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25 블라디보스톡 2일차, 관광객은 끊임 없이 걷는다.
-해양공원은 쏘쏘, 요새 박물관은 그냥 가지마..
출국하기 전부터 꽤 오랜 기간동안 잠을 푹 잔 것이 오래되어 그랬나 너무나도 피곤했는데 여차저차 숙소 도착하니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잘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퍼질러 자야겠다. 라고 생각한만큼 나는 11시까지 자다 12시즈음 숙소를 나섰다.
숙소 앞에서 고국으로 첫 통화함!
아직도 생각난다. 숙소는 오르막에 있었고 문을 나서서 왼쪽 빈 공간에서 떨리는 첫 외출을 준비하던 시간들.
일단은 근처에서 갈 수 있는 곳을 먼저 가자 싶어근처에 해양공원이 있어서 들렀다가 바로 옆에 요새박물관인가 갔는데..
가지마..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냥 가지마. 200루블인데 내가 왜 여기를? 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냥 오래된 군사무기 보고 싶으면 가도 되겠지만.. 가이드북에서는 여기서 전망이 좋다고 되어있는데 그런거 없어. 그냥 차라리 해양공원 관람차를 타세요.
그러나 나는 막상 타지 못했다ㅠ
이 알록달록한 성당은 해양공원 가는 길에 봤는데 가이드북에도 정보가 없었다. 모든게 반짝거려서 지은지 얼마 안되는 것 같았다.
러시아에서 제대로 된 성당을 본 게 처음이라 신기했는데 특히 무늬가 있는 지붕과 황금색으로 번쩍거리는 것이 흥미로웠다.
해양공원. 탁 틔여있고 내 생애 가장 윗 쪽의 동해라고 생각하니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이곳이 요새 박물관이다.
러시아 극동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지금은 그 관련 무기와 자료를 전시한 곳이다. 야외에도 뭔가 이렇게 잔뜩 전시되어 있다.
내부에도 뭔가 잔뜩 진열되어 있는데 뭐가 뭔지 도통 이 분야에 관심이 없어서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소련기와 레닌 상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시되던 것들이지만 여기는 그들의 역사의 일부니까.
종종 신기한 것들이 있기도 하고, 소련 냄새가 나는 것들도 보여서 오오. 쏘-련이다 쏘-련. 하는 것 외에는 감흥이 없었다...
야외에 이렇게 바깥쪽으로 계단이 나 있는 것이 있는데 그 계단을 오르면
이렇게 윗쪽을 걸어서 다닐 수 있다. 아랫쪽 길보다는 높긴하지만 그래도 딱히 추천을 할 만큼 전망이 좋은 편이 아니다.
그냥 전망은 대충 이렇다고 생각하세요...... 전망은 독수리 전망대에서만 보는 걸로.....
내려오는 길에 본 음료 자판기. 대부분이 일본 음료에 보기 드물게 2,000원 정도로 매우 비싼 편이었다.
목말라 죽을거 같아서 뽑아 마시려다가 포기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긴 하나보다. 콘택트 주 라는 말은 사진처럼 아이들이 동물을 만질 수 있는 체험 동물원이라는 뜻인 것 같았다.
- 블라디보스톡에서 정처없이 이리저리 다녀보기.
이후에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아르바트 거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크게 쭉 뻗은 메인 도로로 보이는 곳을 다니다 뭐 수상하고 큰 동상이 있는 곳에 알록달록한 천막이 쳐져있는 걸 발견.
뭐라도 하나? 하고 갔더니 장이 열리고 있었다.
가서 빵을 샀는데 큰 것 (햄 들어있음), 작은 것 (만두 소 비슷한 게 있음)을 사고 요거트를 두 개 샀다. 가격은 빵 180루블, 요거트 96루블.
짱맛!!!!!
중앙광장에는 커다란 동상이 셋 있는데 중앙의 높은 것은 '극동 지역에 소비에트 세력을 위해 싸운 전사들에게. 1917-1922 ' 라고 적힌 볼셰비키의 군인의 상이고, 양 옆은 각기 1917년 혁명을 기념하는 발틱 선원과 볼셰비키, 1922년 일본을 물리친 군인,노동자,지도자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앙광장. 꿀, 과일, 빵, 쿠키, 생선 등등 여러가지를 파는데 심지어 김치도 봤다. 중국산을 수입하는 것일까, 아니면 직접 불곰국 어머니가 담구신걸까 매우 궁금했다.
