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0 안경인생 20년의 역사
어느덧 안경을 쓰게 된지 20년이나 지났다.
예전에는 아, 안경 쓰고 산게 인생의 반이네. 했던 것이
반이 넘었네.
안경쓰고 산 시간이 맨 눈으로 있던거 두배는 됐네?
이렇게 되었다.
내 인생에 안경은 언제부터 자리하게 되었는가 생각해보면
어느날 문득 학교에서 칠판을 보는데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흐릿해서 눈을 찡그리기 시작했고,
담임 선생님은 너 왜그러냐고 혼냈다.
나때만 해도 어릴때 안경쓰는 경우가 요즘처럼 많지도 않았고
나도 그 당시에 내 나이또래 친구들이 안경쓴거 보면 어휴, 불편해 보인다. 어휴, 눈 안보이니 얼마나 힘들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정도로 우리 나이에 안경. 이라고 하면 뭔가 병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여튼 그렇게 인상 구기고 있다고 혼나서
나름 억울한 마음에 글자가 잘 안보인다고 하니까 자리를 맨 앞자리로 옮겨줬다.
뭔가 선생님이 나를 신경써주고 특별대우 해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가장 앞 자리에 있어도 글자가 보이지 않게 되었고...
더 나아가 교단 바로 코 앞에서 책상 하나 따로 해서 있던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수치플ㅎㅎ
당연히 이런 상태다보니 학교에서 1년에 한번 하는 건강검진에서는 시력이 좋지 않게 나왔다.
이정도면 안경을 써야한다고 했다.
이 때부터 나는 안경맨이 되었다.
초딩이라고 안경 다리에 스누피가 옆으로 누워있는 귀여운 안경으로 맞췄다. 아직도 생각나네.
그런데 그 이후로도 한 2,3년은 잘 쓰지 않았던지 앨범을 보면 다 그냥 다니고 있음;
하지만 중학교서부터는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물론 안경끼고 운동하다 공에 맞아 안경이 부셔지고 친구들과 놀다 받아서 코부근이 찢어지고
습관적으로 일어나자마자 안경 낀 것을 깜빡하고 세수하다 콧구멍에 걸려 코피나는 등의 일상다반사를 겪으며
20년이 지났다.
안경쓰면 가장 좋지 않은 점은 일단 안경맨 특유의 문신이 콧잔등에 박혀있고, 푹 꺼져있으며
눈이 가재미 생선류처럼 보인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침마다 안경... 하면서 침대 여기저기 더듬거리고 없으면 세상 무너진 것처럼 온 집을 다 뒤집어야하고
겨울에 목도리 두르면 암것도 안보임.
친구들과 온천 놀러가도 안경쓰고 탕에 앉아있고 안경 없어서 일본 온천에서 친구 못 찾아서 생이별ㅋㅋㅋㅋ
대학생이 되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슬슬 주변에서 라식이니 뭐니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중학교에서 만날때부터 안경썼던 녀석들이 자유인이 되었다.
만나서 밥을 먹을 때 꼭 한 두번 안약 넣는걸 보면서
'와, 진짜 부지런해야겠다. 난 저렇게는 못하니까 그냥 살아야지.'
'그래도 아직 라식 이런건 안전하거나 검증된 시술은 아니니까 불안한거 아닌가.'
하고 또 7,8년이 지났다.
친하게 지낸 녀석들이 여섯은 됐는데 어느덧 안경을 쓴 사람은 나 하나였다.
그 7, 8년의 세월동안 여러 종류의 여행도 하고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니 안경이 확실히 불편해졌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이거 안 쓸 수도 있는거잖아?'
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고
작년부터 라식/라섹한 친구들에게 조언을 듣기 시작했는데 거의 비슷안 답을 했다.
야, 부작용은 없냐? -> 눈이 좀 건조하고 빛 번짐이 좀 있긴 한데 괜찮음.
너 수술한거 좋음? -> 짱 좋음. 왜 이걸 더 일찍 안 했나 모르겠음.
그리고 지르기로 했다..!
전에는 호에엥.. 혹시나 그 만약의 부작용이 나에게도 있으면 어떡하죠?
눈은 한번 조져지면 살릴 수도 없는데 꼭 해야하나?
이런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아 다 꺼져주셈, 그냥 할라니까. 이런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검안을 받으러 갔다.