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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4 5개월 여행의 시작, 블라디보스톡 도착.#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8. 11. 2. 01:16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
그래서 여행하면서 하루하루 짧게나마 실시간으로 일기형식으로 기록을 남기려했지만 6월 8일 크라스노야르스크를 마지막으로 엎어졌다.아 그거 뭐 얼마나 걸린다고 못 쓰냐! 라고 생각하겠지만...
뭔가 쓰려고 하면 이것저것 다 적어야 할 것만 같고 그렇다보니 부담스러웠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쉬고만 싶고, 당장 내일 일정도 짜야하고 자꾸만 가장 급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처음엔 아, 뭐 내일 쓰지! 했던 게 일주일이 쌓이고... 그러면 이미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아, 몰라. 나중에 사진 보면 생각나겠지 뭐! 하고선 포기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지금 여행을 마치고 마무리 하는 겸 여행기를 올리겠지만
기록이 남아있는 부분은 그 것을 참고로 해 다듬거나 추가할 것만 살짝 변경해서 쓸 예정이다.어쨌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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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비행기로 블라디보스톡을 간다.
한참 예전의 내가 꿈 꿨던 여행을 시작하러 떠난다. 어쨌거나 뒤늦게라도 그 곳을 모두 다녀온다고 하면 과거의 나는 더 열심히 살까?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잔뜩하고 마지막으로 잊은 건 없는지 짐을 몇 번이나 다시 풀었다 넣었다를 반복했다.그리고서는 새벽 늦게 잠이 들었는데 여행갈 때 즈음마다 꾸는 꿈을 또 꿨다.
내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급하게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도착해서 계속 정신없이 뛰어 게이트에 도착하면 누군가로부터 매번 이미 비행기는 떠났다는 말만 듣는 그런 꿈.그러면 정말 가슴 깊은 곳에서 차갑게 식어오는 느낌과 함께 누군가가 내 몸을 꽉 조르고 있는듯 갑갑하고 조여오는 느낌이 몸통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때 보통 흐악! 하면서 깬다. 한 두번 꾼 꿈이 아니다.24일에도 나는 이 꿈을 꾸고 깼다.
깨자마자 급히 베개 옆의 핸드폰을 더듬거리며 찾아 시계를 확인하고 바로 누워 몇 분 정도 다행이다. 꿈이라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다 몸을 일으켰다.공항에 도착해서 그 동안 예매해둔 티켓을 인쇄하려고 공항을 헤집고 다니다 탑승 게이트에 오라는 시간에서 한 시간을 남겨두고 출국 심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탑승 게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굉장히 마음을 졸였는데 막상 비행기는 연착되었었다..ㅂㄷ...
S7항공이 러시아 항공이라 승무원이 불친절하네, 덜 예쁘네 하는 평이 있던데 친절하고 예쁘고 잘생겼었다.
기내식은 샌드위치.. 그래도 주스만 마실 수 있을줄 알았는데 먹을거라도 줘서 고마웠다.도착해서는 입국심사 받을때 우리는 탁 트인 곳에서 하는데 여기는 출입국심사직원이 유리로 된 겁나 튼튼해보이는 곳에 있고 위에서 심사받는 사람을 내려다보게 되어있었다.
겁나 위압적이었음.. 마치 죽어서 염라대왕을 만나 심판 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한창 뭔가 열심히 타자치더니 도장을 쾅쾅쾅 찍는 소리만 나고 여권을 쓱 내밀어줬다.
왼쪽에 줄이 짧아서 거기 서있었더니 공항관계자들을 위한 줄이어서 그거 알고 옮김 ㅠㅠ 거의 마지막에 나왔다.- 처음 접한 러시아, 그곳은 동물의 왕국.
여차저차 긴장된 상태로 짐 찾고 나왔더니 그 입국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머리 빡빡밀고 어깨 벌어지고 이마에 주름 팍 진 쎄보이는 러시아 아저씨들이 몰려들었다.
딱시-
막-시임-
아르바트?
이러는데 노. 했다가 맞을까봐 웃으면서 손 젓고 도망치려는데뭔 국제공항이 충청도 진천 시외버스 터미널만하냐?
그리고 가게도 얼마없고 사람도 없고 그냥 나오자마자 서서 주변에 스윽 훑어보면 그게 전부였다. 공항 특유의 번잡하고 바빠보이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보이질 아
그러는 와중에도 그 UFC선수같은 아저씨는 계속 나한테 핸드폰으로 1,000찍고 구글 번역기로 머라 말하더니 '너 어디 가고 싶어?'라는 걸 보여줬다.
