 몹시 기분이 나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출발했을 때에는 내가 탄 칸에 20명이 있다면 10명은 한국인일 정도로 이거 사실 무궁화호인거 아닌가.. 했더니만 곧 우수리스크에서 한국인은 나 빼고 다 내리고 다 러시아사람들로 가득찼다. 같이 가 ㅠㅠ 왜 다 먼저 내려...ㅜㅜ

    나는 이날 일기를 윗칸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찌릉내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동양인 외모의 러시아인이 풍기는 체취를 맡으며 적었는데 정말 그건 뭐라고 형언할 수가 없었다. 수산시장에서 매일 뒹굴고 1년동안 빨지 않은 옷을 입고 거기다 담배 냄새, 술 냄새, 땀 냄새가 다 버무러진 냄새라고 해야할까.

    진짜 사람에게 어떻게 저런 냄새가 나지. 싶은.... 한마디로 그냥 역했다.

    반찬이나 음식냄새도 아니고 사람의 악취가 거리가 있는 곳에서도 만화처럼 악취가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움직히는 것처럼 나에게 뿜어져 올 수 있다는 걸 이 떄 처음 알게 되었다.

    아 그리고 우수리스크에서 15분 정차라길래 5분쯤 있다가 밖으로 내려갔었는데 한 3분 지났으려나 갑자기 열차가 계단을 접어버렸다..!?!?!

    왜! 15분이라며!! 하면서 잠깐 기다려봤는데 좌우를 살펴보니 이미 탈 사람은 다 타고 어느덧 어둠이 짙게 깔린 플랫폼에는 사람도, 차장도 없어졌었다.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다.
    계단도 다시 내려오지 않을 것 같았고, 열차가 떠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순간 라이언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사루가 형과 함께 갔던 기차역에서 자다깼는데 아무도 없는 기차역 플랫폼에서 홀로 형을 애타게 부르는 장면이 머리 속을 번뜩 뚫고 지나갔다.
    와 이러다 나 진짜 미아처럼 덩그러니 남겨지겠구나. 진짜 조졌다. 인생 망했다. 내 짐은? 나는? 어떻게하지? 혼파망이었는데

    다시 못타서 망하느니 망신당하는게 낫지. 하고 허리춤까지 올라온 계단 없는 출입구에 매달려서 겨우 다시 타는데 성공했다. 계단 없는 기차가 이렇게도 높았던가..

    그러고 헉헉거리는데 어디선가 차장이 나타나길래 나오면서 챙겨둔 표를 보여줬더니 막 머라머라 하긴하던데 들여보내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내 자리 찾아가는데 뭔 출발시간 5분남았는데 출입문도 닫아버리더라.
    그대로 있었으면 진짜 국제미아될 뻔했다.

    앞으로는 그냥 아무리 답답해도 나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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