블라디보스톡을 둘러보고 귀국하는 여정이라면 이 곳에서 꿀 많이 사가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ㅠㅠ 난 5달은 더 지나야 돌아갈 수 있어...
러시아를 상징하는 쌍두독수리 문양과 러일전쟁을 상징하는 듯한 부조물. 이런 것들이 참 러시아스럽다고 생각했다. 내가 오기 전 생각했던 이 나라의 느낌 그대로였다.
중앙광장에서 독수리 요새를 가는 길에 본 건물들. 오, 이게 러시아구나.. 확실히 건물 모양이 다르구나. 라는 것을 이 길거리에서 처음 느꼈다.
차는 고급 외제차도 많았지만 일본산이 제일 많았다. 그 중에서 이런 차들도 있었다. 색상과 디자인이 왠지 안에 군인들이 있을 것만 같아.. 세계 2차대전에도 썼을 법한 디자인과 색상이다.... 정말 군용인거 아냐?
러시아의 극동지역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해군들이 많이 보였다. 지나다니다 서로 거수경례를 하기도..
그리고 으엉 이제 슬슬 전망대나 가볼까? 하고 가려는데 뭔 공원을 발견하고서 앉고 싶어서 갔더니 뭐가 있네? 보니까 황태자의 문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 곳 바로 아래에 잠수함도 있고.. 잠수함은 내부는 굳이 들어가지 말라는 평이 구글맵에 많이 있어 가지 않았다.
황태자의 문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성당. 러시아 정교회는 이 분들을 뭐라고 부르지.. 사제? 모두 하나같이 포쓰가 보통이 아니다.. 겉에 두르고 있는 의복?에 무늬가 굉장했다.
러시아를 다니며 느낀 것이 이들에게 세계 2차대전은 아직도 비중이 크며 늘 기억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도시를 가도 그들을 기리기 위한 꺼지지 않는 불꽃과 추모하는 공간은 항상 존재했다.
러시아의 마지막 왕인 니콜라이 2세가 황태자 시절 방문한 것을 기념해 만들어진 문인데 소비에트시절 파괴되었다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건축양식이 독특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색상이나 체크무늬 같은 것이 해양공원 가다가 본 성당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 이제야 블라디보스톡 왔다고 할 수 있겠다.
해양공원 근처를 지나 황태자의 문이니 뭐니 많이 본 듯 하지만 사실상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몰려있는 것들이었다. 10분이 뭐야 2-3분??
벤치 하나를 잡고 장에서 산 빵과 요거트를 먹고서 나는 걷는다.. 또 걷는다...
길을 찾아 금각교 아래를 지나 독수리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가 괜히 전망대가 아니야, 겁나 오르막 뿐 ㅠㅠㅠㅠㅠㅠㅠ
욕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누가봐도 일본과 관련있는 듯 한 상이 있었다. 가라데?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추측했었다. 생김새를 보니 왼쪽 사람이 러시아 최초의 가라데 전수자라던가..
러시아 극동지역을 러시아 국토로 편입시킨 아무르스키의 묘가 있는 공원. 그냥 가는 길에 있는 공원1 이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나름 중요한 사람을 위한 곳이었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이걸 찍은 이유는.. 이 공원에 화장실이 있다. 급하면 들르라고 알려주고 싶어서... 그런데 화장실에 크나큰 결점이 몇가지 있는데
프라이버시 없는 문 틈과 물 내리는 건 저 끈을 당겨야 함 ㅋㅋㅋㅋㅋ 오오오 이것이 러시아인가? 신선해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ㅋㅋㅋㅋ 그래도 뭐 쓰는데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
그리고 사진으로 보니까 시원해보이고 청량해보이지 사실 땀 범벅이 되어있는 상태여서 화장실 세면대에서 세수를 어푸푸 하고서 다시 길을 떠났다.
나는 걷는다...