내 택시를 타지 않으면 지옥으로 보내버리겠다는 말로 들렸다.
갑자기 테이큰에서 리암아저씨 딸이 낯선 이의 차를 탔다가 저세상갈뻔한 장면이 머리를 스쳐갔다.인상만으로 뭐라고 하면 안되지만 진짜 나와서 열걸음도 떼기 전에 무서운 아저씨가 나를 밀착마크하는 이런 일이 생기니까 무서웠다.
까딱하다가는 저 아저씨들이 친한척 어깨동무를 걸고 어디론가 나를 끌고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노. 해도 그림자처럼 나를 계속 따라다니는 아저씨를 피해 심카드 사다보면 다른 곳으로 가시겠지 했는데도 5미터 뒤에서 계속 나를 쳐다봤다. 뒷통수가 뚫릴 것만 같았다.
이 곳은 동물의 왕국이다. 나는 막 태어난 노루 새끼와도 같은 상태다. 라는 생각만 들었다.
MTC 부스에는 금발의 머리 자그마한 남자직원이 있었는데 거기 한국인들이 정모하고 있었는데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 5기가 심카드를 사고있었다.
나는 나 러시아에 2달 있을거고, 전 지역에서 쓸 수 있는걸로 달라고 하니 15기가짜리를 추천해줬다.
2달에 15기가? 했더니 1달에 15기가, 러시아 내 문자메세지, 음성통화도 넉넉히 포함된 것이었다.
러시아 폰 번호도 생김!! 가격도 월 2만원 정도.
이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는데도 여전히 딱시- 막-시이임- 했던 아저씨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나 다행히 내 앞에 심카드 사던 한국인 네명 파티가 그 아저씨 차를 타기로 했는지 함께 스르륵 사라졌다.
그리고 젊은 남자가 와서 택시? 또 이래서 이번에는 웃음기 없이 노. 하니까 더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대체로 좋게좋게 웃으면서 하니까 그게 거절로 보이지 않나보다.어서 여기를 벗어나야해..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분명 가이드북에서는 107번 타고 요금은 150루블, 짐 싣으면 90루블정도? 그리고 한시간 걸린다고 나와있는데...
정류장에 적힌 버스 시간이 30분이 지나도록 버스는 오지 않았다...정류장에서 나와 함께 기다리던 현지인들은 다 택시를 타고 떠나버리고, 그 많던 한국인들도 한명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니, 그 많던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다 이렇게 빨리 떠난거야. 다 택시타고 가는건가?
망했다...
해도 뉘엿뉘엿 져버린지 오래인데 나도 뒤늦게라도 택시를 불러야하나? 2만원내고? ㅠㅠ
하고 고뇌를 하던 차에 7번버스가 왔다.시내로 가는 107번이 혹시 이 7번일 수도 있나? 라는 생각에 행복회로 돌리면서 그냥 낼름 타버리려는데 순간 불안함이 엄습했다.
타려고 줄 서있는 앞 사람에게 '이거 기차역 가나요?' 하니까 ???? 라는 표정을 보이더니 모르겠다고 하고서 그냥 버스에 타버렸다. 앗... 아아...
그런데 곧 내려서 나한테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한다고 말해주더니 원 미니트. 하고 버스로 다시 올라타서 버스기사와 언성을 높이듯 얘기하더니 다시 내려왔다.
그러고서는 정확하게 어느 정류장에서 갈아타야하는지도 말해주는데...
나와 함께 하염없이 기다리던 가족이 익스큐즈미? 캔유스핔잉글리쉬? 하더니만
너 어디로 갈거냐, 우리랑 같이 택시 탈래? 300루블 주면 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나이스 이거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
이 가족과 가야겠다. 생각하는데 내가 버스타려고 물어봤던 사람이 어떻게할지 기다리길래
버스는 내가 찾아가기 어려운거 같다. 이 가족들과 택시 타겠다. 하니 알았다고 하고 버스에 오를때 스파씨바 하니까 웃어줬다.
그 분의 손에는 빠다코코넛과 몽쉘, 고소미 과자가 한봉다리 들려있었는데.. 그래서 나에게 친절했던걸까 ㅠㅠ 한국 관광은 즐거웠나요..여차저차 봉고차에 타라고 해서 타긴했는데 일본차였던 거 같고 짐은 좌석 뒤 빈 공간에, 나는 맨 뒷자리에 찌그러졌다.
