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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0531 열차 3일차 이르쿠츠크 도착, 샤슬릭 최고야. 짜릿해.
    #Road to Russia/ㄴ불곰국 일지 2018. 11. 22. 14:41

     

     

    - 2일 9시간, 57시간의 끝이 보인다.

    이 날도 10시 넘어 일어났다.

    일어나면 머하나 할 게 없어.....

    3일 전에 샀던 빵을 꺼냈는데 분명 생크림 빵이었던 것 같은데 안에 하얀 크림이 굳어있었다.. 절반정도 먹었는데 점점 시큼한 맛이 나서 으악! 상했구나! 하고 매몰차게 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햄 빵을 꺼내서 절반 먹었다. 그런데 먹다보니 아니.. 생각해보니 이것도 같이 3일 지난건데.. 하고 뒤늦게 그것도 버렸다. 망청.. 언제적 하바롭스크 빵이야..ㅠㅠ 
    다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면 경험삼아 식당칸에서 식사를 한다던데 나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동안 샤워하러 1등석 칸으로 가는 길에 식당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겁나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오고 갈때마다 고개를 돌려가면서까지 봐서 거기서 뭘 먹고싶진 않았다.

    동물원 안의 한 생명체처럼 구경거리가 될 것 같았다...


    이르쿠츠크 오기 전에 들른 울란우데. 세계에서 가장 큰 레닌의 두상이나 티베트 불교 사원 등이 있다고 한다. 사실 하루쯤 머무르려다 바이칼 일정을 줄이던가 해야해서 상대적으로 흥미가 덜한 지역이라 생략했던 곳이다.
    역에 적힌 지명의 글자가 독특하면서도 예뻤음. 저런 폰트의 러시아어라면 좀 덜 삭막한 느낌일텐데.


    열차는 사람이 내린 자리에 바로 또 누군가가 오기도 하고 어느 지역에서 많이 내리고 타고 계속 순환된다.

    지루해도 어찌됐건 시간은 가는지라 이르쿠츠크에는 오후 3시 반쯤에 도착했는데 2시부터 짐을 챙기고 내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울란우데를 지나 어느 순간부터 열차 진행방향의 오른쪽을 보면 그냥 강 같기도 하고 호수 같기도 한 물가가 계속 보이는데 그게 바이칼이었다..ㅎㅎ.. 그 유명한 바이칼이 보이니 그래도 착실히 가고 있구나. 곧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설레었다.

    오랜 여정을 마치고 열차에서 내려서는 첫 뜨람바이를 타고 다리를 건너 번화가로 이동해 내리고선 숙소로 바로 이동했다.
    다 같이 맞춘 건 아닌데 같은 칸의 한국사람들도 그 곳으로 예약했다고 해서 함께 이동. 아무래도 평이 좋은 곳이라 다 그곳으로 몰린 모양이었다.

    숙소에 우르르 들어서니 어떤 젊은 동양인이 어? 한국사람? 하고 맞아줬다. 알고보니 하바롭스크에서 내가 체크인 하는 날 떠났던 사람이었음..ㅋㅋ 신기하기도 해라.

     

    -나의 강렬하고도 잊을 수 없는 첫 샤슬릭.

    정신없이 체크인하고 숙소에서 짐을 풀고 빨래도 돌리고 숨 좀 돌리고서 샤슬릭을 먹으러 갔다.

    맛있어....
    러시아와서 먹는 첫 제대로 된 고기.. 최고야...

    다른 사람들은 여기 맛은 다른 곳보다 덜하다고 했지만 난 처음이라 그냥 맛있었다.
    생각보다 고기가 큼직하고 기름기가 다 빠져서 그런가 돼지고기고 닭고기고 다 빡빡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고기먹으면서 아랫 입술 안쪽을 씹어서 터져 피가 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계속 찢어진 입술 씹어가면서 고기 먹음 ㅠㅠ 나중엔 뭐가 고기고 뭐가 안쪽 살인지 모르겠더라ㅋㅋㅋㅋㅋㅋ 고기에 대한 나의 열망은 매우 강력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저렇게 한 판에 나오는 샤슬릭이 새우 제외하고서는 300루블 안쪽인데 왜 나는 러시아에서 많이 먹어두지 않은 걸까.

    진짜 지금 같아서는 러시아에 있으면 어디든 샤슬릭 가게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세개씩 사 먹을 수 있는데 ㅠㅠㅠ 아아.. 꽃이 지고서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아무리 동유럽이 싸네 뭐네 해도 러시아만큼 싼 곳은 없었다 ㄹㅇ. 여기서 질리도록 먹었어야 했다. 심지어 서유럽은 모든게 다 비쌌어 ㅠㅠㅠㅠㅠ

    그렇게 알차고 맛나게 저녁 식사를 7시쯤 마쳤는데도 해가 아직 지려면 멀었길래 정처없이 주변을 둘러보다 9시쯤 들어왔다.


    둘러보니 확실히 그동안 봤던 도시들보다 건물이 상당히 엘레강스하고 예쁜 느낌이었다.

    데카브리스트라는 젊은 장교들이 왕정제가 폐지된 프랑스의 파리를 보고 우리도 으쌰으쌰 해보자며 일종의 난?을 계획하다 적발되어 이곳으로 쫓겨났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샤방샤방하고 상당히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들이 많았다.


    아마도 이르쿠츠크 대학.


    Спасская Церковь, 스파스카야 교회. 1672년 이르쿠츠크에 처음 세워진 교회라고 한다. 벽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점이 독특했고 하얗고 고상한 느낌이었다.


    Собор Богоявленский, Sobor Bogoyavlensky, 보고야블레니야 성당. 흰 색에 붉은색이 예쁘게 치장하고 있는 느낌이라 예뻤다. 고대 러시아 전통 문양에 우크라이나식 장식, 거기다 불교적 요소가 섞인 시베리아 바로크 양식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뭔가가 익숙한 느낌이다 했더니 불교적 요소가 뒤섞여서 그런 것이었을까?


    이런 건축물의 모양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받은 느낌이 강렬했었다.


    두 성당을 지나 강변으로 가면 보이는 이르쿠츠크 개척자 동상. 탐험가였던 야코프 포하보프가 이 곳을 발견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 황제에게 보고했고 그 것이 이르쿠츠크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 근방에서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아빠와 함께 가던 꼬마가 다가오더니만 꽃을 줬다..

    띠옹?

    아니 뭐야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 곧 월드컵이라서 꽃 목걸이 둘러주며 ☆외국인 환영! 웰컴투 라씨야★ 이러는 의미로 준 걸까?
    어쨌거나 마음은 굉장히 훈훈해졌다. 우리 일행에게 꽃을 나눠주는 걸 보며 흐뭇해하는 아버지와 수줍어하면서 건네는 아이 모두 고마웠다. 

    아쉽지만 해도 져가고 간단하게 훑고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 자세히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또 낯선 곳에 오게 되서 긴장되기도 하고 보이는 것들이 마냥 신기하기도 하고 얼른 씻고 포근한 침대에서 오래 자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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