나는 이것을 위에서 내려다 볼 정도로 더 올라가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라고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던데 그냥 뭐 걷는거 무리 없고 날씨가 정말 춥거나 더워서 죽을것 같지만 않으면 충분히 갈만 하다. 그런데 나처럼 걸어오는 사람 못 봄 ㅋㅋㅋㅋ
독수리 전망대는 온통 중국인과 한국인들, 그리고 결혼 뒷풀이?로 온 현지인과 군인들이 좀 있었는데 이 곳의 하일라이트는 우리나라 어느 회사에서 워크샵 온 사람들이 전망대 차지하고 춤추던 거 ㅋㅋㅋㅋㅋㅋ
아리랑 리믹스에 90년대 댄스 음악 나왔는데 수십명이 열심히 연습한 춤을 췄다. 고국의 향기를 물씬 맡을 수 있어서 외롭지는 않았다... 비록 여기가 러시아인지 남대문인지 모르게 되긴 했지만ㅋㅋ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키릴 형제들..
내려가는 길에 보도블럭이 러시아 국기 색상이어서 신기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애국심과 자부심이 큰 것 같았다.
그리고 내려가서는... 또 어딜갔지.
아. 러시아 본토 최남단의 토카렙스키 등대를 보러갔다. 가는 방법은 그냥 구글맵 검색하니까 가이드북에 나온 59, 60, 81번 버스 중 하나가 나오길래 그걸 잡아 탔다.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되고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릴때 기사님에게 돈을 주면 된다. 요금은 23루블.
버스를 탔는데....
무서워.
아니, 왜 버스는 이렇게 낡았어. 그리고 운전 왜이리 거칠어;
그리고 누가봐도 관광객인데 짐 주렁주렁 매달고 자리에 앉아있으니 버스 안의 사람들이 나를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요한건 안내방송 같은거 없 음.
종점이라 다행이고, 구글맵이 현재 위치를 계속 나타내주니 그게 가장 다행이었다.
종점에서 도착해 내려서는 등대가는데 하루종일 걸어서 그런가 겁나 힘들었음. 가는건 그래도 괜찮았는데 돌아올때 사망하는 줄 알았다.
경치가 굉장히 예뻤고 바닷물이 맑고 이색적인 곳이어서 좋았지만 체력이 상당히 많이 소모된다는 점을 유의하고 편한 신발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20여분 정도 찻길을 따라 쭉 걸어야 한다.
물이 정말 맑았다. 저 멀리 루스키섬을 이어주는 루스키 대교가 보이는데 독수리 전망대에서 본 다리도 흰 케이블이 쭉 뻗어있는 모양이라 비슷하게 생겼다.
독수리 전망대에서 본 금각교는 중앙의 지지대? 같은 모양이 V자인데 루스키 대교는 A자로 보인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길을 따라 걸으면..
뒷 편은 가지 못한 루스키 섬이다.
100년 넘게 현역으로 일 하고 있는 등대는 정말 예뻤다. 좁게 나 있는 자갈길 양 옆이 바다인 것도 신기했고 날도 좋고 경치도 좋으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스키섬도 가서 걸어보고 싶었는데 그건 좀 많이 아쉬웠다.
돌아올 때는 내렸던 종점에서 다시 버스타려고 하는데 타려는 버스 앞뒷문이 다 닫혀있어서 안에 있는 기사님한테 물어보려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안에 효도르 같은 사람 서넛이 있는데 막 소리지르고 서로 밀치고 하면서 버스가 덜컹덜컹거릴 정도로 거기서 싸우기 시작했다.
와 이게 리얼 불곰국인가?
왜 이렇게 싸우고 있는거지?
하면서 보다가 괜히 계속 얼쩡거리면 뭘 보냐면서 새우등 터지는거 아닌가; 해서 못본척하고 도망쳤다.
어쩌지, 누구한테 물어봐야하나 고민하다 종점 옆 슈퍼에 들어가서 버스 어디서 타냐고 했더니 종점 건넛편 길가에서 타는거였음.
휴...
그렇게 다시 무사히 돌아온 뒤 중앙광장에 들러서 아직 장이 파하지 않았기에 쿠키를 두봉지 사고 들어왔다.
뭔가 겁나 많이 한 거 같은데 적어보니 별 거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