기사 아저씨는 차에 오른 순간부터 내리는 순간까지 거의 1시간 내내 말을 쉬지 않았고 러시아 가족과 대화를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굉장히 서로에게 차가울 것 같은 인상이었는데 내국인끼리는 참 말이 많구나. 생각했다.
아마 블라디보스톡에 대해 이런저런 가이드?를 해줬던 거 같다.
나를 빛으로 이끈 가족은 어디서 내리냐, 어디서 자냐, 어떻게 갈거냐를 물어보고서는 둘이 얘기할 때는 손으로 가리고 러시아어로 소근소근 얘기했다.
그냥 말해도 난 몰라... 난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말하세요..
택시를 타고 갈 무렵엔 이미 시간이 많이 늦어 해가 다 져가고 도착했을 때엔 이미 한 밤처럼 어두웠다.가는 내내 이 가족은 그저 나를 택시비용 1/n로 할 사람으로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큰 행운인지라 뭐라도 주고싶은 마음이었다.
러시아로 떠나면서 나에게 도움을 주고 혹은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주려고 기념품을 많이 챙겨왔는데 대부분 트렁크에 들어있어서 아 망해써요..
어떻게 하지 하는 찰나 출국 전날 인사동에서 샀던 한복입은 곰 인형이 생각나서 그걸 이 가족의 귀염둥이 딸에게 주면 되겠다! 싶어서 가방에서 끌러 주머니에 챙겨뒀다.블라디보스톡 기차역에서 차는 멈추고, 기사님이 손수 무거운 가방도 들어서 양쪽 팔에 다 끼워주셨다.
불곰국 사람들 무서운 인상과는 다르게 따스해.. 세심해...
동행한 가족도 뒤를 이어 내리고 나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를 도와줘서 고맙다, 난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친절히 대해줘서 고맙다. 딸 아이가 곰 좋아하니? 자 이거 선물이야 ㅠㅠ 하고 주니까 화들짝 놀라며 좋아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러시아에 온 외국인들이 좋은 경험가지고 갔으면 좋겠다며 본인도 일본갔을때 그랬다고..
?
그리고 곰인형을 보이며 아리가또.
???
거기서 아.. 아임 프롬 코리아.. 이 인형 봐봐 기모노 아님.. 하니까 오우! 하면서 엄청 미안해함.그리고 나 여기서 15분정도 걸어야하는데 지금 걸어다녀도 위험하지는 않냐고 물어보니 택시기사 아저씨가 숙소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기사님이 오래 기다려서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기사님은 그동안 끊임없이 말을 하셨던 분이었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나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굉장히 어색했다.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신 기사님이 고마워서 택시 전화번호라도 받을까하다 블라디보스톡에서 택시를 또 탈 것 같지는 않아서 묻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체크인하는데 리셉션 총각이 서울에서 왔냐? 왜 러시아를 선택했냐?라길래 월드컵 때문에 왔다. 하니까 못 알아들었다.
ㅍ에 바람 새는 F발음을 섞어서 ㅍ풋볼ㄹ해도 알아듣지 못함.. 내 발음은 정말 그지같은가보다.. 그래서 FAN ID보여주니까 오-호호홋!ㅎㅎ 하고 좋아하더라.숙소는... 내가 예약한 숙소 중에 비싼편이었지만 그만큼 편하고 좋았다.
도착해서 이곳저곳 연락을 많이 하고 생존신고도 하고 괜히 지금까지의 여정이 알딸딸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좀 늦게 잠이 들었지만 편하게 잘 잤다.
5월 24일 체크인, 26일 체크아웃했던 캡슐 호스텔.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이지만 방음이 취약하고 아랫층의 경우 윗층에서 뒤척거리면 플라스틱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내 윗층에 있는 사람을 마주친 적은 없지만 체격이 좀 있던 남자였을 것 같다.카드 대고 내 방(!?)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이런 푸르스름한 조명인데 셋팅으로 바꿀 수 있다. 조명 색온도, 밝기, 공기청정기 가동 등등을 조절할 수 있었다.
문을 걸쇠로 잠굴 수도 있었다.
숙소 사진을 찍어두는 편이 아닌데 캡슐 형식의 숙소는 처음이라 신기해서 많이 찍어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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